[기고] 낙동강 녹조 주범 가축분뇨, 처리에서 차단으로
추태호 부산대 명예교수
추태호 부산대 명예교수. 부산일보DB
낙동강의 녹조는 더 이상 이례적인 사건이 아니다. 폭염이 오면 반복되고, 갈수가 길어지면 심화되며, 장마 이후에도 지속적으로 발생한다. 그 과정에서 수돗물 불안, 어류 폐사 등 지역 갈등이 매년 되풀이되고 있다.
낙동강 수계 녹조 발생의 중요한 원인으로 수계의 구조적 특성을 고려해야 한다. 여름철 고수온 상태가 장기간 유지되고, 하천의 체류 시간이 길어지며, 갈수기 유속이 저하되는 환경은 오염이 녹조로 전환되는 과정을 가속하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그러나 기후와 수문 조건은 가속하는 요인일 뿐이다. 문제의 본질은 오염원 관리에 있다. 오염원을 차단하지 못 하면 녹조는 구조적으로 반복될 수밖에 없다. 그동안 낙동강 오염원 관리는 ‘처리’가 중심이었다. 이는 사후 관리에 가깝다. 이제는 사전 대응, 즉 ‘차단’ 중심으로 유역환경관리 구조를 개선해야 한다.
낙동강 상류와 중류 지역에는 대규모 축산단지가 밀집해 있다. 특히 막대한 양의 돈분뇨가 가장 큰 문제였다. 2023년 정부 통계에 따르면 가축분뇨 중 돼지분뇨가 약 39%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다. 공식 통계상 가축분뇨 처리율은 90% 이상으로 집계되나, 이 통계는 ‘질소·인이 실제 환경계로 유입되는 것을 얼마나 차단했는지’와 같은 질문에는 답하지 못 한다.
낙동강 본류의 수질 자료를 보면, 여름철 녹조 발생 시기 총질소(T-N) 농도는 평상시 대비 약 2~4배까지 높아지는 경향이 반복적으로 확인된다. 이 시기는 퇴비·액비 살포가 집중되는 시기와도 상당 부분 겹친다. 즉, 행정적으로는 ‘처리 완료’로 분류된 분뇨가 실제 환경적으로는 시간차를 두고 하천으로 재유입되는 구조가 지속되고 있는 것이다.
해외 주요 국가들은 녹조와 수질 악화를 구조적으로 완화하는 성과를 거두고 있다. 유럽연합(EU)은 1991년 ‘질산염 지침’(Nitrates Directive)을 통해 가축분뇨 유래 질소 살포 상한을 170kg N/ha/년으로 설정했다. 독일과 네덜란드는 관리 성과를 처리량이 아니라 ‘질소 수지’(N balance)로 평가한다. 투입 질소에서 작물 흡수를 제외한 잔존 질소가 기준을 넘을 경우, 농가·시설 단위에서 즉각적인 조정과 제재가 이뤄진다. 해외 사례의 공통점은 ‘어떻게 처리할 것인가’보다 ‘환경계로 얼마나 배출해도 되는가’를 먼저 정했다는 것이다.
낙동강 수계 상·중류 축산밀집 권역에 질소·인 살포 절대 상한을 설정하고, 권역·유역 단위 중앙집중관리와 질소 수지 기반 집행·검증 체계를 단계적으로 도입할 경우 실질적인 개선 효과가 기대된다. 보수적으로 보더라도 하천 총질소(T-N)·총인(T-P) 농도는 약 15~30% 감소하고, 여름철 녹조 경보 발생 빈도는 약 30% 내외 줄어들 것으로 전망된다. 녹조의 최초 발생 시점은 1~3주 늦춰지고, 지속 기간도 평균 2~4주 단축 효과를 낼 수 있다는 분석이다.
지금까지 낙동강 녹조 대응 예산은 주로 응급 조류 제거, 차단막·약품 투입, 정수장 고도처리 강화 등 사후 처리 중심으로 투입돼 왔다. 이 같은 방식은 단기적 완화에는 일정 부분 효과가 있지만, 녹조 발생 구조 자체를 바꾸지는 못한다. 그 결과 유사한 대응 예산이 매년 반복적으로 투입되고 있다.
반대로 오염원 차단을 중심으로 예산을 투입할 경우, 녹조 대응과 정수 처리 관련 비용을 중장기적으로 20~40%가량 절감할 수 있다. 또한 반복되는 민원 대응과 사회적 갈등에 소요되는 비용도 함께 줄일 수 있으며, 수질 개선 효과를 지속적으로 이어갈 수 있다.
낙동강 녹조는 기후 탓도 특정 시설의 처리 공정의 문제만도 아니다. 차단 없는 처리 중심 관리 구조가 유역 단위로 누적된 결과다. 해외 사례가 보여주는 교훈은 단순하지만 분명하다. 녹조를 줄인 것은 기술이 아니라, 명확한 기준선과 관리 체계였다.
지금처럼 처리에 예산을 쓰는 구조를 유지한다면 녹조 대응 비용은 해마다 되풀이될 수밖에 없다. 반대로 차단을 우선하는 관리 구조로 전환한다면 낙동강 수질과 재정 부담은 동시에 개선될 수 있다. 지금 바꾸면 덜 아프다. 미루면 미래 세대 부담은 더욱 커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