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 뒤늦은 미사일 제한 해제… 트럼프 측 “3차 대전” 우려
우크라 매번 무기 요구하면
탱크·전투기 등 ‘뒷북 지원’
젤렌스키 “미사일로 말할 것”
곧바로 러시아 직격 결단 암시
미국이 우크라이나에게 사실상 러시아 본토에 대한 미사일 공격을 허락한 건 17일(현지 시간)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현지에서는 조 바이든 대통령의 이 같은 즉흥적인 조치에 대한 우려가 쏟아지고 있다. 장거리 미사일이 전쟁의 전세를 뒤집기에는 충분치 않은 데다 우크라이나의 요구에도 오랫동안 이를 허용하지 않았던 미국이 뒤늦게 정책을 전환한 것이 오히려 전쟁의 위험성을 더 키울 수 있다는 분석이다.
이번에 미국이 사용 제한을 해제한 무기는 미국 육군전술유도탄체계(ATACMS·에이태큼스) 장거리 지대지미사일이다. 사거리 300㎞인 ATACMS로 러시아 깊숙한 곳까지 타격할 수 있다.
그러나 ATACMS의 투입으로 전장에 하룻밤 새 변화가 생길 것이라 기대하긴 어려운 상황이다. 여기에 우크라이나가 손에 넣을 수 있는 ATACMS의 공급량 역시 제한적이다.
무엇보다 바이든 대통령은 종전까지 우크라이나가 무기 지원을 요청할 때마다 결정을 보류하다 우크라이나에서 그 요청을 거두는 듯한 모습을 보일 때야 이를 승인하는 갈짓자 행보를 보여왔다. 우크라이나가 고속기동포병로켓시스템(HIMARS·하이마스), 에이브럼스 전차, F-16 전투기 등을 요청할 때마다 처음엔 거절하고 변명을 늘어놓다가 너무 늦은 것 아닌가 하는 시점에 뒤늦게 허가하는 양상을 보여왔다는 의미다.
그러나 미국이 파격적으로 러시아 본토 공격을 위해 정밀 미사일 사용을 허용한 것은 상당히 도발적 조처라는 평가가 쏟아진다. 러시아가 당장 미국이나 북대서양조약기구와 전면전을 벌일 가능성은 적다. 하지만 향후 민간인을 표적으로 ‘사보타주’(파괴공작) 등을 벌일 위험성은 존재한다.
바이든 정부는 파격적인 이번 결정의 배경으로 북한군의 러시아 파병을 들었다. 북한에 미국산 무기의 화력을 보여주고 ‘북한군은 취약하며 더이상 병력을 더 보내서는 안 된다’는 메시지를 보내기 위해서라는 게 미 당국자들의 설명이다.
CNN은 “바이든 정부의 입장에서 보면 이번 결정은 긴장 고조에 대응하는 또 다른 긴장 고조 행위이지만, 상징성이 매우 크다는 점에서 오랫동안 결정이 미뤄진 사실로 인해 이번 조치의 강력함이 더 부각됐다”고 이날 보도했다.
무엇보다 이번 결정은 트럼프 당선인의 취임을 두 달 앞두고 나오면서 또다른 논란을 낳고 있다. 우크라이나 추가 지원에 부정적인 입장을 가진 트럼프 당선인은 자신이 하루 만에 전쟁을 끝낼 수 있다고 거듭 말해왔다. CNN은 “트럼프 당선인은 자신이 평화를 이야기할 수 있다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그가 물려받을 것은 훨씬 더 심각한 위기로 치닫고 있는 전쟁”이라고 지적했다.
바이든 대통령의 이번 결정에 트럼프 당선인은 별다른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다만, 장남 도널드 트럼프 주니어는 SNS를 통해 “군산복합체는 아버지가 평화를 만들고 생명을 구할 기회를 갖기 전에 3차 세계대전을 일으키고 싶어 하는 듯하다”며 “수조 달러의 돈을 틀어막아야 한다”고 거세게 반발했다.
로이터통신은 같은 날 “우크라이나의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은 이번 조치에 대해 ‘미사일은 스스로 말할 것’이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이날 연설에서 “공격은 말로 이뤄지지 않는다. 그런 일은 발표되는 것이 아니다. 미사일은 스스로 말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는 우크라이나군이 말이 아니라 사용이 허가된 미국산 무기로 곧 행동에 나서겠다는 결의를 드러낸 것으로 해석된다.
권상국 기자 ksk@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