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릴 향한 두려움·외모 비하 등 부정적 눈길 느껴져요” [부산, 외국인 환대도시로]
외국인이 말하는 ‘나를 향한 시선’
“밤에 외국인 친구들과 모여 있을 때 사람들이 우리를 무서워한다고 느낄 때가 있어요. 한 번은 저를 앞질러 뛰어가는 분도 봤어요. 난 나쁜 사람 아닌데 왜 뛰어갈까, 생각했죠.” 외국인 근로자를 보는 한국인 시선이 어떤 것 같냐는 질문에 캄보디아 출신 마이피셧(30) 씨가 들려준 이야기다.
방글라데시 출신으로 한국 생활 30년 차인 이슬람 카지 시플(50) 씨는 입국 초기 까무잡잡한 피부색 때문에 무안했던 적이 있다며 경험을 털어놨다. 그는 “지하철을 탔는데 한 아이가 나를 가리키며 엄마에게 저 아저씨는 왜 저렇게 생겼냐고 물은 적이 있다. 그러자 엄마는 아이를 향해 안 씻어서 그렇다고 했다”며 “당시엔 같이 일하는 한국인 직원들도 같은 식탁에서 밥을 잘 먹지 않았다”고 회상했다.
그는 1996년 산업연수생 제도를 통해 처음 한국 땅을 밟았다. 그때와 비교하면 지금 한국인이 외국인을 보는 시선은 아주 많이 좋아졌다는 게 시플 씨의 설명이다.
국내 거주 외국인을 향한 시선이 달라졌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외국인을 보는 내국인의 인식에는 개선할 부분이 적지 않다. 경남의 한 외국인근로자지원센터 관계자는 “현장에서 보면 사실 외국인들이 느끼는 것보다 실제 내국인이 외국인 근로자를 보는 시선이 더 차갑다”며 “경남은 전문직보다 제조업, 농업, 어업에 종사하는 외국인이 많은데다, 일부 외국인의 범죄 소식이 계속 나오기 때문 아닌가 한다”고 말했다.
범죄 사례는 2020년 김해시 도심 한복판에서 외국인 30여 명이 두 패거리로 나눠 둔기 등을 사용해 패싸움을 벌인 사건이 대표적이다. 최근 진주시에 집적된 베트남 노래방에서 외국인 근로자들을 포함한 마약 투약 범죄가 잇따라 발생한 것도 원인이 된 것으로 풀이된다.
경찰은 외국인 범죄 대부분이 내국인과 관계 없이 외국인 사이에서 일어난다고 말한다. 외국인 담당 경찰 관계자는 “자기들끼리 모이는 외국인 특성 때문”이라며 “비율로 따지면 외국인 범죄보다 내국인 범죄 비율이 높다. 외국인들은 비자 문제에 자유롭지 못 해 좀 더 조심스럽게 행동하는 편이다. 지나치게 경계할 필요는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 “부산 사상구와 경남의 많은 지역에서 외국인 명예경찰대가 출범하는 등 자정 노력도 한다. 지역 사회 활동에 참여하는 것도 긍정적인 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고 덧붙였다.
글·사진=이경민 기자
이경민 기자 min@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