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인·히스패닉 등 민주당 전통 지지층 대거 이탈한 듯 [2024 미국 대선]
승리 요인은
‘인종별 10%P씩 지지 감소’ 분석
낙태권 등 막판 이슈도 영향 미미
‘예상 밖’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의 완승에는 민주당의 전통 지지층인 흑인, 히스패닉 등 유색 인종의 이탈이 주효한 것으로 분석됐다.
5일(현지 시간) AP 통신이 미국 전역 11만 5000여 명의 유권자를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예비 데이터에 따르면, 민주당은 흑인 유권자와 라틴계들로부터 이전보다 지지율이 내린 것으로 나타났다. 2020년 대선 당시 흑인 유권자 90%가량이 조 바이든 당시 민주당 대선 후보를 지지했으나 이번 선거에서는 80%로 줄었다는 게 AP 관측이다. 아울러 히스패닉 유권자들의 민주당 지지도 60%가량에서 50%로 감소했다.
반면 두 유권층에서 트럼프 후보 지지도는 4년 전보다 소폭 상승했다. 백인 남성의 지지를 받고 있는 트럼프가 의외의 성과를 거둔 것이다. 앞서 트럼프는 선거 후반부 흑인 남성과 라틴계 남성 유권자들의 더 많은 지지를 받을 것이라고 자신하기도 했다.
미 언론사들이 공동으로 실시한 전국 단위 출구조사 등에서도 트럼프 전 대통령은 경합주인 노스캐롤라이나주와 조지아주에서 흑인 남성들로부터 20% 정도의 지지를 받았고 흑인 유권자 전체 중에서는 두 자릿수의 지지율을 얻은 것으로 파악됐다. 4년 전 대선 당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조지아에서 11%, 노스캐롤라이나에서 7%의 흑인 남성 표만 얻었던 것에 비하면 눈에 띄게 상승한 것이다. 출구조사 결과만 놓고 보면 트럼프 전 대통령의 조지아 탈환과 노스캐롤라이나 승리에 흑인 남성들이 적지 않은 기여를 했을 가능성이 있다.
특히 트럼프에 악재가 될 것으로 예측된 여러 요소들이 유권자들에겐 별다른 소구력이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AP에 따르면 트럼프의 범죄 이력과 유죄 판결, 추가 기소, 선동적 수사 등에 대한 리스크는 고려 요소가 되지 않았다. 오로지 트럼프 유권자 약 25%만 법적 소송이 투표 결정에 중요한 영향을 미쳤다고 답했다.
여기다 이번 대선 막판 핵심 쟁점으로 떠오른 낙태권도 당락에는 영향을 주지 못했다는 게 AP 분석이다. 현지 주요 언론들은 여성 유권자 상당수가 해리스를 지지할 것으로 예상했지만, 실제 성별 격차는 두드러지지 않았다. 여성 유권자 약 절반은 해리스 후보를, 남성 유권자 절반가량은 트럼프 후보를 지지했다. 이는 4년 전 바이든과 트럼프 지지율과 비슷하다. 낙태 정책이 투표에 가장 중요한 요소라고 답한 유권자는 25%였다. 약 50%는 중요한 요소이지만 가장 중요하진 않다고 답했다.
다만 투표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 요인에는 유권자 50%가량이 민주주의 미래를 꼽았다. 해리스 지지층 약 3분의 2가, 트럼프 지지층 약 3분의 1이 긍정 답변했다. 이와 관련, AP는 전통적인 백악관 입성 승리 공식은 트럼프가 있는 상황에선 더 이상 적용되지 않는 게 분명하다고 분석했다.
이은철 기자 euncheol@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