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반선으로 고등어 옮겨 싣던 본선
1차 어획물 옮기고 기다리다 전복
생존자 “3~5회분 한 번에 잡았다”
3월 통영 어선 사고 유사 가능성
해경 “복원력 상실 원인 집중 조사”

지난 8일 제주 해상에서 발생한 부산 선적 금성호 침몰 사고 현장에서 구조된 선원들이 이날 제주시 한림항에서 병원 이송을 기다리고 있다. 연합뉴스

10일 오후 6시 기준 4명이 숨지고 10명이 실종된 135금성호 침몰 사고 원인에 대한 수사가 계속되는 가운데 ‘평소보다 많았던 어획량’이 사고를 불렀을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포획한 물고기 상당량을 어선 한쪽에 쌓아두면서 무게 중심이 쏠려 선박이 전복된 것 아니냐는 추측이다. 해경은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사고 과정을 조사하고 있다.

10일 제주해양경찰서에 따르면 부산 선적 대형 선망 135금성호는 어획물을 그물째 어선 우현 쪽에 올려둔 상태로 작업하다 오른쪽으로 전복되면서 침몰했다. 금성호는 주로 고등어와 삼치 등을 잡는 대형 선망 어선이다. 대형 선망은 본선 1척, 등선 2척, 운반선 3척 등 6척이 선단을 이뤄 조업하는데 침몰한 금성호는 이중 본선이다.

선원들은 운반선에 1차로 어획물을 옮기고 나서 다음 운반선이 오기 전에 순간적으로 배가 오른쪽으로 뒤집혀 사고가 났다고 했다고 진술했다. 갑판에서 어획물을 옮겨 싣던 중 배가 전복됐다는 것이다. 선체가 오른쪽으로 기울더니 바닷물이 들어차기 시작했고, 결국 가라앉은 것으로 보인다는 게 해경 설명이다. 고등어 등으로 가득 찬 자루그물을 우현 쪽에 내려놓은 상태로 작업하던 선원들은 결국 변을 당했다.

평소보다 많은 어획량으로 인한 과적 가능성도 조사 중이다. 해경이 구조된 선원들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3~5회에 잡을 양을 한 번에 잡았다”는 등 평소보다 어획량이 많았다는 내용의 진술을 확보했다. 이 같은 진술을 바탕으로 해경은 많은 어획량이 어선의 복원력 상실에 영향을 줬는지에 대해 조사하고 있다.

운반선에 1차로 옮긴 어획물이 1만 상자 정도라는 진술도 있었다. 한 상자에 20kg 정도인 점을 고려하면 첫 운반선이 싣고 간 양만 200t 정도로 추산된다. 129t급 대형 선망 135금성호에 그만한 양이 실린 게 사실이라면 과적 가능성이 있다. 이후 다른 운반선이 대기하고 있었다는 점에서 총 어획량은 그보다 더 많았을 수도 있다.

날씨의 영향으로 사고가 발생했을 가능성도 있다. 어선이 소속된 대형선망수협은 사고 당일 외부 요인으로 선박이 한쪽으로 쏠리면서 사고가 난 것으로 원인을 추정했다. 사고 당시 해역에는 북동풍이 초속 4~6m로 불고, 물결이 1m 높이로 일고 있었다. 사고 당일 수협 관계자는 “파도가 치는 등 외부적 환경으로 인해 사고가 난 것으로 추정된다”며 “출항을 할 수 있는 날씨였지만, 맑지 않아 조업하기 좋다고 말하기는 어려웠다”고 말했다.

최근 실시한 검사에서 선박 자체 결함은 발견되지 않았다. 135금성호는 한국해양교통안전공단 선박검사에서 지난 6월 합격을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선박검사는 선박 주요 시설에 대한 기준 적합 여부를 확인하는 검사다. 당시 실시한 △기관 △조타 △구명 △소화 △설비 △전기 분야 검사에서 특별한 이상은 없었다. 지난해 6월 실시한 정기 검사에서도 이상은 없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정기 검사는 지난해 6월 23일부터 2028년 6월 22일까지 유효하다.

이번 사고가 지난 3월 통영 어선 침몰 사고와 유사한 게 아닌가 하는 추측도 있다. 4명이 숨진 제102해진호 침몰 사고 원인으로는 ‘어획물 적재 불량’이 지목됐다. 당시 포획한 물고기 상당량을 어선 한 귀퉁이에 쌓아두면서 무게 중심이 쏠려 선박이 복원력을 상실했다.

제주지검은 정확한 침몰 원인 파악을 위해 금성호 침몰 사고 관련 수사팀을 구성했다고 밝혔다. 수사팀은 최용보 형사2부장검사를 팀장으로 안전사고와 해양 담당 3개 검사실로 구성됐다. 검찰은 “해경 등 유관 기관과 협력해 사고 원인과 책임 소재 등에 대해 신속하고 철저하게 수사하겠다”고 밝혔다.

양보원 기자 bogiza@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