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트코인, 장기 상승 흐름 지속… ‘하이브리드 금융’ 본격화
2026년 가상자산 시장 전망
비트코인 가격 상승 전망 ‘속속’
JP모건 “17만 달러까지 오를 것”
달러·금 이은 저장 자산 도약기대
스테이블코인 거래 규모 커질 듯
지난 2일 비트코인 시세가 8만 5000달러 부근에서 움직이던 모습. 이날 서울 강남구 업비트 라운지 전광판에 비트코인 시세가 표시돼 있다. 연합뉴스
2026년 가상자산 시장은 단기 조정을 거친 비트코인이 장기 상승 흐름을 이어가며 시장 중심 자산으로 자리 잡는 국면에 들어설 것으로 전망된다. 글로벌 금융시장에서는 스테이블코인과 실물자산 토큰화(RWA), 상장지수펀드(ETF) 확산을 계기로 가상자산과 전통 금융의 결합이 가속화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비트코인도 ‘디지털 금’을 넘어 제도권 핵심 가치 저장 자산으로 부상할 가능성이 크다.
■비트코인, 장기 전망 상승은 여전
25일 오전 10시 기준 글로벌 가상화폐 시황 사이트 코인마켓캡에 따르면 ‘가상화폐 대장주’ 비트코인 가격은 9만 343달러를 기록 중이다. 비트코인 가격은 올해 1월 1일 9만 3425달러로 출발해 지난 4월 미국 트럼프 행정부발 ‘관세 전쟁’ 여파로 7만 6273달러까지 곤두박질쳤다. 이런 와중 지난 8월 미 의회의 친 가상화폐 법안 통과, 10월에는 비트코인 현물 ETF로의 자금 유입 덕분에 비트코인 가격이 각각 12만 달러대를 돌파했다.
하지만 비트코인 시세는 지난 10월 7일 12만 4752달러로 최고점을 찍은 뒤 내리막길을 걷다 급기야 지난달에는 8만 달러대까지 급락하기도 했다. 가상화폐 업계에서는 당시 바이낸스 청산 오류 등 시장 내부의 기술적 불안정이 겹치며 신뢰가 크게 흔들린 것으로 분석했다. 게다가 미국의 금리 인하 불확실성·ETF 자금 유출·증시 조정 등도 영향을 끼친 것으로 보인다.
다만 글로벌 금융업계는 비트코인의 장기고점이 아직 도달하지 않았다는 판단을 내놓았다. 가상자산 운용사 코인셰어즈는 생산성 향상을 동반한 경제 연착륙 때 비트코인 가격이 15만 달러를 초과할 것으로 전망했다. 완만하고 안정적인 성장이 이뤄지는 경우 11만~14만 달러 범위 내에서 움직일 것으로 예상했다.
JP모건도 향후 6~12개월 내에 비트코인 가격이 17만 달러까지 오를 수 있다고 주장했다. JP모건은 비트코인의 변동성이 과거 금의 2.5배 수준에서 최근 1.8배까지 낮아지면서 ‘디지털 금’으로서의 위험이 크게 줄었다고 평가했다. 이에 따라 비트코인의 시가총액이 현재 약 1조 7800억 달러에서 3조 5000억 달러로 확대될 경우, 개당 가격은 약 17만 달러 수준이 된다는 계산이 나온다는 것이다.
코빗리서치센터 김민승 센터장은 “시장에서는 14만~17만 달러 구간이 계속 목표가로 제시돼 왔고, 이 범위는 2026년 상반기 중에 도달할 가능성이 높다”며 “미국 금리 인하가 본격화되고 경기 불확실성이 해소되면, 위험자산 전반에 ‘에브리싱 랠리’가 올 수 있고 비트코인도 그 흐름을 탈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글로벌은 ‘가속’, 한국은 ‘거북이 걸음’
금융업계는 내년 가상자산 시장이 전통·제도권 금융과의 결합이 한층 깊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글로벌 자산운용사 코인쉐어즈는 가상자산과 기존 금융 시스템이 결합하는 이른바 ‘하이브리드 금융’ 시대가 본격화될 것으로 내다봤다.
실제로 지난해 스테이블코인 거래 규모는 27조 6000억 달러로, 비자와 마스터카드의 연간 결제액을 합한 수준이다. 이런 흐름 속에서 블랙록의 RWA 펀드 ‘비들’(BUIDL)과 JP모건의 토큰화 예금 사례처럼, 전통 금융기관들도 블록체인 활용을 확대 중이다.
JP모건은 비트코인이 단순한 가치 저장 수단인 ‘디지털 금’을 넘어, 기관 자본을 흡수하며 기술적 진화를 이어가고 있다고 평가했다. 우선 파생상품 시장에서 레버리지가 줄어들며 시장이 안정됐다. 게다가 금과 비교한 비트코인의 위험 조정 가치가 개선되면서 기관들의 자산 재배분도 가속화되고 있다는 것.
코빗리서치센터는 내년 가상자산 시장이 미국의 제조업 부흥을 위한 ‘하나의 크고 아름다운 법안’(OBBA)으로 대표되는 ‘강화된 레이거노믹스’ 기조 속에 생산성 중심 성장 국면에 진입할 것으로 전망했다. 동시에 RWA와 탈중앙화거래소(DEX)가 성장하면서 온체인 금융 생태계가 완성되고, 블록체인은 실물자산과 정책, 기술이 결합된 제도권 자본시장 인프라로 진화할 것이라는 예상도 내놨다.
반면 글로벌 흐름과 달리 한국의 디지털금융 전환 속도는 상대적으로 더디다는 지적도 나온다. 국내에서는 제도화와 시장 활성화, 모두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한국디지털금융진흥원 이현규(국립부경대 디지털금융학과 교수) 원장은 “디지털금융의 법과 제도 논의는 진행되고 있지만, 거래 활성화와 사회적 인식, 교육 측면에서는 여전히 갈 길이 멀다”며 “스테이블코인과 RWA 같은 분야는 분명 성장 가능성이 있지만, 국내에서 내년 한 해 만에 대체자산 시장으로 급격히 커지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황석하 기자 hsh03@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