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년 표류' 거제 흥남철수기념공원 올해는 문 연다
무기 대신 민간인 1만 4000명 태워
거제로 피난시킨 ‘메러디스 호’ 기념
도지사 바뀌며 15년 표류하던 사업
보훈처 '현충시설' 지정하자 재추진
6월께 뱃머리 형상화한 기념관 개관
한국전쟁 당시 20만 명에 달하는 피난민과 장병 목숨을 구한 ‘흥남철수작전’을 재조명하고 역사의 그날을 후세에 전할 공간이 오는 6월에 거제에 문 연다. 공원 핵심 시설인 기념관은 피란민 수송선인 메러디스 빅토리호 뱃머리를 형상화했다. 거제시 제공
한국전쟁 당시 20만 명에 달하는 피난민과 장병 목숨을 구한 ‘흥남철수작전’을 재조명하고 역사의 그날을 후세에 전할 공간이 경남 거제에 문 연다.
경남도의 오락가락 정책 탓에 가다 서기를 반복한 지 꼬박 15년 만이다. 거제도 포로수용소 유적공원과 함께 한국전쟁 테마 관광에 상당한 시너지가 기대된다.
12일 거제시에 따르면 장승포동 687번지 일원에 조성된 흥남철수기념공원이 이르면 오는 6월 중 일반에 공개된다.
공원은 총 면적 2만235㎡에 흥남철수작전을 기리는 조형물과 휴식 공간, 기념관이 방문객을 맞는다.
핵심 시설인 기념관은 옛 장승포여객선터미널을 리모델링해 피난민 수송선 ‘메러디스 빅토리(MEREDITH VICTORY)호’를 형상화 했다.
연면적 2771㎡, 2층 규모로 흥남철수작전과 장진호 전투 그리고 거제로 피난 온 주민들 모습을 스토리텔링 방식으로 관람할 수 있도록 구성한 11개 전시 공간이 준비돼 있다.
특히 7개 전시실은 미디어아트 기법을 활용한 실감 나는 체험 활동도 제공한다.
최근 공원 관리·운영 조례 제정안을 입법 예고한 거제시는 시민 의견을 수렴한 뒤 4월 중 준공해 정식 개관 일정을 조율할 예정이다.
1950년12월 흥남철수작전 당시 '메러디스 빅토리호'에 올라탄 피란민들 모습. 부산일보DB
흥남철수작전은 한국전쟁이 한창이던 1950년 12월, 중국군 개입으로 전황이 불리해지자 북진했던 미군과 한국군이 함경남도 흥남항에서 피란민과 함께 선박으로 탈출한 작전이다.
당시 연합군 함대 193척이 동원돼 한국 제1군단과 미국 제10군단 장병 10만 5000여 명, 피난민 9만 1000여 명, 차량 1만 7000여 대, 군수품 35만t을 안전하게 동해상으로 철수시켰다.
이 때문에 세계 전사 기록상 가장 큰 규모이자 인류 역사상 가장 위대한 해상구조작전으로 손꼽히고 있다.
이중 군수 물자를 수송하려 투입된 메러디스 빅토리호는 선적했던 무기를 전부 내린 뒤 그 공간에 피란민 1만 4000여 명을 태우고 거제 장승포항으로 왔다.
마침 그날이 12월 25일이어서 ‘크리스마스의 기적’이라고 불리고 있다. 또 역사상 단일 선박으로는 가장 많은 피난민을 태워 2004년 기네스북에 등재되기도 했다.
흥남철수기념공원은 한국전쟁사에 가장 극적인 순간으로 기록된 당시를 후세에 전하기 위한 프로젝트로 2011년 민선 5기 핵심 공략으로 기획됐다.
이어 이듬해 ‘장승포 호국평화공원’으로 경남도 ‘모자이크 사업’에 선정됐다.
최초 장승포동 70번지 일원 9만 9000㎡에 280억 원을 투입해 공원을 조성하고 난민을 수송했던 실제 ‘메러디스 빅토리호’를 가져와 전시하는 것으로 밑그림을 그렸다.
하지만 순항하는 듯 했던 사업은 경남도지사 교체로 잠정 보류 됐다.
대선 출마를 위해 중도 사퇴한 김두관 전 경남도지사 바통을 이은 홍준표 전 지사가 모자이크 사업에 대한 전면 재검토를 지시한 것이다.
흥남철수기념공원 기념관 실내외 조감도. 거제시 제공
이후 기약없이 하세월하다 2017년 국가보훈처가 흥남철수기념공원이 조성되면 ‘현충시설’로 지정하기로 하면서 재추진 동력을 얻었다.
이를 토대로 국비와 도비를 확보한 거제시는 사업 부지를 지금 자리로 옮기고 사업규모를 줄인 새 계획안을 마련해 2020년 설계에 착수했다.
사업비도 애초 280억 원에서 150억 원으로 줄였다. 국비 75억 원에 도비 22억 5000만 원, 시비 53억 5000만 원 부담 조건이다.
주요 시설 중 하나였던 메러디스 빅토리호가 이미 해체돼 전시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올해 공정이 마무리되면서 상반기 개관이 가능해졌다.
거제시는 포로수용소 유적공원과 연계한 한국전쟁 테마 관광 시너지를 기대한다.
거제시 관계자는 “포로수용소유적공원과는 전쟁을 주제로 한 점은 같지만 포로와 피난민이란 차이점이 있다. 이를 바탕으로 독창적이고 다양한 콘텐츠로 차별할 계획”이라며 “거제의 역사 정체성을 찾는 공간이 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김민진 기자 mjkim@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