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라이즈사업, 지역 맞춤형 혁신이 성공의 열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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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용철 국립부경대 토목공학과 교수 전 부산과학기술고등교육진흥원장

내년부터 지역·대학 동반 성장 추진
지자체 중심 사업 진행은 실패 우려

대학 자율적 혁신 생태계 구축 필요
지역 특성 맞춤 과제 발굴·실행 절실

지자체·대학 간 협력 관계 강화해야
진정한 상호 소통으로 부산 발전을

최근 열린 부산시와 지역 21개 대학 간 ‘지역혁신중심 대학지원체계(RISE)’ 구축방안 모색 회의. 부산일보DB 최근 열린 부산시와 지역 21개 대학 간 ‘지역혁신중심 대학지원체계(RISE)’ 구축방안 모색 회의. 부산일보DB

저출생과 인구 감소로 지역소멸 위험이 현실화하는 지금, ‘지역혁신중심 대학지원체계’(RISE, 이하 라이즈)는 지역균형발전을 위한 돌파구로 주목받고 있다. 부산은 지속적인 청년층 유출과 고령 인구 비중의 증가로 인한 활력 저하가 문제점으로 꼽힌다. 이에 부산시는 내년 초에 시행될 라이즈사업을 앞두고 부산과학기술고등교육진흥원(BISTEP)과 협력하여 지역 대학과 지자체 간 연계 방안을 논의하며 초기 성공 사례 창출에 주력하고 있다.

라이즈사업은 지역 대학을 혁신의 중심에 두고 지역 문제 해결뿐만 아니라 지역사회와의 상호 성장 기회를 제공하겠다는 점에서 많은 관심과 기대를 받는다. 하지만 이 사업이 성공적으로 정착되려면 대학의 자율성 보장, 자원 배분의 공정성 강화, 대학과 지자체 간 협력적 파트너십 구축이라는 도전 과제를 해결해야만 한다.

지자체 중심으로 진행되는 라이즈사업은 대학이 협소한 틀에 갇힐 위험성을 안고 있다. 지자체마다 정책 목표가 다르기에, 대학이 이를 초월하지 못하면 지역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보다 제한된 목표에 머무를 가능성이 크다. 지자체가 특정 분야에만 집중한다면 자원과 인재가 한쪽으로 쏠려 다변화된 인재를 요구하는 미래 사회의 흐름에 부합하지 못할 수 있다. 따라서 대학이 독자적 특성과 비전을 실현하도록 정책적 유연성을 보장해야 하며, 대학과 지자체 간 협력은 상호 존중과 균형을 바탕으로 이루어져야 하겠다.

여러 개의 세부 과제로 구조화된 라이즈사업의 운영 방식 또한 주요 과제로 지적된다. 사전에 정의된 틀은 대학의 창의적 접근을 제한할 우려가 있다. 심지어 라이즈사업이 기존의 링크(LINC, 산학협력)나 RIS(지역혁신)사업보다 더 구속적이라는 비판도 제기된다. 대학의 자율성을 최대한 보장하고 자체적인 계획을 수립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 본래 취지를 살리는 길이다. 각 대학마다 고유한 특성과 필요가 다르므로, 이를 반영할 수 있는 유연한 운영 방식이 절실히 요구된다.

예산 배분 문제는 라이즈사업의 성공을 좌우할 핵심 요소다. 지역 대학들은 오랜 기간 등록금 동결로 재정 압박에 시달린 까닭에 대학재정 지원사업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이 상황에서 모두가 공감하지 않은 평가지표와 경쟁 중심의 예산 배분 체계는 대학 간 협력을 약화시키고 갈등을 초래할 가능성이 크다. 이는 지역 발전을 저해하고, 대학의 생존 전략이 공동 이익보다 우선시되는 부작용으로 이어질 수 있다. 이를 해결하려면 지자체는 예산 배분과 평가의 공정성과 투명성을 강화하고, 대학 간 신뢰 기반의 협력 구조를 마련해야 한다. 대학은 지역 특성과 강점을 반영해 미래 산업을 선도하고, 지역사회와 긴밀히 연계해 공동 목표를 설정하는 상생 모델을 구축해야 할 것이다.

라이즈사업에서 지자체와 대학의 협력적 파트너십은 필수적이다. 과거 경험에 따르면, 지자체가 지나치게 주도권을 행사할 경우 대학은 지자체의 하부기관으로 전락할 위험이 있다. 그동안 여러 간담회에도 불구하고 부산시와의 불통을 호소하면서 지자체·대학 간 진정한 소통과 협업이 절실하다는 대학 책임자들의 목소리를 유념할 필요가 있다. 지자체는 대학의 전문성을 존중하고 이를 정책에 반영함으로써 지속 가능한 변화를 이끌어야 마땅하다. 대학도 전문성과 독립성을 기반으로 지역 산업과 연결되며, 독자적 비전을 통해 특화 산업을 발전시키는 역할을 해야 한다.

부산은 우수한 산업·교육적 인프라와 자원을 바탕으로 라이즈사업을 통해 지역 혁신의 선도적 사례를 만들어낼 잠재력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라이즈사업이 단순히 정부의 지원사업을 재현하는 데 그친다면, 기존의 재정지원 방식과 다를 바가 없을 것이다. 이는 지자체의 주도적 역할이 약화되고, 대학이 독립성을 잃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대학은 라이즈를 단순한 사업이 아니라 지역과 함께 성장하는 체계로 인식해야 한다. 이는 대학이 자율성과 창의성을 발휘하며 지역 맞춤형 혁신을 실현하는 데 필수적이다. 궁극적으로 라이즈사업은 지자체, 대학, 정부가 삼위일체로 합심하여 지역 특색에 맞는 과제를 발굴하고 실행하는 체계를 마련해야만 성공적으로 자리 잡을 수 있다. 이를 통해 부산은 대한민국 고등교육과 지역 혁신의 새로운 표준을 제시하며 지속 가능한 발전을 선도하는 중심도시로 도약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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