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훈의 시그니처 문화공간 이야기] 최고의 대학 미술관, 하버드 미술관
아트컨시어지 대표
미국 동부의 주요 도시를 목적지로 예술 여행을 할 경우는 보스턴을 시작으로 뉴욕, 필라델피아, 워싱턴까지 4개 도시를 엮어서 가는 경우가 많다. 4개 도시 모두 미국을 넘어 세계 정상급 관현악단을 가지고 있으며, 최고의 국공립 미술관과 사립미술관이 있고, 보유한 컬렉션 역시 세계 최고 수준이다. 여기에 일정을 조금 더 보태면 보스턴 인근 대학 도시 케임브리지에 소재한 하버드 미술관이다.
단순히 대학 미술관으로 생각하면 큰 오산이다. 동부 아이비리그 중에서도 최고 명문인 하버드 대학이 소장하는 컬렉션은 상상 이상이다. 하버드 미술관은 1895년 설립된 포그 박물관을 비롯해 1903년 설립된 부시-라이징거 박물관, 1985년 설립된 아서 M. 새클러 박물관 등 세 곳으로 구성돼 있다. 컬렉션은 고대부터 중세에 이어 현재까지 서양 회화, 조각, 장식예술, 사진, 판화 드로잉 등 약 25만 점에 이른다. 특히 이탈리아 르네상스, 영국 라파엘 전파, 19세기 프랑스 미술이 돋보인다. 모리스 베르트하임 컬렉션은 폴 세잔, 에드가 드가, 에두아르 마네, 빈센트 반 고흐, 앙리 마티스 등의 걸작으로 구성돼 언제나 붐빈다.
2008년 하버드 미술관은 대규모 리노베이션 및 확장 프로젝트를 시작하는데 파리 퐁피두센터를 디자인 한 이탈리아 건축가 렌조 피아노가 맡았다. 포그 박물관, 부시-라이징거 박물관, 아서 M. 새클러 박물관 3개를 통합해 갤러리 공간을 40% 넓히고, 유리로 된 피라미드 지붕을 추가한 아트리움은 자연채광이 내부로 들어와 중정 이상의 효과를 낸다. 전체 5층으로 되어 있는 미술관 지하부터 3층까지는 컬렉션 갤러리로 전시하고, 4층과 5층은 미술 연구센터와 보존센터로 학술 연구를 위한 공간으로 사용했다.
더욱 인상적인 건 하버드 미술관의 웹사이트(harvardartmuseums.org/collections)이다. 24만 4960작품 전부를 데이터베이스 했다. 작품 유형, 기간, 장소, 시기 등으로 필터링된 검색엔진을 사용해 손쉽게 찾을 수 있고, 이미지만 제공하는 도록보다 훨씬 입체감 있는 시각 자료와 출판물을 만날 수 있다. 모든 콘텐츠는 누구나 이용할 수 있도록 오픈했다.
하버드 미술관 소장품 대부분은 각계각층의 동문과 주요 컬렉터가 기부한 작품이다. 철저한 자본주의로 점철된 미국 사회이지만, 기부 문화는 동전의 양면과 같은 공익 역활을 한다. 하버드 미술관은 최근 방문한 어떤 미술관보다 인상적이었다.
덤으로 미술관 옆 건물 카펜터 시각예술센터는 현대 건축의 거장 르 코르뷔지에가 미국 내 남긴 유일한 건물이어서 건축에 관심이 있거나 공부하는 학도라면 필수 방문 코스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