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인권의 핵인싸] 공존만이 살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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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대 물리학과 교수

‘좌우’ ‘동서’ ‘남북’은 상대어이면서 각별한 의미를 갖는다. 일반적으로 정치적인 진보와 보수적 편향성을 ‘좌우’로, 유럽의 지정학적 특성상 과거 공산권이었던 동유럽과 자유진영이었던 서유럽을 두고 ‘동서’로 지칭한다. 한반도에서의 ‘남북’은 특수 상황이긴 하지만, 일반적으로 비교적 풍요로운 경제 상황의 북반구 국가들과 풍부한 자원을 갖고 있는 남반구 국가들의 경제협력을 두고 ‘남북’ 문제로 칭하기도 한다.

오른손과 왼손을 보면 정말로 똑같이 생겼는데, 엄지 덕분에 묘하게 거울대칭을 이룬다. 자연은 나무 잎사귀나 동식물군을 총망라하여 좌우대칭엔 거의 예외가 없다. 미시세계에도 거울대칭인 반입자들이 있다. 자연계의 좌우 대칭은 일반적이지만 신기하게도 우주에는 오른손잡이들이 좀 더 많다. 어쩌면 그래서 오른손잡이 중심으로 개발된 사회에서 왼손잡이가 교정의 대상이 된 웃지 못할 시절도 있었지만, 오늘날 우리는 오른손잡이와 왼손잡이 각각의 고유한 특성을 존중하며 오히려 왼손잡이의 특별함을 선호하기도 한다.

다양성은 우주의 진화 방식

극단의 편향 세력 단죄해야

함께 존중받는 나라 되기를

이러한 상대적인 이미지나 개념을 보면 몇 가지 특징이 있다. 첫째, 반드시 상대적이다. 보는 방향에 따라 달라지고 내가 어디에 있느냐에 따라 반드시 둘로 나뉜다. 즉 중간은 없다. 원래 왼쪽에 있던 사람 같았는데 어느새 오른쪽이 되고, 이 상대성은 맨 끝에 한 사람이 남을 때까지 계속된다. 둘째, 이것은 단순히 상대적 위치를 넘어 지향하는 방향성을 뜻하기도 한다. 계속 오른쪽으로 가면 오른쪽의 어딘가로 가는 게 아니라 제자리를 벗어날 수가 없다. 자동차에서 핸들을 계속 오른쪽으로 꺾으면 오른쪽 어딘가로 가는 것이 아니라 계속 제자리에서 뱅뱅 돌게 된다. 어느 적당한 순간 반드시 핸들을 다시 왼쪽으로 꺾어야만 어딘가로 향해서 움직일 수 있다.

극우나 극좌는 그래서 끊임없는 투쟁을 동반한다. 같은 편끼리도 그 내부에서 누가 더 어느 쪽에 있고 어느 쪽에서 보느냐에 따라 끊임없는 ‘배신’을 외치게 된다. 결국 맨 끝에 한 사람이 남을 때까지 공포정치를 이어가게 된다. 지속적으로 좀 더 오른쪽으로, 혹은 좀 더 왼쪽으로 경쟁적인 극단적 선택을 멈출 수 없다. 그래서 극단적일수록 외롭게 혼자 제자리에서 맴돌면서 한 곳에 붙박인 채 어디로도 움직일 수 없는 고립을 자초한다.

그래서인지 세상은 이렇게 반대인 기능이 반드시 대칭적으로 구성돼 있을 뿐만 아니라, 똑같은 것이 어쩌면 단 하나도 없다. 아무리 똑같아 보이는 쌍둥이도 분명히 다르며, 심지어 소립자들은 양자 상태에 따라 질량이 달라지기도 한다. 결국 삼라만상은 예외 없이 모두 다르며, 심지어 정반대인 것들이 있는 그대로 공존해야만 조화와 화합, 자연의 선택을 통한 우주의 진화가 가능하다.

결국 갈수록 다양성이 커지는 공존은 공멸을 피하기 위한 우주의 진화 방식인데, 공존이 가능하려면 단 하나는 어쩔 수 없이 부정돼야 한다. 바로 공존을 부정하는 세력이다. 그래서 어쩌면 거의 모든 고등 종교들은 공존과 평화를 최고의 가치로 여기며, 자유와 정의는 신의 고유한 영역에 두고 그것을 독점하는 특정 세력에 대한 숭배를 금지한다. 지금 온 국민이 분노하고 있는 것은 좌도 우도 아닌, 이 공존을 위협하고 유린하고 있는, 극단적으로 편향된 세력에 대한 것이다. 심지어 현재의 대통령조차 간발의 차이에도 불구하고 바로 공존의 덕목 덕분에 존중된 것이다.

긴박한 정국 속에서 국민에 의해 선출된 국가원수 스스로가 그 기반을 무너뜨리고 있는 작금의 현실은 모순 그 자체다. 반드시 바로잡아야 한다. 안 그러면 헌법에 대한 국민적 합의가 무너진다. 헌법은 총 10장, 130조의 집약된 언어들로 구성돼 있으며, 그렇게 장황하지도 않다. 제1장 1조가 바로 그 유명한 “①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 ②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는 선언이다.

공존을 부정하는 이들이 시비를 걸고 있는 것이 의회의 입법독재라고 하지만, 의회는 사실상 직접적인 민의가 담긴 전당으로 권력의 근원이다. 국민의 뜻에 따라 합의된 법을 만들고, 이 법에 따라 대통령을 행정부 수장으로 뽑아 국정 집행의 절차를 맡기고 있으며, 사법부를 분리시켜 이 법을 수호하기 위한 판단을 위임하고 있는 것이다. 심지어 법을 집행하고 판단하는 검찰과 판사들조차 주민들의 선거를 통하고 있는 미국 같은 나라도 있다.

작금의 국정 혼란을 두고 다들 경제와 대외신인도를 걱정하는데, 수습책은 사실 매우 간단하다. 국민을 주권자로 정하고 있는 헌법에서 정한 절차를 그대로 준수하면 된다. 좌우 어느 편을 들라는 것이 아니라, 공존을 부정하는 이들에 대한 파면과 단죄를 절차대로 진행하라는 것이다. 부디 새해에는 모두가 함께 존중받는 새 나라가 건설되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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