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은 한일 음식 문화 교류 최전선
일본식 어묵 받고 한국식 명란 주고
부산은 음식 분야에서 일본과 문화 교류가 활발했다. 일본식 우동 문화가 일찍부터 정착되어 있었고, 라멘 전문점이 가장 먼저 크게 늘어난 지역도 부산이었다. 부산어묵의 역사는 개항과 더불어 일본인이 대거 부산에 정착해 소규모 어묵 공장을 운영하면서 시작된다. 반대로 일본인이 즐겨 먹는 멘타이코는 부산에서 건너갔다. 부산에서 태어난 가와하라 도시오 씨가 일본에 간 뒤에도 부산에서 맛본 명란을 잊지 못해 내놓기 시작, 오늘날 일본 최대 명란 기업 ‘후쿠야’로 성장한 것이다.
돈가스는 일본식 ‘돈카츠’에서 출발했다. 정교하게 칼을 써서 생선회를 뜨는 방식이나 복국도 일본의 영향을 받았다. 오래된 빵집들의 단골 메뉴인 단팥빵, 카스테라, 버터크림빵 등도 마찬가지다. 최근 K컬처의 영향으로 한국 음식이 인기를 끌며 일본에 직접 진출하려는 부산 업체들도 늘고 있다. ‘낙지볶음 안경희 개미집’은 올해 교토·오사카 등에 진출했고, ‘이하정 간장게장’도 후쿠오카에 진출했다. ‘해운대암소갈비’는 분점인 ‘윤해운대갈비’의 도쿄 진출을 노리고 있다.
지난 여름 후쿠오카에 갔다 비빔밥 정도는 한식당 말고도 어디서나 흔하게 파는 모습에 격세지감을 느꼈다. 음식은 영향을 주고받는다. 어쩌면 돈코츠라멘과 비슷하면서도 결이 다른 부산 돼지국밥을 일본에서 쉽게 찾아볼 날이 머지 않았는지도 모르겠다.
박종호 기자 nleader@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