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도 확장’ 급한데… 국힘, 탄핵 책임 놓고 내홍 격화
여당 의원총회서 탄핵 책임 두고 충돌
“찬탄파 책임” vs “윤석열 결별해야”
‘통합’ 내세웠지만 노선 갈등 장기화 우려
헌법재판소의 윤석열 전 대통령 파면 결정 이후, 국민의힘 내부에서 ‘탄핵 책임론’을 둘러싼 분열이 본격화되고 있다. 파면 직후 열린 의원총회에서는 탄핵 찬성파를 향한 공개적 공세가 이어졌고, 이에 맞서 찬성파는 친윤계의 자성을 요구하며 반격에 나섰다. 조기 대선을 앞두고 통합과 중도 확장의 필요성이 커지고 있지만, 윤 전 대통령과의 관계 설정을 둘러싼 노선 갈등은 쉽게 봉합되기 어려운 분위기다.
지난 4일 윤 전 대통령 파면 직후 국회에서 열린 국민의힘 의원총회에서는 탄핵 책임을 두고 여당 의원들 간 갈등이 불거졌다. 강성 친윤계인 국민의힘 윤상현 의원은 “분열돼서 대통령을 두 번씩이나 탄핵시키는 어리석은 집단이 어디 있느냐”며 “동료 의원들이 탄핵에 앞장섰고, 지금도 찬탄파와 함께 못 앉겠다는 사람이 많다”고 탄핵 찬성파를 공개 저격했다.
정점식 의원은 “이 순간에도 웃고 있을 사람들이 있다”며 “탄핵에 찬성한 의원들에 대한 조치를 공론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나경원 의원은 “탄핵에 더 신중했어야 했다”고 지적했고, 김기현 의원은 “우리는 폐족이 됐다”며 “같은 생각을 가진 사람들끼리 전열을 재정비하고 다음 10년을 준비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반면 탄핵 찬성파는 기각·각하를 주장했던 친윤계를 향해 반성을 촉구하는 모습이다. 이들은 윤 전 대통령의 파면이 이뤄진 만큼 윤 전 대통령과의 결별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다. 조경태 의원은 지난 4일 CBS 라디오 ‘박재홍의 한판승부’에 출연해 “지금 국민의힘은 윤 전 대통령과 동일선상에 있는 이미지, 탄핵 반대 이미지, 비상계엄을 옹호하는 이미지로 굳어지고 있다”며 “이대로는 대선은 물론이고 어떤 선거도 이기기 어렵다”고 진단했다. 조 의원은 “부정선거론에 동조하는 정치인은 자유통일당과 다를 바 없다”며 “그런 분들은 자통당으로 가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라고 지적했다. 또 “헌재 결정을 수용하지 못하는 정치인은 국민의힘에 남아 있을 이유가 없다”고 지적했다.
4·2 재보궐선거 참패에 윤 전 대통령 탄핵까지 겹치면서 여당 내에서는 중도 확장의 필요성을 절감하는 분위기다. 당시 선거에서는 윤 전 대통령 탄핵에 반대한 ‘광장 세력’이 전면에 나섰지만 결과는 참패였다. 당내에서는 이들이 외연 확장을 가로막고 중도층 이탈을 초래했다고 보고 있다.
이 때문에 여권 내에서는 윤 전 대통령과의 결별을 통해 ‘통합’과 ‘중도 확장’을 강조하는 목소리가 이어진다.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는 6일 페이스북에 여의도순복음교회 이영훈 담임목사의 시국 메시지를 다룬 언론 보도를 공유하며 “분열을 넘어 치유와 회복으로 가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파면 직후인 지난 4일에도 “서로를 비난하지 말고 모두 함께 갑시다”며 “함께 고통을 나누고 함께 극복하자”고 언급한 바 있다.윤 전 대통령 파면 이후 탄핵 찬성파를 겨냥한 공세가 커지는 가운데, 탄핵에 찬성했던 한 전 대표가 공개적으로 ‘통합’ 메시지를 낸 셈이다.
같은 당 안철수 의원도 지난 4일 SNS를 통해 “탄핵을 찬성한 분도, 반대한 분도 모두 나라를 걱정한 마음은 같을 것”이라며 “헌재 선고가 내려진 만큼, 혼란과 갈등의 밤을 끝내고 국정 안정과 국민 통합을 향해 나아가야 할 때”라고 밝힌 바 있다.
차기 대선을 준비하는 여권 잠룡들이 중도 확장의 필요성을 한목소리로 강조하고 있지만, 당내에서는 찬탄파와 반탄파 간 노선 충돌이 당분간 이어질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탁경륜 기자 takk@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