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어 선물하고 돼지고기 돌리고… “경남도의회 수치”

강대한 기자 kdh@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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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장단 선거 앞 동료에 선물
국힘 소속 의장·부의장 송치
의원 56명 무더기 경찰 조사

경남도의회 전경. 부산일보DB 경남도의회 전경. 부산일보DB

경남도의회가 출범 70여 년 만에 처음으로 ‘도의원 무더기 경찰 조사’라는 불명예를 뒤집어 썼다. 제12대 후반기에 당선된 현직 의장과 부의장 등이 선거 과정에서 동료 의원들에게 선물을 살포했고, 국민의힘 소속 의원들이 이를 받은 사실이 적발되면서다.

경남경찰청 반부패경제범죄수사대는 14일 최학범(김해1) 경남도의회 의장과 박인(양산5) 경남도의회 제2부의장을 각각 정치자금법, 뇌물 공여 혐의로 창원지방검찰청에 송치했다. 또 최 의장 명의로 선물을 준비해 실제 의원들에게 제공한 전직 도의원 A 씨도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검찰에 넘겨졌다.

경찰에 따르면 이들은 지난해 6월께 열린 도의회 후반기 의장단 선거 직전인 국민의힘 당내 경선 과정에서 소속 동료 의원 56명에게 510만 원 상당의 장어·돼지고기 선물세트를 제공한 혐의를 받고 있다.

최 의장과 A 씨는 장어 선물세트 18개(180만 원 상당)를, 박 부의장은 돼지고기 선물세트 56개(336만 원 상당)를 동료 의원에게 돌렸다. 경찰은 A 씨가 법인 자금으로 장어 선물을 사들인 뒤 최 의장 명의로 동료 의원들에게 택배를 발송한 것으로 판단했다. 박 부의장은 자신이 직접 보낸 것으로 파악된다.

경남도의회는 1952년 출범해 현재 지역구 의원과 비례의원 등 64명으로 구성돼 있다. 이 중 더불어민주당 소속 4명을 제외한 60명이 국민의힘 소속이다. 당시 후반기 의장·부의장에 출마했던 후보자를 제외한 모든 여당 의원이 선물을 받은 셈이다.

이 같은 의혹은 경남도선거관리위원회가 지난해 8월 해당 건을 경찰에 고발하면서 수사가 시작됐다. 경찰은 같은 해 12월 최 의장과 박 부의장 사무실 등을 압수수색 하며 관련 자료를 확보, 이들이 의장단 선거에서 표심을 얻기 위해 각자 물품을 건넨 것으로 판단했다. 경찰 관계자는 “의장단이 임기를 마치고 지역구 특산물을 제공하는 경우가 있기는 하지만 이번 사건은 의장단 선출 전 선거를 유리하게 이끌기 위해 물품을 보낸 것이라 의심된다”고 말했다.

경찰은 장어와 돼지고기 등을 모두 받은 의원 18명에 대해 소환 조사를 하고, 나머지 36명은 전화나 서면 등 비대면 조사를 통해 혐의 내용을 확인했다.

다만, 경찰은 동료 의원들이 통상적인 인사치레로 인지한 점, 선거 결과에 큰 영향을 끼치지 않은 점 등을 들어 따로 불송치했다. 선물을 건넨 이와 받은 이의 의도가 다르다는 설명이다.

한편, 이번 경찰 수사 결과에 대해 최 의장은 “A 씨와 공모한 사실이 없으며 사건에 관여하지도 않았다”고 반박했다. 박 부의장은 “의례적인 선물로 공교롭게 경선을 앞둔 시점이라 오해를 샀을 뿐 당선에 큰 영향은 없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민심을 대표하는 지방의회에서, 그것도 의장단이 위법 행위로 논란을 산다는 것 자체가 수치스러운 일이라는 비판도 나온다. 경남대학교 정치외교학과 조재욱 교수는 “국회에서는 전반기 의장이 후반기에 다시 출마하는 경우가 없으며 의장이 되면 당적도 포기해야 한다”면서 “그러나 지방의회 의장단은 중립성을 못 지키는 일이 허다한 데다 후반기 불출마 관행도 어겨 결국 이런 잡음이 일어난다. 의장단 선출 방식에 대한 고민이 필요해 보인다”고 꼬집었다.


강대한 기자 kdh@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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