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기반 뿌리째 흔들어”… 부산 전세사기 70대 부부 ‘실형·배상’ 판결

이우영 기자 verdad@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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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지법, 징역 5년과 4년 각각 선고
총 12억 9500만 원 배상 명령하기도
재판부 “검찰 구형만큼 징역형 선고”

전세사기 피해자와 관련 단체 회원들이 지난 4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전세사기특별법 개정안에 대한 연내 처리를 촉구하고 있다. 연합뉴스 전세사기 피해자와 관련 단체 회원들이 지난 4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전세사기특별법 개정안에 대한 연내 처리를 촉구하고 있다. 연합뉴스

부산에서 24억 원대 전세사기를 벌인 혐의로 기소된 70대 부부에게 법원이 징역형을 선고하며 배상 명령까지 내렸다. 재판부는 “삶의 기반을 뿌리째 흔들었다”며 검찰 구형만큼 실형을 선고하고 부부를 법정에서 구속했다.

14일 법조계에 따르면 부산지법 형사11단독 정순열 판사는 사기와 횡령 혐의로 기소된 70대 남성 A 씨에게 징역 5년, 70대 여성 B 씨에게 징역 4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또 배상 신청인 14명에게 각 4500만~1억 4000만 원씩 총 12억 9500만 원을 배상하라고 명령했다.

부부인 A 씨와 B 씨는 2017년 11월부터 2022년 9월까지 부산 동구 다세대주택 임대차 계약을 체결하거나 연장해 25명에게 보증금 등 24억 1300만 원을 받아 돌려주지 않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부부는 또 2022년 12월부터 2023년 1월까지 22명에게 수도세 등 다세대주택 사용료 총 541만 8985원을 55회에 걸쳐 받고, 그 돈을 임의로 쓴 혐의로도 기소됐다.

검찰에 따르면 A 씨 부부는 2015년 12월 대출금 5억 3500만 원을 투입해 동구 다세대주택 부지를 6억 2500만 원에 매수했다. 2016년 4월 공사비 도급 계약을 19억 7300만 원에 체결했고, 17억 5000만 원을 또 대출받았다. 업체가 건물 7층 골조만 지은 채 공사를 중단하자 A 씨 부부는 지인과 가족에게 13억 원을 빌려 나머지 공사비를 충당했다.

A 씨 부부는 2017년 10월 다세대주택을 완공한 후 건물을 담보로 21억 6000만 원을 또 대출받았다. 이들은 이자 비용이 월 1400만 원에 이르고, 제1금융권 추가 대출이 어려워지자 보증금과 월세를 이용한 ‘돌려막기’에 나섰다. A 씨 부부는 임차인에게 “건물 가치가 45~50억 원 정도”라며 “전세보다 월세 비중이 높아 보증금 회수에 문제가 없다”고 말하며 임대차 계약을 이어갔다.

재판 과정에서 A 씨 부부는 “임차인들에게 허위 내용을 고지한 게 없고, 은행의 갑작스러운 원금 상환 요구 등 외부 사정이 작용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부인 B 씨는 임대 사업 구조나 상황을 알지 못한 채 명의만 빌려주고 계약에 동석만 했다”고 공동정범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재판부는 지속 가능한 사업이 아니었고, 은행 원금 상환 요구는 대출금을 제대로 갚지 않아 대출 연장이 안 됐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A 씨 부부는 자본을 거의 들이지 않고 대출금 등 타인 자본을 활용했다”며 “거액의 대출 이자 등 부담에서 벗어나기 위한 방편으로 다세대주택을 모두 임대했다”고 밝혔다. 이어 “보증금과 월세 등으로 채무 돌려막기를 계속하다가 반환 불능이라는 중대한 사태를 초래했다”며 “관리비 등을 용도대로 사용하지 않고, 대출이자 변제 등에 임의로 사용해 횡령까지 한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B 씨는 임대차 계약 체결, 보증금과 월세 수령과 관리, 입출금 관리 등 주요 업무를 담당했다”며 “경제적 이익을 공유해 공동 정범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범행 특성을 고려한 듯 “검찰 구형만큼 징역형을 선고한다”고 별도로 언급했다. 재판부는 “전세사기 피해자들은 주로 직장인, 취업 준비생, 신혼부부들로 부동산 거래 경험이 많지 않은 사회 초년생들”이라며 “서민층과 사회 초년생들 전 재산이자 삶의 터전을 대상으로 한 범행으로 삶의 기반을 뿌리째 흔드는 중대한 범죄”라고 했다. 그러면서 “전세사기는 주거 생활의 안정을 뒤흔든다”며 “범행으로 인한 실질적 피해는 숫자로 표현된 것보다 더욱 막심하다”고 덧붙였다.

재판부는 다만 “미필적 고의에 의한 범행으로 보인다”며 “일부 피해는 주택임대차보호법 등에 따라 회복할 수 있다고 보이는 점 등을 고려했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이우영 기자 verdad@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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