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관세 폭탄 ‘충격’ 국내 기업, 1분기 실적 ‘희비’
삼성전자 영업익 전년 동기보다↓
SK하이닉스는 128% 증가 예상
배터리 업계는 대부분 부진 전망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의 ‘관세 폭탄’과 관련, 국내 산업계의 실적 악화가 우려되는 가운데 이미 1분기에도 대외 불확실성으로 주요 기업들의 실적이 업종별로 크게 엇갈린 것으로 분석된다.
8일 1분기 잠정실적을 발표하는 삼성전자는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크게 감소한 것으로 예측됐다. 최근 1개월 내 보고서를 낸 증권사 15곳의 삼성전자 1분기 실적 컨센서스는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25.17% 감소한 4조 9430억 원이었다.
삼성전자는 고대역폭 메모리(HBM) 납품이 지연된 데다 파운드리 적자, TV·가전 경쟁 심화, 디스플레이 수익성 둔화 등의 악재 속에서 3개 분기 연속 영업이익이 감소세를 보였다. 김록호 하나증권 연구원은 “D램과 낸드 출하는 전분기 대비 각각 5%, 11% 하락했고, 가격은 9%, 15% 하락했다”며 “시스템 반도체 부문이 전분기 대비 외형 감소로 인해 적자 폭이 확대됐다”고 분석했다.
HBM의 주도권을 쥔 SK하이닉스는 비수기임에도 안정적인 실적을 기록했을 것으로 예상된다. 연합인포맥스 등에 따르면 SK하이닉스의 1분기 영업이익은 작년 동기 대비 127.81% 증가한 6조 5745억 원, 매출은 38.92% 증가한 17조 2668억 원으로 집계됐다. SK하이닉스는 이달 말 실적을 공개한다. 반도체 기업의 경우 관세가 여전히 변수로 남아 있다. 상호관세에서는 예외가 적용됐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3일(현지 시간) “반도체(관세)가 곧 시작될 것”이라고 말했기 때문이다. 가전 사업이 중심인 LG전자는 가전 구독 사업과 냉난방공조(HVAC) 사업의 고성장으로 시장 기대를 웃도는 성적을 내놓을 것으로 예상된다. 연합인포맥스에 따르면 LG전자의 1분기 매출 컨센서스는 22조 4130억 원으로, 1분기 기준 역대 최대치를 기록할 전망이다. 배터리 업계는 전기차 캐즘(Chasm·일시적 수요 정체)과 정책 불확실성으로 실적 부진이 이어질 전망이다. LG에너지솔루션의 1분기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43.14% 감소한 894억 원에 그칠 것으로 예측됐다. 작년 1분기 2674억 원의 영업이익을 냈던 삼성SDI는 올해 1분기 3587억 원의 영업손실을 내며 적자전환할 전망이다. SK온 역시 3000억 원 안팎의 영업손실을 낼 것으로 예측된다.
자동차는 트럼프발 관세 직격탄에도 1분기 견조한 판매 실적을 올리며 선방한 것으로 보인다. 현대차의 1분기 글로벌 판매량은 100만 대로 연간 판매 목표(417만 대)의 24.1%를 달성했고, 기아는 1분기에 77만 대를 판매하며 창사 이래 분기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현대차의 1분기 매출 컨센서스는 전년 동기 대비 6.57% 증가한 43조 3300억 원으로 집계됐다. 다만 영업이익은 4.25% 감소한 3조 4060억 원으로 예측됐다. 기아 역시 1분기 매출은 5.47% 증가한 27조 6465억 원을 기록한 반면, 영업이익은 11.85% 감소한 3조 198억 원을 기록한 것으로 예측됐다.
박광래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관세로 인한 가격 상승을 우려한 소비자들이 1분기 신차 구매에 나서 2분기 이후부터는 미국 자동차 시장 전반에 수요 공백이 발생할 우려가 있다”며 “트럼프 2기 행정부의 관세 정책이 본격적으로 시행되는 4월부터의 실적이 올해 전체 실적에 지대한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말했다.
김종우 기자 kjongwoo@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