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반정부 시위 사망자 속출… 트럼프 “강력 선택지 검토”
사망자 수백 명·1만 명 이상 체포
이슬람 정권 반대 시위 전세계 확산
경제난 촉발된 시위, 체제 변화 요구
美 군사 개입 가능성에 이란 당국 반발
트럼프 “이란서 전화 와” 협상 열어놔
9일(현지 시간) 이란 테헤란에서 열린 시위대의 모습이 소셜미디어에 확산됐다. AP연합뉴스
경제난으로 촉발된 이란 반정부 시위가 격화하면서 사상자 규모도 수백 명으로 빠르게 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반정부 시위가 이어지는 이란에 대한 군사적 개입도 고려하는 것으로 전해지자, 이란은 협상의 문을 열어두면서도 미국이 군사적 행동에 나설 경우 보복하겠다고 맞섰다. 이란 시위대의 구호도 경제난 해소에서 정치 체제의 변화를 요구하는 것으로 바뀌면서 이란 신정 체제가 흔들리고 있단 분석이다.
11일(현지 시간) AP통신에 따르면 미국 기반 인권운동가통신(HRANA)이 집계한 이란 반정부 시위 사망자는 어린이 8명을 포함해 최소 544명이 숨졌다. 이중 496명은 시위대, 48명은 보안군으로 알려졌다. 또한 최소 1만 681명이 체포돼 교도소로 이송된 것으로 전해졌다. 일각에선 사망자가 2000명이 넘을 것이라는 예상도 나왔다.
이란 당국은 대규모 반정부 시위를 진압하려고 시민에게 총을 겨누고 있다. 이란 당국은 지난주부터 인터넷·통신 등을 차단하면서 일부 지역에 신정 체제 수호의 첨병인 이슬람혁명수비대(IRGC) 지상군을 투입하며 시위 진압에 주력하고 있다. 대규모 유혈사태가 발생한 것으로 알려졌으나, 지난 8일부터 이란 당국이 인터넷과 국제전화를 차단하면서 구체적 현장 소식 확인은 어려운 상태가 지속되고 있다. 시위 진압에 저격수가 동원됐다는 증언도 나오면서 상황은 악화하고 있다.
이번 시위는 지난달 28일 이란 경제의 주축인 상인들이 리알화 가치 폭락을 계기로 인한 물가 폭등과 경제난으로 인해 테헤란 거리로 나서면서 시작됐다. 그간 이란에서 발생했던 정치 시위와는 다르게 이번 시위는 생활고에 시달리던 민심이 폭발하면서 나온 것이다.
1979년 이슬람 혁명으로 종교 지도자가 최고 권력을 가지는 이란의 신정 체제가 이번 시위로 흔들리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미국 일간 워싱턴포스트는 시위대의 구호가 단순한 경제난 해소가 아니라 정치 체제의 근본적 변화를 요구하는 것으로 바뀌었다고 보도했다. 지난 9일 테헤란 등에서 열린 시위 영상에는 1979년 이전 왕정 시기 이란 국가를 들고 있거나, 이슬람 혁명지도자 야톨라 루홀라 호메이니에 이어 1989년부터 이란 권력의 정점에 있는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세예드 알리 하메네이를 직접 겨냥한 구호도 등장했다. 이란 이슬람 정권에 반대하는 반정부 시위는 이란을 넘어 미국과 유럽까지 번져나가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을 향해 대화와 압박의 양면 메시지를 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플로리다 팜비치에서 워싱턴DC로 이동하는 전용기 에어포스원에서 이란에 대한 미국의 군사 개입 가능성과 관련해 기자들의 질문에 “우리는 이 사안을 매우 심각하게 보고 있다. 군도 이 사안을 살펴보고 있다”며 “몇몇 강력한 선택지들을 살펴보고 있으며, 결정을 내리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 정부의 대응에 대해 “그들이 지도자들인지 모르겠지만, 아마도 그들은 폭력으로 지배하고 있는 것 같다”고 비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정부 당국자들로부터 이란에 대한 군사개입 옵션을 보고받고 실행 여부를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함께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 정부가 미국에 협상을 제안해 왔다면서 대화 가능성도 거론했다. 그는 “이란 지도자들이 어제 전화했다”며 “하지만 (양측) 회담이 열리기 전에 벌어지고 있는 일들 때문에 우리가 먼저 행동해야 할 수도 있다. 하지만 회담은 준비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란 측은 미국의 위협에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모하메드 바게르 갈리바프 이란 의회의장은 전날 미국이 먼저 행동할 경우 중동 내 미군 기지를 공격하겠다고 맞섰다.
한편 미 상원 일각에서 이란에 대한 군사적 개입에 대해 회의적인 반응이 나오고 있다. 로이터 통신은 11일 일부 상원의원들이 이란에 대한 군사 옵션이 미국이 취할 수 있는 최선의 선택인지에 관해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나웅기 기자 wonggy@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