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국에서] 공교육, 어떻게 생각하세요?
부산교육 예산 5조 3000억 원
공교육만 가능한 역할 찾아야
늘봄전용학교·별빛 도서관 등
교육 인프라 활용 노력 필요
돈 있어도 찾는 공교육 만들어야
교육감 선거, 공교육 발전 계기
지난주 부산 모든 학교가 새 학기를 시작했습니다. 학생, 학부모 모두 긴장된 한 주 보내시느라 고생 많으셨습니다. 특히 초등학교에 첫 발을 디딘 어린이와 엄마, 아빠는 정말 잊지 못할 한 주를 보내셨을 것 같습니다. 학부모들은 학교라는 울타리 안에서 아이가 어떤 교육을 받을지 궁금증과 생각이 많으셨을 줄 압니다. 초등학교가 아이에게 많은 지혜와 다양한 경험을 제공해 주길 기대하셨을 것 같습니다. 학부모들은 ‘정말 공교육이 살아 있어야 한다’는 마음이 어느 때보다 절실했으리라 생각해 봅니다.
최근 한 EBS 한국사 강사가 종편 예능 프로그램에서 한 발언이 화제가 됐습니다. 강사는 섬에서 사는 한 학생이 자신에게 보낸 이메일을 소개했습니다. 학생은 ‘자신도 유명 사교육업체 강사의 강의를 듣고 싶지만, 돈이 없어 EBS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고 자신이 처한 상황을 편지에 담았습니다. 해당 강사는 EBS 강의가 한 학생의 인생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것이라고 판단했습니다. 그는 “EBS 강의가 돈이 있는 사람도 들을 수밖에 없도록 질 높은 강의를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EBS라는 질 높은 공교육 체제가 학생 누구나 평등하게 들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역설했습니다.
지난 1년여 간 교육 분야 기자로서, 초등학생 학부모로서 공교육을 바라봤습니다. 공교육이 사교육과 어떻게 달라야 하는지 생각했습니다. 다행히 공교육 체제가 할 수 있는 긍정적인 사업을 확인했습니다. 지난해 9월 부산 강서구 명지동에 문을 연 늘봄전용학교는 공교육이 할 수 있는 새로운 역할을 본 사례였습니다.
늘봄전용학교는 개별 초등학교에서의 방과후수업 수요를 모두 해소하지 못하자, 여러 학교 학생들이 한곳에 모여 방과후수업을 들을 수 있도록 만들어진 ‘제2의 학교’입니다. 학생이 모이니 학생 수가 많은 학교에서만 누릴 수 있었던 질 높은 수업이 가능해졌습니다. 덕분에 학생과 학부모의 공교육에 대한 만족도는 높아졌습니다. 늘봄전용학교가 학부모들의 입소문을 타면서 부수적인 효과도 나타났습니다. 늘봄전용학교 주변 아파트 단지의 전셋값도 덩달아 올라간 것이죠. 별빛 도서관도 공교육만이 할 수 있는 사업입니다. 그동안 밤에는 아이들이 갈 수 없었던 학교 도서관의 문이 열리면서 초등학생들을 위한 도서관이 생겨났습니다. 별빛 도서관은 아이들이 주중은 물론 주말에도 책을 읽을 수 있는 도서관으로 변신하게 됩니다. 아이가 엄마·아빠와 함께 손잡고 자신이 다니는 학교에서 책을 읽는 모습, 부산 모든 어린이가 이런 혜택을 누리게 하는 것, 바로 공교육만이 할 수 있는 것입니다.
지난주 부산 해운대구에 개교한 부산해군과학기술고 역시 좋은 사례입니다. 해군과학기술고 학생들은 일정 학습 기준을 충족하면 졸업 후 해군 부사관이 됩니다. 학생들이 다양한 꿈을 꾸고, 다양한 진로를 생각해 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것 역시 공교육이 해야 할 역할이겠죠.
공교육은 사교육과 경쟁해서는 안 됩니다. 공교육은 기존 인프라를 십분 활용해 공교육만이 할 수 있는 일을 해야 합니다. 부산교육청이 올해 집행하는 예산만 5조 3000억 원이 넘습니다. 울산광역시 전체 예산 5조 1500억 원보다 더 많습니다. 공교육은 이제 ‘현상 유지’를 넘어 ‘도약’해야 합니다. 그것이 바로 올해 초등학생이 된 자녀를 둔 부모들의 마음일 것입니다.
다음 달 2일 부산교육을 이끌 부산시교육감을 뽑는 재선거가 치러집니다. 오는 13일에는 재선거 후보 등록이 시작됩니다. 보수, 진보 진영 후보 모두 자신이 부산교육을 이끌 적임자라고 주장합니다. 하지만 지금까지 후보들의 말에는 아직 공교육이 잘 보이지 않습니다. 교육감 후보들은 이제 5조 원이 넘는 부산교육청의 예산을 활용해 공교육을 어떻게 발전시킬 수 있을지 방안을 명확하게 제시하시길 바랍니다. 어린이집부터 유치원,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에 이르기까지 연령별·학교별로 공교육이 뻗어나갈 수 있는 ‘정책 미세혈관’을 찾길 제안합니다. 사교육 영역에서 하고 있는 교육 프로그램을 공교육에 적용하는 것이 아니라, 공교육만이 할 수 있는 역량을 발휘해야 합니다. EBS 역사 강사가 언급했듯 돈이 없는 사람도, 돈이 많은 사람도, 사교육을 하지 않는 사람도, 사교육을 하는 사람도 부산교육청의 공교육을 선택할 수밖에 없도록 교육 체계를 만들어야 합니다.
유권자 역할도 중요합니다. 부산교육감 선거 투표율은 그동안 60%를 넘긴 적이 없었습니다. 내 아이가 더 좋은 공교육을 받을 수 있는 길을 제시한 교육감 후보에게 투표하십쇼. 공교육에 대한 지금의 관심과 열정이 식지 않도록 소중한 한 표를 사용하시길 바랍니다.
김한수 편집부장 hangang@busan.com
김한수 기자 hangang@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