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생원댁’ 진주 허선구 고가가 돌아왔다
18일 110년 고가 보수공사 준공
근대 한옥 가치 살리는 동시에
LG그룹 태동 기업가 정신 조명
진주 허선구 고가가 18일 보수공사 준공식과 함께 문을 개방했다. 김현우 기자
근대 한옥이 가진 역사와 가치는 물론, 허선구·허만식 선생의 이야기까지 담고 있는 ‘진주 허선구 고가(古家)’가 보수 공사를 마쳤다. 진주시는 허선구 고가를 활용해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할 계획이다.
18일 경남 진주시에 따르면 이날 진주시 지수면 승산리 일원에서 지역 인사와 문화유산 관계자, 지역 주민 등 8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진주 허선구 고가 보수공사 준공식’이 열렸다.
허선구 고가는 1914년 허선구 선생 부친인 허만식 선생이 지은 근대 한옥으로, 허만식 선생이 1891년 초시에 급제함에 따라 ‘초시댁’, ‘허생원댁’으로도 불려 왔다. 안채와 사랑채, 문간채가 일직선으로 배치된 남부 지역 부농 가옥의 특징을 잘 보존하고 있다.
특히 안채와 사랑채의 3량가 구조 등 원형이 비교적 온전히 남아 있는 편이다. 전통적인 방식에 근대적인 주거 특성이 섞여 있어 학술적 가치가 높은데, 경남도는 지난 2016년 1월 경남도 문화유산자료(당시 문화재자료)로 지정하기도 했다.
허선구 선생 후손인 허맹 행성사 회장(좌)과 조규일 진주시장(우)이 고가에서 개문식을 진행하고 있다. 김현우 기자
다만 허선구 고가는 구축된 지 110년이 지나면서 노후화로 인한 보수공사 필요성이 제기됐다. 목재 건축물이다 보니 기둥과 보 등 구조물이 썩거나 뒤틀리는 현상이 나타났다. 또한 기와 교체와 지붕 보강도 필요하다는 진단이 나왔다.
이에 진주시는 건물 복원과 안전사고 예방, 허선구 고가의 관광 자원화 등을 위해 지난 2022년 4월부터 2025년 8월까지 총사업비 14억 7700만 원을 들여 복원 사업에 착수했다. 안채와 중문채, 문간채, 곳간채 등 주요 부속건물을 전면 해체·보수하고 화장실을 증축했다.
허선구 선생은 LG그룹 창업주인 연암 구인회 회장에게 결정적인 영감을 준 인물이자 진주 지역 교육 발전에 크게 이바지한 지식인이다. 구인회 회장의 손위 처남으로 구 회장에게 서울 유학을 권하는 등 사업가로서 성장하는 데 큰 역할을 했다. 또한 허선구 선생의 부친인 허만식 선생은 LG 공동 창업주이자 GS그룹의 뿌리인 허만정 선생과 6촌 관계로, 이들 모두 진주여자고등학교(당시 일산고등여학교) 설립에 함께 참여하기도 했다.
고택이 위치한 승산마을은 김해 허 씨와 능성 구 씨가 함께 터를 잡은 집성촌으로, ‘구인회 생가’와 ‘허만정 고택’ 등이 있어 지역 근대사에서도 큰 의미가 있는 지역이다. 이런 가운데 허선구·허만식 부자는 승산마을의 두 거대 가문인 허 씨와 구 씨 집안을 혼맥과 우정으로 잇는 중심에 있었다. 또한 고택은 그 화합과 기업가 정신의 상징으로 남아 있다.
진주시는 앞으로 허선구 고가에서 ‘꿈과 숨결을 잇는 허선구 고가’ 활용 사업을 추진할 계획이다. 김현우 기자
진주시는 이번 보수공사로 허선구 고가의 역사·생활 문화적 가치를 회복하고 향후 ‘꿈과 숨결을 잇는 허선구 고가’ 활용 사업을 추진할 계획이다. 주요 프로그램으로는 △초시댁 시간여행 △전통문화 체험 △지역 역사 해설 등이 기획되고 있다.
조규일 진주시장은 “전통 건축물 보존은 지역의 정체성을 지키는 일”이라며 “허선구 고가가 시민과 방문객이 찾는 역사문화 공간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관리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허선구 고가는 현재 선생의 후손인 허맹 행성사 회장이 관리하고 있다. 조규일 시장은 앞서 지난 2021년 허맹 회장을 만나 허선구 고가 보수와 활용 방안 등을 논의한 바 있다.
김현우 기자 khw82@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