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머스크 손 떼라” 미 50개 주서 반대 시위 확산
트럼프 2기 집권 이후 최대 시위
워싱턴서 앵커리지 전역서 집결
예산 삭감·이민자 강제 추방 등
각종 효율화 정책에 반대, 거리로
오바마·해리스도 비판 목소리 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국정 운영에 분노한 미국 시민들이 거리로 쏟아져 나왔다. 트럼프 2기 행정부가 들어선 이후 가장 큰 규모의 시위로, 워싱턴부터 알래스카 앵커리지까지 미국의 모든 주에서 시민들이 거리에 나와 트럼프 행정부를 비판했다.
5일(현지 시간) AP·로이터 통신 등에 따르면 미국 전체 주인 50개 주 1200개 이상 장소에서 인권 단체, 노동조합, 성소수자 권리 옹호단체, 참전 군인 단체 등 150개 이상 단체가 참여한 트럼프 대통령 반대 시위가 열렸다. 이번 시위는 ‘핸즈 오프’(Hands off, 손 떼라· 물러가라)를 기치로 시민들이 모였다.
시위 참여자들은 연방 공무원 해고, 사회보장국 지역 사무소 폐쇄, 이민자 강제 추방, 트랜스젠더 보호 정책 후퇴, 건강·보건 관련 예산 삭감 등 트럼프 행정부의 주요 정책이 모두 잘못됐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들은 테슬라 최고경영자(CEO)이자 정부 효율부(DOGE) 수장인 일론 머스크 퇴진도 함께 외쳤다. 머스크는 예산 삭감 등 일련의 정부 효율화 작업을 통해 수십억 달러의 세금을 절약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머스크의 정부효율부는 230만 명에 달하던 공무원 중 20만 명 이상을 감축했고, 때로는 필수 전문 인력까지 해고해 일부가 복귀하는 해프닝도 있었다. 최근에는 미국 국세청이 직원의 25%에 해당하는 2만 명 이상의 감원을 시작했다.
백악관은 이날 벌어진 시위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의 입장은 분명하다. 자격 있는 수혜자에게 사회보장제도, 메디케어(노인 공공의료 보장제도), 메디케이드(저소득층 공공의료 보장제도)를 보호할 것이다”며 “민주당은 불법 이민자들에게 이 혜택을 제공하려 하고 있다. 결국 민주당은 이 제도를 파탄 내고 미국 노인들은 짓밟힐 것이다”는 성명을 냈다.
워싱턴 DC 내셔널 몰 앞에서 열린 집회에서 인권 운동 단체 휴먼 라이츠 캠페인 켈리 로빈슨 대표는 “미국 정부는 우리의 책을 금지하려 하고 HIV(인간면역결핍) 예방 예산을 삭감하고, 의사와 교사, 가족, 우리의 삶을 범죄화하고 있다”면서 “우리는 이런 미국을 원하지 않는다. 모두에게 존엄성, 안전, 자유가 보장되는 미국을 원한다”고 말했다.
워싱턴 집회에 참여한 시민 중 한 사람인 웨인 호프먼은 “결국 빨간 주(공화당 지지 주)의 농민들에게 피해를 줄 것이다”며 “사람들이 일자리를 잃고, 401K(퇴직연금)도 무너질 것이다”며 트럼프의 경제 정책과 관세 정책에 반대한다는 뜻을 나타냈다.
트럼프 대통령이 상호 관세 정책을 발표한 직후 전 세계 금융 시장이 흔들렸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플로리다주에서 골프를 즐겨 시위대의 반발을 샀다. 플로리다주 웨스트 팜 비치에 모인 시위대 400여 명은 ‘시장은 붕괴, 트럼프는 골프’라고 쓴 팻말을 들고 구호를 외쳤다.
미국 시위가 열리기 전 유럽 각지에서도 ‘반트럼프 시위’가 열렸다. 독일 베를린과 프랑크푸르트, 프랑스 파리, 영국 런던에서도 미국 교민들이 같은 목소리를 냈다.
한편, 앞서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과 카멜라 해리스 전 부통령은 전날인 4일 공개적으로 트럼프 대통령의 정책을 비판했다. CNN 방송에 따르면 오바마 전 대통령은 뉴욕 해밀턴 칼리지에서 “만약 내가 이런 일을 했다고 상상해 보라. 지금 침묵하는 이 정당들이 만약 내가 이랬다면 절대 용납하지 않았을 거다”면서 “다른 대통령들도 마찬가지일 거다”고 꼬집었다.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정책에 대해 그는 “미국에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다”고 비판했다.
해리스 전 부통령도 같은 날 연설에서 “우리는 많은 조직이 침묵하고 있는 것을 보고 있다. 명백히 위헌적인 위협에 굴복하는 모습도 보이고 있다”면서 “두려움은 전염되지만 용기도 또한 전염된다. 우리는 서로의 용기로 연대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조영미 기자 mia3@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