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자흐 전 총영사 직원 폭행, 항소심도 ‘면책 특권’ 적용될까
부산지법 15일 손해배상 항소심 선고
비엔나협약 면책특권 인정 여부 주목
원심은 ‘외교관계’ 협약으로 면책 결정
항소심은 ‘영사관계’ 협약 적용될 수도
“공무 중 아니라 판단하면 배상 판결”
2023년 12월 12일 부산 동구 초량동 주부산 카자흐스탄 영사관에서 아얀 카샤바예프 전 총영사가 당시 계약직 직원 A 씨를 폭행하기 전 복도에서 셔츠 소매를 걷는 CCTV 장면. 부산일보DB
카자흐스탄 부산 총영사관 전 직원이 당시 총영사에게 폭행을 당한 후 제기한 손해배상 소송 항소심 판결이 눈앞으로 다가왔다. 원심 재판부가 외교관에게 적용하는 ‘외교관계에 관한 비엔나협약’을 근거로 전 총영사 폭행에 면책 판결을 내린 지 1년여 만이다. 법조계 안팎에선 카자흐스탄 총영사는 면책에 제한을 두는 ‘영사관계에 관한 비엔나 협약’을 적용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어 결과가 바뀔 가능성이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부산지법 민사1부(김윤영 부장판사)는 카자흐스탄 부산 총영사관 전 계약직 직원 A 씨가 아얀 카샤바예프 전 카자흐스탄 부산 총영사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 항소심 선고기일을 오는 15일로 지정했다. 2024년 12월 1심 재판부가 전 총영사에게 200만 원 지급을 요구한 A 씨 소송을 각하한 지 1년 1개월여 만에 나오는 결과다.
앞서 1심 재판부는 전 총영사가 직원 A 씨를 폭행한 건 사실상 인정했다. 2023년 12월 12일 부산 동구 초량동 주부산 카자흐스탄 영사관에서 A 씨가 전 총영사에게 명백히 머리를 맞는 CCTV 장면(부산일보 2024년 11월 5일 자 10면 등 보도)이 뒤늦게나마 증거로 제출됐기 때문이다. 그동안 A 씨는 전 총영사가 “폭행이 없었다”며 무고로 몰아가자, 명예 회복을 위해 소액 배상 소송에 나섰다고 밝힌 바 있다.
지난해 12월 11일 카자흐스탄 전 총영사 폭행 손해배상 청구 소송 마지막 변론기일에 부산지법을 찾은 부산 영사관 전 직원 A 씨. 이우영 기자
하지만 1심 재판부는 ‘외교관계에 관한 비엔나협약(1971년 발효)’에 따라 전 총영사에게 민사 재판권이 면제되는 면책특권이 있다고 판단했다. 당시 재판부는 “협약에 따르면 외교관이 공적 직무 이외로 행한 직업적, 상업적 활동에 관한 소송은 민사재판권이 면제되지 않는다”면서도 “원고인 A 씨가 주장한 폭행 등 사건은 영사 업무 중 발생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전 총영사가 A 씨를 찾아가 갑작스레 머리를 폭행한 게 “공적 직무 이외 활동에 관한 것으로 보긴 어렵다”고 판단했다.
이러한 판단에 대해 법조계 안팎에선 다른 의견도 있어 항소심 판결에 관심이 커지는 분위기다. 우선 카샤바예브 전 총영사에 대해 1심이 근거로 댄 ‘외교관계’ 협약이 아니라 ‘영사관계에 관한 비엔나협약(1977년 발효)’을 적용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또 폭행이 자국민 보호 등 각종 영사 업무 도중 불가피하게 이뤄진 게 아니라는 분석도 있다.
부산에서 활동하는 한 변호사는 “카자흐스탄 부산 총영사는 영사기관 장으로 ‘영사관계에 관한 비엔나협약’이 기본적으로 적용된다”며 “총영사관은 영사기관이고, 총영사는 외교관이 아닌 영사 지위를 가진다”고 했다. A 씨 소송을 도운 한만춘 세계사람들권익보호상담소 대표는 “총영사는 공무상 행위만 면책이 될 뿐 사적 폭행은 그 대상이 아니다”며 “정상적 공무 수행 중 폭행한 게 아니었다”고 주장했다.
1심과 달리 ‘영사관계에 관한 비엔나협약’을 적용해야 한다는 주장은 정작 전 총영사 측이 지난달 부산지법에 제출한 탄원서에도 담겼다. 해당 탄원서에는 “영사 업무 수행 중 행위는 ‘영사관계에 관한 비엔나협약’에 따라 사법 당국 관할권에서 면제된다”며 “해당 협약을 적용해 총영사 직무 수행 중 행위는 법원 관할권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걸 인정하라”고 요청했다. 앞서 외교부도 2024년 5월 29일 결재 후 A 씨 측에 보낸 공문에 “주한카자흐스탄대사관 측에 ‘영사관계에 관한 비엔나협약’에 따라 사안을 검토해 줄 것을 당부했다”고 밝혔다.
‘영사관계에 따른 비엔나협약’이 적용되고, 공무 중 폭행이 아니라고 판단되면 전례를 찾기 어려운 손해배상 청구는 받아들여질 수 있다. 그간 형사 사건에서도 외교관과 그 가족이 아닌 총영사는 무조건 면책 대상은 아니었다. 2021년 광주에서 음주운전을 한 중국 영사는 ‘영사 관계에 관한 비엔나협약’에 따른 공무로 인정되지 않아 도로교통법 위반 혐의로 검찰에 송치됐다. 반면 그해 외교관 가족인 벨기에 대사 부인은 의류매장 직원을 폭행했지만, 형사 사건 면책 특권에 제한을 두지 않는 ‘외교관계에 관한 비엔나협약’을 근거로 불송치된 바 있다.
이우영 기자 verdad@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