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건강한 글로벌 허브 도시 부산
박현태 동아대학교 대외국제교류처장 건강관리학과 교수
노화란 인간의 삶에 있어 피할 수 없는 과정 중 하나로 대자연 섭리의 일부로만 여겨져 왔다. 하지만 오늘날엔 과학기술 발전과 함께 노화시계 진행 속도를 늦추고자 하는 노력이 전 세계적으로 확산되고 있다. 베스트셀러 〈노화의 종말〉 저자 데이비드 싱클레어 교수는 생물학적 시계를 되돌리는 ‘역노화’ 시대가 머지않았다고 주장한다. 그는 현재 80세 수준인 인간 기대수명이 120세로 연장될 가능성에 대한 과학적 근거를 제시하고 있다. 노화에 대한 관심이 주요 기술 기업 사이에서도 급격히 증가하고 있다. 구글 공동 창업자 래리 페이지는 노화 관련 질병과 웰빙을 연구하는 벤처기업 ‘칼리코’를 설립, 노화 방지 연구를 선도하고 있으며 아마존 제프 베이조스는 세포 노화 방지 연구에 초점을 맞춘 스타트업 ‘알토스 랩’에 투자하면서 노화 역전 연구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다.
노화 극복을 위한 국가 차원 노력도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미국의 국립노화연구소는 1974년부터 의학, 사회과학 등 다양한 분야에서 노화 관련 연구를 수행하며 국가적인 보건과 교육, 복지 계획을 수립하고 있다. 일본은 1972년 노인 인구 비율이 7%에 도달했을 시점에 도쿄도 노인종합 연구소를 설립한 데 이어 2004년 국립장수의료연구센터를 아이치현에 만들어 체계적 노화 연구와 건강도시 만들기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이런 흐름에 조금 뒤처져 있다. 정부는 1990년 ‘한국노인연구원(가칭)’ 설립을 추진했으며 2007년엔 보건복지부가 연구원 설치 계획을 발표하고 관련 부지를 마련하는 등 적극적인 움직임을 보여왔다. 그러나 법적 근거 미비 등 문제로 사업 추진이 유보됐고 2021년엔 질병관리청의 국립노화연구소 설치 타당성 검토도 논의에 그쳤다. 65세 이상 인구가 19.5%에 달하고 2025년 초고령화 사회 진입이 임박한 우리나라 상황을 고려하면 국가 차원의 노화 연구와 지원을 위한 종합과학 기반 노화학 연구소 설립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과제다.
2021년 현재 65세 이상 인구가 전체의 20.3%를 차지, 국내 대도시 중 최초로 초고령사회에 진입한 부산은 그래서 더욱 주목된다. 부산은 뛰어난 디지털 인프라와 빠른 디지털화 속도를 활용한 도시 기반 노화 연구소를 설립할 수 있는 스마트 도시다. 부산에 국가 노화연구소가 설립된다면 미국의 국립노화연구소, 일본의 국립장수의료연구센터 등과 같은 기존 국제 노화 연구기관과는 차별화된 혁신적이고 실증적인 도시기반 스마트 헬스케어 및 바이오헬스 연구가 가능해질 것이다. 부산은 의료 특구와 스마트 에코델타시티 같은 첨단 인프라를 보유해 고령화 연구뿐만 아니라 의료 관광, 금융 산업 등 연계를 통한 시너지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다.
부산은 뛰어난 의료 인프라와 디지털 혁신 역량을 바탕으로, 세계적 수준의 연구 기관들과 협력해 새로운 헬스케어 패러다임을 창출할 강력한 토대를 마련하고 있다. 이러한 기반 위에 노화 연구소가 부산에 설립된다면 노화 극복을 위한 새로운 글로벌 표준을 선도하고 부산을 의료·과학과 디지털헬스케어의 혁신의 중심지로 자리매김할 것이다.
특히 이 연구소는 도시, 대학, 의료, 그리고 세계를 유기적으로 연결하는 글로컬 연구 플랫폼으로 기능할 것이다. 이는 글로벌 노화 연구와 커뮤니티 기반 스마트 헬스케어 분야에서 중요한 허브로 부산이 세계적 건강 연구의 선도 도시로 도약하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할 것이다. 시민들이 직접 참여하는 실증 연구의 기회가 확대되면서 ‘Busan is Good (BIG) Health’라는 비전이 현실로 구현될 것이며 모든 시민이 건강하고 행복한 노후를 누릴 사회가 마련될 것이다. 부산이 ‘글로벌 건강 허브 도시’로 위상을 다지고 미래 사회에 새로운 지평을 여는 활기 넘치는 국제 모범 도시로 거듭나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