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심’ 조기 대선 개입 가능성에 여당도 “자제해야”

탁경륜 기자 takk@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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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 전 대통령 관저 정치 본격화에
여당서 “메시지 내면 안 돼” 비판
보수 결집·중도 확장 두고 셈법 복잡

국민의힘 권영세 비상대책위원장과 권성동 원내대표가 6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4선 이상 중진 의원들과의 간담회에 참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민의힘 권영세 비상대책위원장과 권성동 원내대표가 6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4선 이상 중진 의원들과의 간담회에 참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대통령직에서 파면됐지만 여전히 정치적 영향력을 내려놓지 않으려는 윤석열 전 대통령과, 중도층 확장이라는 현실적 과제를 앞에 둔 국민의힘 지도부 사이에서 미묘한 힘겨루기가 시작됐다. 헌법재판소의 파면 결정 이후 윤 전 대통령이 한남동 관저를 중심으로 정치 행보를 이어가자 여당 내부에서는 ‘윤석열 거리두기’ 필요성을 제기하는 목소리가 커지는 모습이다.

6일 정치권에 따르면 윤 전 대통령은 이날 입장문을 내고 자신을 지지한 국민변호인단에 대한 감사의 뜻을 밝혔다. 그는 “나라의 엄중한 위기 상황을 깨닫고 자유와 주권 수호를 위해 싸운 여러분의 여정은 대한민국의 위대한 역사로 기록될 것”이라며 “저는 대통령직에서는 내려왔지만, 늘 여러분 곁을 지키겠다. 힘내자”고 밝혔다. 여전히 정치적 존재감을 유지하겠다는 의중을 우회적으로 드러낸 것으로 해석된다.

윤 전 대통령은 파면 직후인 지난 4일 서울 용산구 한남동 관저에서 국민의힘 권영세 비상대책위원장과 권성동 원내대표를 만났다. 이 자리에서 그는 “시간이 많지 않기 때문에 당을 중심으로 대선 준비를 잘해 꼭 승리하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이어 5일에는 같은 당 나경원 의원을 관저로 불러 독대했다.

이처럼 윤 전 대통령이 연이은 ‘관저 정치’를 통해 파면 이후에도 여권 내 영향력을 행사하려는 움직임을 보이자, 여당 내부에서는 이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국민의힘 김대식 원내수석대변인은 지난 4일 YTN 라디오 ‘신율의 뉴스 정면승부’에 출연해 “헌재에서 판결이 난 이상은 더 이상 (윤 전 대통령의) 메시지가 나오면 안 된다”고 강조했다. 그는 “(윤 전 대통령의 메시지가) 우리가 중도를 지향하고 있는 분들을 흡수하는 데 커다란 걸림돌이 될 수 있다”며 “본인 스스로 엄청나게 억울하고 분통이 터지더라도 보수 재건을 위해, 보수 정당 승리를 위해 인내해야 한다”고 말했다.

국민의힘 지도부는 탄핵 심판 국면에서부터 윤 전 대통령과 일정한 거리를 유지해 왔다. 당내 반탄파 의원들이 헌재 앞 시위와 장외 집회에 나섰을 때에도 지도부는 이들을 직접 제지하진 않았지만, 행사에 함께하지 않으며 ‘전략적 모호성’을 유지했다. 이는 조기 대선 정국에서 중도층 유입을 고려한 신중한 행보로 해석돼 왔다.

국민의힘은 ‘1호 당원’이었던 윤석열 전 대통령과의 관계 설정을 두고 정치적 줄타기를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윤 전 대통령을 정치적 상징으로 여기는 강성 보수층의 결집력이 여전히 건재한 만큼, 이들의 이탈을 막으면서도 당 노선을 재정비해야 하는 과제를 동시에 안고 있기 때문이다. 조기 대선을 앞두고 중도층 확장이 불가피한 가운데, 탄핵 반대를 주도한 친윤계 의원들을 전면에 내세울 경우 중도 민심의 반발을 부를 수 있다는 점에서 여당의 셈법은 더욱 복잡해지는 모습이다.


탁경륜 기자 takk@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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