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업 4법’은 재정 부담·특정 작물 공급과잉 우려에 발목
국회법 개정, 예산 지연 우려 직면
증언·감정법도 재계가 크게 반발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는 19일 야당 단독으로 처리된 6개 쟁점법안들에 대한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하면서 이들 법안들이 헌법상 자유시장 경제 원칙을 정면으로 거스르고, 민생 경제에 막대한 부담으로 작용한다고 설명했다. 실제 6개 법안은 지난달 28일 더불어민주당이 국회 본회의에서 단독 처리할 때부터 정부가 거부권을 행사할 것이라는 예상이 지배적이었다.
우선 국회법 개정안의 경우 국회가 예산심의 기한인 매년 11월 30일까지 예산안 심사를 마치지 못하면 정부 원안과 세입 부수 법안을 국회 본회의에 자동 부의하는 현 제도를 폐지하고, 국회의장이 각 교섭단체 대표와 합의해 본회의에 부의하게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해당 조항은 과거 여야 갈등으로 예산안 처리 지연 사태가 빈번하게 발생하는 악순환을 막기 위해 여야가 합의한 이른바 ‘국회 선진화’ 조치의 일환이다. 이 때문에 민주당의 정부 견제를 이유로 어렵게 정착된 제도를 뒤집으려 한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한 권한대행은 이날 민주당의 개정안에 대해 “원활한 예산집행을 위해 국회가 준수해야 할 최소한의 기준을 정한 헌법의 취지에 반한다”고 비판했다.
양곡법 개정안 등 이른바 ‘농업 4법’은 쌀 등 특정 작물의 가격이 일정 수준 아래로 떨어지지 않도록 국가가 재정을 투입해 가격을 떠받치는 것이 주 내용이다. 민주당은 농업 보호와 농가 소득 보전을 위해 법안 개정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정부는 이들 법안이 재정 부담을 가중하는 반면 쌀 등 특정 작물의 과잉 생산을 부추기면서 가격 하락을 막는 데에는 큰 효과가 없다고 본다. 특히 식생활 변화 등에 따라 필요한 농업 분야 구조조정을 인위적으로 막아 경쟁력을 더 약화시킬 것이라고 지적한다. 이에 윤석열 대통령은 21대 국회에서 민주당이 강행 처리한 양곡법 개정안에 대해 처음으로 거부권을 행사한 바 있다. 한 권한대행은 “법들이 시행되면 시장기능을 왜곡해 쌀 등 특정 품목의 공급과잉이 우려되며, 막대한 재정부담을 초래할 것”이라며 “재난피해 지원 및 보험의 기본 원칙과도 맞지 않다”고 지적했다.
국회 증언·감정법 개정안은 국회가 누군가에게 서류 제출이나 증인·참고인 출석을 요구하면 이를 거부할 수 없게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또 지금은 국회가 국정감사·국정조사를 하는 경우에 한해 증인을 부를 수 있지만, 개정안이 시행되면 안건 심사와 청문회 등에도 증인·참고인을 부를 수 있다. 재계에선 이 법안이 시행되면 기업 관계자들이 수시로 국회에 불려나가게 될 것이라며 강하게 반대하고 있다. 또 제출된 기업 비밀이 국회를 통해 경쟁국 등으로 새어나갈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한다.
한 권한대행은 “헌법상 비례의 원칙과 명확성의 원칙을 위반해 국민의 기본권인 신체의 자유를 침해할 소지가 크고, 기업 현장에서도 핵심 기술과 영업비밀 유출 가능성을 크게 우려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전창훈 기자 jch@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