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에 대한 순수한 호기심이 이끈 4년간의 '커피 여정'
<부산일보> 조영미 기자 '길 위에서 만난 커피' 출간
페루·에콰도르 등 중남미 산지, 세계적 커피 도시 취재
코로나19 팬데믹이 막 끝난 2022년 8월 부산의 일간지 기자와 출판사 대표가 남미로 향하는 비행기를 탔다.
고품질의 ‘스페셜티’ 커피 생산과정을 직접 취재하기 위한 여정의 출발이다. 이들이 찾은 나라는 페루와 에콰도르. 중남미의 대표적인 스페셜티 커피 산지 콜롬비아, 브라질, 코스타리카를 제쳐두고 왜 이곳으로 갔을까.
페루와 에콰도르는 커머셜 커피(일반 커피)를 주로 재배하다 최근에야 스페셜티 커피에 눈을 돌린 곳이다. 커피를 둘러싼 새로운 발견을 하고자 하는 열정이 이들을 낯선 길로 몰아세운 것이었다.
저자 일행은 국내 대표 스페셜티 커피회사인 모모스커피의 산지 직거래(direct trade) 과정을 동행했다. 커피 산지에서 어떻게 커피를 생산하고 가공하는지, 어떤 기술과 혁신이 이뤄지는지 보고 느꼈다. 페루에서는 연하게 내린 커피에 레몬즙을 섞은 음료 ‘카페 콘 리몬’의 맛에 반하기도 했고, 커피협동조합에서는 커피 산업을 통해 수익을 높이고 재투자를 통해 더 질 좋은 커피를 생산하는 선순환 과정을 지켜봤다.
페루 취재를 마치고 에콰도르로 향할 땐 우여곡절 겪은 끝에 국경 검문소를 통과했다. ‘길 위에서 만난 커피’라는 책 제목에 딱 어울리는 에피소드다.
에콰도르의 한 소도시에서는 ‘커피 자매’가 스페셜티 커피를 재배하면서 미래를 개척하는 모습을 담았다. 생두 품질 경연대회 ‘타사 도라다’에서 1위를 차지하면서 월드 바리스타 챔피언 회사와 거래를 하게 됐고, 체험 프로그램인 ‘커피 농장 B&B’를 도입해 에콰도르 커피를 세계에 알리고 있다.
스페셜티 커피 산지를 찾은 1부에 이어 2부에서는 세계의 커피도시를 누비면서 특별한 카페를 체험하는 이야기를 담았다. 미국 LA에서 미국의 스페셜티를 맛보고 ‘일리’ 커피의 본고장인 이탈리아 트리에스테를 취재했다. 유럽 최고의 커피 물류항인 벨기에 앤트워프와 중동의 커피 대국 두바이를 소개한다. 프랑스에서 가장 오래된 카페이자 나폴레옹이 커피값 대신 모자를 맡긴 걸로 유명한 ‘카페 프로코프’와 커피를 오마카세로 즐길 수 있는 일본 도쿄의 ‘마메야 카케루’ 등의 탐방기도 담겼다.
3부 ‘부산은 커피도시다’에서는 부산에서 시작된 커피의 역사를 소개한다. 민건호가 쓴 ‘해은일록’ 속 한국 최초의 커피 기록과 부산 다방 조사 보고서, 1세대 프랜차이즈 ‘가비방’ 등 잘 알려지지 않은 커피 역사를 발굴한다.
아울러 커피도시 부산을 이끄는 ‘월드 커피 챔피언 3인방’ 모모스커피 전주연(월드 바리스타 챔피언십 우승), 모모스커피 추경하(월드 컵 테이스터스 챔피언십 우승), 먼스커피 문헌관(월드 컵 테이스터스 챔피언십 우승)도 소개한다.
저자는 커피 애호가이자 <부산일보> 기자로 오랫동안 커피를 탐닉하고 커피 산업과 커피도시 부산을 취재해 왔다. 4년간의 커피 여정을 담은 이 책은 커피를 사랑하는 사람이라면 한 번쯤 궁금했던 호기심을 채워주고 커피에 대한 생생한 지식과 경험을 제공한다. 책 속의 여정을 따라가다 보면 커피의 맛과 향이 한층 다채로워질 것이다. 조영미 지음/다시부산/164쪽/1만 3000원.
박석호 기자 psh21@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