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역사 잊은 민족에게 미래란 없다는 말, 일상서 실천을” 노형준 부막숯불닭갈비 부산대점 대표

김재량 기자 ryang@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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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전용사 식사 대접 행사 열어
감사 문구 적힌 텀블러 선물도
“나라 지켜주신 빚을 갚는 것”
광복절 이벤트로 애국심 고취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 미래는 없다’는 말은 일상에서도 실천해야 할 말이라고 생각합니다.”

부산 금정구 장전동 ‘부막숯불닭갈비 부산대점’ 노형준(32) 대표는 올해 6·25전쟁과 베트남전 참전용사들을 상대로 식사 제공 행사를 열었다. 가게 한쪽에는 행사 후 6·25참전유공자회로부터 받은 감사장이 걸려 있다.

지난해 9월 가게를 연 노 대표는 평소 요식업계가 소외된 이웃에게 정을 나누는 모습을 보며 언젠가 우리 사회에 감사해야 할 분들을 챙기고 싶다는 마음을 품었다. 올해 1월 ‘첫 초대 손님’을 고민하던 중 금정구보훈회관에 직접 전화해 참전용사 초청 행사를 잡았다. 그는 “나라가 굴하지 않고 번영하게 된 데에는 참전용사들의 희생이 있었다”고 말했다.

행사는 올해 1월과 6월 두 차례 열었다. 첫 행사 때는 겨울을 따뜻하게 보내길 바라는 뜻에서 감사 문구를 새긴 텀블러도 제작해 전달했다. 6월 행사는 보훈의 달을 맞이해 열었다. 가게를 찾은 6·25전쟁과 베트남전 참전용사들은 총 100여 명이었다.

노 대표는 식사 비용을 받지 않았다. 행사마다 식사 비용이 100만 원가량 들었고 텀블러 제작에도 약 50만 원을 썼다. 따뜻한 행사 취지에 본사도 힘을 보탰다. 초청 행사는 노 대표가 기획했지만, 노 대표가 취지를 전하자 본사 신현승 대표가 닭갈비 고기와 소스를 지원했다. 노 대표는 “본사 도움 덕에 더 좋은 식사를 대접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노 대표는 이런 행사가 부담스럽지 않다고 했다. 우리나라가 발전을 이루는 토대를 마련해 주신 분들께 100만 원 상당 식사를 대접하는 것은 빚을 갚는 것일 뿐이라는 마음에서다. 그는 “세계 최빈국 한국이 선진국 반열에 오른 데에는 참전용사들의 희생이 있었기 때문”이라며 “그분들에게 미약하게나마 작은 식사라도 대접하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식사를 마친 참전용사들의 말도 노 대표의 의지를 더 확고하게 만들었다. 노 대표는 “어르신들이 ‘살 날이 얼마 남지 않았는데 젊은 청년에게 이런 대접을 받아 고맙다’고 하셨다”며 “행사 뒤 어르신과 함께 다시 가게를 찾은 가족들도 살면서 이런 일은 처음이라고 했다”고 회상했다.

지난달 금정구 금성동에 새로운 가게를 여는 등 바쁜 일상을 보내고 있지만, 노 대표는 내년에도 연말·연초 1회, 보훈의 달 1회 식사 대접을 계획하고 있다. 행사를 진행하며 국가유공자 예우 정책의 열악함을 체감해서다. 현행법상 정부가 지급하는 참전명예수당은 월 45만 원에 불과하다. 지난달 국민연금연구원이 조사한 1인 적정 노후생활비인 월 192만 원의 4분의 1 수준에도 못 미친다.

노 대표는 “참전용사들이 목숨을 바쳐 한국을 지켜낸 대가가 겨우 이 정도일 줄은 몰랐다”며 “이들이 모두 돌아가시기 전에 정부와 지자체가 나서서 챙겨드려야 한다”고 지적했다. 국가유공자에 대한 예우가 부족하다는 목소리가 커지자 국회는 지난 2일 내년도 정부 예산안에 참전명예수당 192억 원을 증액한 바 있다.

그는 “거창한 목표보다는 이런 자리를 계속 이어가며 각자만의 동참으로 확대됐으면 좋겠다”며 “더 좋은 기획이 있다면 다른 분들과도 협업하겠다”고 말했다.

노 대표는 시민들의 역사 인식 제고에도 노력을 이어오고 있다. 지난 8월 광복절을 맞이해 태극기를 지참하거나 태극기 관련 의류, 액세서리를 착용한 손님들에게 식사비 20%를 할인해 주는 이벤트를 진행했다.

노 대표는 마지막으로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는 미래가 없다’는 독립운동가 신채호 선생의 말을 빌려 감사를 전했다. 그는 “우리가 누리는 자유와 번영은 윗세대의 숭고한 헌신 위에 있다”며 “국가유공자와 참전용사 어르신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린다”고 밝혔다.


김재량 기자 ryang@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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