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리핀 택시에서 1억 든 가방 도난, 알고보니…
“환치기로 돈 번다” 거짓말로 유인
가짜 택시 섭외해 돈 가방 가로채
울산지법, 징역 8월·집유 2년 선고
울산지방법원 전경. 부산일보DB
거액인 든 친구의 여행가방을 가로채려고 택시 도난 사건인 양 사기극을 꾸민 40대가 법원에서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울산지법 형사3단독 이재욱 부장판사는 특수절도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A 씨에게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고 5일 밝혔다.
A 씨는 2018년 1월 지인과 짜고 한국에 있는 그의 친구 B 씨를 필리핀으로 오게 해 돈을 뜯어낼 계획을 세웠다.
두 사람은 B 씨에게 연락해 “필리핀에서 ‘환치기’를 하면 1억 원으로 300만∼400만 원 정도를 벌 수 있다. 10만 유로를 가지고 오라”며 꼬드겼다.
이 말에 혹한 B 씨는 여행용 가방에 10만 유로(당시 환율로 1억 2900만 원)를 넣어 한밤에 필리핀 공항에 도착했다.
A 씨 등은 일단 B 씨를 공항 인근 식당으로 데려가 식사를 한 뒤 숙소로 이동하기 위해 마침 앞에서 대기하던 택시를 잡았다. B 씨가 별다른 의심 없이 택시 트렁크에 10만 유로가 담긴 여행 가방을 싣는 순간, 택시는 기다렸다는 듯 도주했다.
이 택시는 A 씨가 B 씨 돈을 빼돌리려고 미리 섭외한 차량이었고, 또 다른 지인이 택시 기사로 위장해 대기하고 있었던 것.
눈앞에서 1억 원이 훨씬 넘는 돈을 도둑맞은 B 씨는 곧장 피해 사실을 경찰에 신고했고 수사가 한참 진행된 후에야 사건의 전말을 알게 됐다. A 씨는 이 과정에서 결국 수사기관에 자수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이 잘못을 인정하고 있고 초범인 점, 피해자와 합의해 처벌을 원하지 않는 점 등을 참작했다”고 선고 이유를 밝혔다.
권승혁 기자 gsh0905@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