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보이지 않는 히어로(Hero), 그들에게도 격려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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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해우 동아대 총장

설 연휴, 김해공항에서 항공기 화재 사건이 발생했다. 기내 선반에서 시작된 불길은 빠르게 번졌고, 최악의 경우 기내에 저장된 수천 리터의 항공유에 불이 옮겨붙어 대형 폭발로 이어질 수 있는 아찔한 순간이었다. 공항 소방대가 출동해 화재 진압에 나섰고, 곧이어 공군 제5공중기동비행단 소속 소방구조중대 장병들도 지원을 위해 투입되었다.

이들은 촌각을 다투는 위험 속에서도 가장 먼저 기내로 진입해 남아있는 화염을 신속히 제압하며 항공기 대형 화재를 막았다. 조금이라도 늦었더라면 대형참사로 이어질 수 있었지만, 이들의 용기와 헌신 덕분에 화재는 완전히 진압되었다.

사고 이후, 언론과 군을 중심으로 해당 장병들에 대한 격려와 찬사가 이어졌다. 필자는 공군정책발전위원으로서 그리고 한 사람의 시민으로서,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키기 위해 헌신하는 장병들의 노고가 조명받는 사회가 되었음에 깊은 감사를 느꼈다. 한편, 비록 화려한 조명을 받지는 못하지만, 생사의 갈림길에 선 국민을 단 한 명이라도 더 구하기 위해 1년 365일 언제든 출동하거나 대기 중인 또 다른 영웅들도 있다.

최근 전북 부안, 여수 거문도, 제주 앞바다에서 연이어 발생한 어선 사고 현장에도 공군은 어김없이 있었다. CN-235 수송기에 탑승한 조종사와 탑승 장병들은 매일 밤 출격해 해가 뜨기 전까지 조명탄을 지원하며 어두운 바다 위에서 수색이 원활히 이루어질 수 있도록 도왔다. 더 가까이에서는 탐색 구조사들이 밤낮으로 교대하며 실종자를 찾기 위한 수색을 펼쳤으며, 차가운 바닷바람을 맞으며 희망의 불빛을 찾아 헤매는 그들의 모습에서, 우리는 진정한 이웃사랑의 의미를 배운다. 아쉽게도 추가 실종자 구조 소식은 없었지만, 아무도 알아주지 않더라도 묵묵히 맡은 임무를 수행하기 위해 다시 바다로 향한 그들 또한 대한민국의 ‘히어로(Hero)’였다.

우리는 그들에게도 신뢰와 지지를 보내야 한다고 생각한다. 최근 군에 대한 부정적인 뉴스들이 이어지면서 군에 대한 냉소적인 시선이 늘어나고 있다. 하지만 단편적인 모습으로 군 전체를 평가하기엔 보이지 않는 곳에서 국민의 안전을 위해 헌신하고 있는 수많은 장병이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우리의 가족이자 이웃인 이들이 매일 보여주는 헌신은 결코 당연한 것이 아니다. 그들의 봉사와 희생에 우리 모두가 감사의 마음을 전해야 하며, 그들의 헌신이 존중받고, 또 지속적인 지원과 관심이 뒤따라야 한다.

또한, 이러한 헌신이 단순한 임무 수행에 그치지 않고, 군의 재난 대응 역량을 한 단계 발전시키기 위해서는 제도적 보완도 필요하다. 재난 상황에서는 무엇보다 골든타임이 중요하다. 이를 위해 보다 신속하고 체계적인 대응체계를 구축해야 한다. 특히, 제주 등 도서 지역을 포함해 권역별 탐색구조 부대를 배치한다면 위기 상황에서 대응 시간을 단축하고, 더 많은 생명을 지키는 든든한 기반이 될 것이다.

대학 총장으로서 리더십의 본질을 연구하며 가르쳐온 필자는, 공군 장병들의 실천적 헌신에서 가장 감동적인 리더십의 모범을 목격한다. 그들은 위기 상황에서 타인을 위해 자신을 기꺼이 희생하는 결단력을 보여주며, 이론이 아닌 행동으로 가치를 증명한다.

대한민국의 하늘과 바다, 그리고 우리가 미처 인식하지 못하는 수많은 곳에서 그들은 흔들림 없이 임무를 수행하고 있다. 가장 먼저 기내로 진입한 것도, 칠흑같이 어두운 바다에서 실종자를 찾기 위해 끝없이 수색을 이어간 것도 바로 그들이었다. 우리의 안전과 평화를 위해 오늘도 자신의 젊음을 바치는 공군 장병들에게, 이 글을 통해 진심 어린 격려와 감사의 마음을 전하며, 그들이 있기에 우리는 안전한 오늘을 살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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