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깐 읽기] 진화론으로 푼 현대 사회의 위기

이자영 기자 2young@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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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간 <인간 본성의 역습>

신간 <인간 본성의 역습>. 위즈덤하우스 제공 신간 <인간 본성의 역습>. 위즈덤하우스 제공

“순응하라, 믿어라, 편 가르라.” 선사시대에 설계된 인간의 세 가지 본성이 여전히 현대인을 지배한다. 인류학자 하비 화이트하우스는 “오늘날 세계가 망가진 이유를 인류 본성과 현대 문명 간의 격차 때문”이라고 진단한다.

신간 <인간 본성의 역습>에 따르면 현대 문명은 인간이 지닌 세 가지 본성인 순응주의(집단을 따라가는 성향), 종교성(초월적 존재를 믿고 공동의 가치를 추구하는 성향), 부족주의(집단에 충성하는 성향)를 토대로 진화해 만들어진 것이다. 이 같은 본성은 소집단 생활을 했던 선사시대 인류에겐 생존을 이끈 핵심 동력이었지만, 문명이 거대화된 오늘날엔 분열과 위기의 원인으로 작용한다.

예를 들어 선사시대 인간은 먹을 것을 구하고 포식자를 피하기 위해 서로를 의지했다. 본능적으로 ‘우리 편’을 챙기고 ‘적’을 경계하며, 집단을 위해 개인을 희생하는 쪽을 택하기도 했다. 이런 본능은 공동체를 지탱하는 강력한 접착제 역할을 했다. 하지만 근대 이후 민족, 국가, 정당 등의 모습으로 재편된 현대의 부족주의는 어떠한가? 현재 제도 속에 자연스럽게 스며든 부족주의는 양극화와 극단주의, 테러를 야기하고 있다.

그렇다면 고장 난 것은 제도일까, 그 제도를 만든 우리일까. 저자는 문명의 위기가 단지 시스템의 실패 때문이 아니라 선사시대에 형성된 인간 본성의 어두운 면이 제도 안에서 증폭된 결과라고 짚어낸다. 그리고 그 대안으로 인간이 이미 갖고 있는 본성을 활용해 더 협력적인 미래로 이끄는 새로운 제도 설계를 제시한다. 하비 화이트하우스 지음·강주헌 옮김/위즈덤하우스/488쪽/2만 7000원.


이자영 기자 2young@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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