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쯤되면 사금고? 3000억 넘게 부당 대출해 준 은행들

이정훈 기자 leejnghun@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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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감원 2024년 금융지주 감사

우리은행 손태승 전 회장 관련
친인척 연루 380억 추가 확인
KB·농협도 1500억 특혜 대출
차주·브로커와 짜고 서류 위조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왼쪽)과 우리금융지주 임종룡 회장이 지난해 9월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열린 중소기업 기후위기 대응 등의 지원을 위한 업무협약식에 참석한 모습. 연합뉴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왼쪽)과 우리금융지주 임종룡 회장이 지난해 9월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열린 중소기업 기후위기 대응 등의 지원을 위한 업무협약식에 참석한 모습. 연합뉴스

우리은행에서 지난 5년 동안 2300억 원 이상의 부당 대출이 집행된 것으로 드러났다. 이 중 우리금융지주 손태승 전 회장의 친인척이 연루된 부당 대출도 730억 원 포함됐다. 국민은행(KB)과 농협은행에서도 각각 892억 원, 649억 원 규모의 부당 대출이 감독 당국에 적발됐다.

4일 금융감독원이 발표한 ‘2024년 금융지주·은행 주요 검사 결과’에 따르면 현장검사를 통해 확인된 우리·국민·농협은행의 부당 대출 금액은 총 3875억 원(482건)이다. 금감원이 정기 검사를 통해 확인한 손 전 회장 친인척 관련 우리은행 부당 대출은 기존 350억 원에서 730억 원으로 증가했다.

이 중 451억 원(61.8%)은 2023년 3월 우리금융지주 임종룡 현 회장 취임 후 취급됐다. 금감원은 우리은행 부당 대출 730억 원 중 338억 원(46.3%)이 이미 부실화됐으며, 나머지도 부실화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하고 있다.

우리은행 지역 본부장 A씨는 지점을 통해 손 전 회장 친인척과 관련된 법인에 여신 42억 7000만 원을 취급하며 자금용도·상환능력 평가를 소홀히 한 사실도 확인됐다. 퇴직 후에는 손 전 회장 친인척과 관련된 차주 회사에 재취업한 것으로 밝혀졌다.

우리은행 고위 임직원 27명도 1604억 원의 부당 대출을 저지른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가운데 1229억 원(76.6%)은 부실화된 상태다. 현 경영진 취임 이후 취급된 부당 대출도 61.5%에 달했다. 우리은행 여신지원그룹 부행장은 대출 브로커를 부하직원이었던 우리은행 지점장 B씨에게 소개하고, 여신 17억 8000만 원을 취급하는 과정에서 대출 심사를 소홀히 해 아내의 계좌로 3800만 원을 수수했다.

한 우리은행 지점장은 부동산 매입 자금 대출 250억 원이 본부에서 거절되자, 다른 차주와 공모한 뒤 우리은행 대출 담당 심사역을 압박해 여신을 승인하도록 했다. 대출금 일부를 제3자에게 지급하는 등 횡령을 방조하기도 했다.

국민은행과 농협은행에서도 각각 892억 원, 649억 원 규모의 부당 대출(총 1541억원)이 발견됐다. 국민은행 영업점 팀장은 시행사·브로커의 작업 대출에 조력해 허위 매매계약서 등 관련 서류를 제공받아 대출이 가능한 허위 차주를 선별하고, 대출이 용이한 업종으로 변경하도록 유도하는 등 부당 대출 892억 원을 실행했다. 일부 대출과 관련해 금품과 향응을 받은 정황도 적발됐다.

농협은행 지점장·팀장은 브로커·차주와 공모해 허위 매매계약서를 근거로 감정평가액을 부풀리거나, 여신한도·전결 기준 회피를 위해 복수의 허위 차주 명의로 분할 후 승인을 받는 등 부당 대출 649억 원을 취급했다. 일부 대출에 대해선 차주로부터 금품 1억 3000만 원을 수수한 정황도 발견됐다.

금감원은 시중은행들의 부당 대출을 내부통제 부실로 보고 있다. 특히 우리은행은 손 전 회장이 행장 재임 시절 대폭 완화한 여신 관련 징계기준을 현재까지 방치해 여신 관련 사고자 상당수가 견책 이하의 경징계를 받는 데 그쳤다. 징계예정자에 대해 합리적 기준 없이 제재 완료 전에 오히려 포상·승진을 시행함으로써 인사의 공정성을 저해하기도 했다. 손 전 회장 친인척 관련 부당대출 혐의를 인지하고도 이를 금융당국에 5개월간 보고하지 않아, 금감원·검찰 조사도 지연됐다.


이정훈 기자 leejnghun@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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