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로365] 미성년자와의 교제, 괜찮은가요?
김소연 법무법인 예주 대표변호사
유명 배우 과거 연애 정당성 놓고 논란
16세 미만과 성관계 땐 무조건 처벌
2020년 ‘N번방’ 계기 13세서 상향
‘아동 보호 초점’ 규정 강화 국가 증가세
청소년 성보호 위한 논의 촉발 계기로
안전하게 성장토록 사회적 합의 정비를
한 유명 배우가 과거 상대가 미성년자인 시절부터 교제를 했다는 유튜버의 폭로로 연일 입방아에 오르고 있다. 식당에서 뉴스를 보던 옆 테이블 사람들도 이에 대해 갑론을박을 벌였다. "서로 좋아서 연애한 게 뭐가 문제냐"는 의견과 "성인이 미성년자와 사귀는 것 자체가 문제"라는 반응이 팽팽히 맞섰다. 한 사람을 극도로 몰아가는 분위기에서 이 문제를 언급하는 것이 조심스럽기는 하지만, 이 논란을 계기로 미성년자와 성인의 교제에 대한 법적 기준과 사회적 책임을 다시금 짚어볼 필요가 있다.
현행 형법은 13세 미만의 미성년자와 성관계를 맺으면 동의 여부와 관계없이 범죄로 본다. 이는 13세 미만인 경우 성적 자기결정권을 행사할 능력이 없다고 보기 때문이다. 그런데 2020년 'N번방 사건' 이후 미성년자 보호의 필요성이 더욱 강조되면서, 미성년자 의제강간 연령이 기존 13세에서 16세로 상향되었다. 13세 이상 16세 미만의 미성년자도 성적 자기결정권을 온전히 행사하기 어렵다고 보고, 성인이 이들을 보호할 의무가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법 개정 당시에도 연령 기준을 어디에 둘 것인가에 대한 논의가 많았으며, 이는 여전히 법적, 사회적 쟁점으로 남아 있다. 문제가 되는 경우는 주로 SNS를 통해서 청소년과 성인이 알게 되어 만남을 가진 사례다. 두 사람이 합의에 의해 성관계를 맺은 경우, 통상 미성년자의 부모가 알기 전까지는 수면에 드러나지 않는다. 부모가 나서 형사고소를 한 경우에도 미성년 당사자는 적극적인 고소 의지가 없는 경우가 많다. 미성년자와의 합의 하에 성행위를 한 경우, 피해자의 연령에 따라 처벌 여부가 정해지다 보니, 행위자들은 일단 피해자가 16세 이상인 줄 알았다고 주장하고 나선다. 심지어 피해 미성년자들에게 "나이를 속였다"고 진술해달라고 종용하기도 한다. 물론 성숙한 외모만 보고 상대방의 나이를 오인할 가능성도 있지만, 이를 입증하는 것은 쉽지 않다. 필자가 대리를 맡았던 한 사건에서도 가해자는 피해자가 중학생인지 몰랐다고 주장했지만, CCTV 영상에서 피해자가 중학교 교복을 입고 있는 모습이 확인되며 법정 구속이 되었다.
특히 문제되는 사례는 청소년 간 교제 중 한 명이 성인이 된 경우다. 두 사람이 16세 미만일 때 교제를 시작했더라도, 한쪽이 19세가 되면 법적으로 성인-미성년자 관계가 되어 성관계가 있을 경우, 미성년자강간죄로 의제될 수 있다. 이런 경우를 보면서 일각에서는 미성년자의제강간죄를 연령을 기준으로 일률적으로 적용하는 것이 과연 합리적인가에 대한 비판적 견해도 있다. 미성년자도 성장 과정에서 점진적으로 성적 자기결정권을 가지는데, 특정 연령을 기준으로 이를 전면적으로 부정하는 것은 미성년자의 자율성과 인격권을 과도하게 제한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연령 기준을 명확히 설정하는 것은 법적 안정성과 미성년자 보호를 위한 불가피한 조치다. 특히 미성년자의제강간죄와 같은 성범죄에서 개인별 성숙도를 개별적으로 판단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고, 이를 허용할 경우 오히려 성범죄에 대한 법적 불안정성을 초래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해외에서는 청소년과 성인의 관계를 보다 명확히 규제하거나, 청소년의 성적 자기결정권을 고려하여 법을 개정하는 경우가 많다. 미국 일부 주에서는 성인과 미성년자의 관계가 일정한 나이 차이 이내일 경우, 강간죄 처벌을 면제하는 '로미오와 줄리엣 조항'을 두고 있다. 비슷한 연령대의 청소년들 간에 합의된 성관계를 범죄화하지 않기 위해 마련된 법적 예외 규정이다. 영국은 16세 미만과 성관계를 맺을 경우 강력한 처벌을 내리며, 16~18세 청소년의 경우에도 교사나 보호자 등 권력 관계가 있는 성인과의 관계는 법적 책임을 묻는다. 프랑스 또한 15세 미만과의 성관계를 강간으로 간주하여 보호를 더욱 강화했다.
이처럼 전 세계적으로 성적 동의 연령을 상향하는 추세가 뚜렷하다. 단순히 연령 기준만 두는 것이 아니라, 청소년 간 합의된 관계는 예외로 인정하면서도, 교사나 보호자 등 신뢰관계에 있는 성인에게는 더욱 엄격한 법적 책임을 부과하는 방식으로 차등화하는 흐름이다. 이러한 변화는 성인이 청소년을 성적으로 보호해야 한다는 사회적 책임을 더욱 강조하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
우리 사회에서도 청소년을 보호하는 법적 기준을 단순히 규제의 관점에서 볼 것이 아니라, 청소년이 건전하게 성숙할 수 있도록 성인들이 적극적으로 보호해야 한다는 책임의식이 필요하다. 이번 논란은 청소년 성 보호에 대한 사회적 합의를 다시 한번 돌아보게 만든다. 청소년이 올바른 성 가치관을 형성하고 안전하게 성장할 수 있도록 어른들이 어떤 역할을 해야 할지 깊이 고민해야 할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