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은행, 전국구 디지털화폐 실험에 지역 은행 유일 참가
전국 10만 명 대상 CBDC 실험
부산 대형 커피점과 진행하기로
블록체인 방식 사용 과정 테스트
현금·카드 대용 결제 수단 모색
‘현금 없는 사회’를 대비한 한국은행의 디지털화폐(CBDC) 실험에 BNK부산은행이 지역 은행 중 유일하게 참여한다. 부산은행의 참여로 이르면 내년 초 부산에서도 시민들이 현금이나 카드 대신 CBDC를 활용해 결제를 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6일 금융권에 따르면 부산은행은 최근 금융위원회가 혁신금융 서비스로 신규 지정한 ‘CBDC 시스템 내 예금 토큰 기반 지급·이체 서비스’ 은행으로 지정됐다. 부산은행을 포함해 시중은행(국민·농협·신한·우리·하나)5곳과 기업은행이 선정됐다. 한국은행은 지난해 11월 ‘현금 없는 사회’를 대비해 총 국민 10만 명이 참여하는 CBDC 실거래 실험 계획을 발표했다. CBDC가 한국은행이 관할하는 디지털 화폐인 만큼 은행 계좌와 연동 관리가 필요해 7개 은행이 선정됐다. 한국은행은 이날 한은 본부에서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금융위원회와 함께 ‘CBDC 및 예금 토큰 기반 국민 체감형 디지털 금융서비스 실증을 위한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
CBDC 테스트의 핵심은 각 은행의 앱에서 중앙은행인 한국은행이 보증하는 예금 토큰을 발행·보관하고 실제 가맹점에서 토큰을 화폐처럼 사용하는 것이다. 부산은행은 대형 커피 프랜차이즈와 결제 제휴를 검토 중이다. 부산은행 고객은 자신의 계좌에 있는 현금을 디지털 토큰으로 바꿔 가맹점에서 앱이나 QR코드로 결제하는 방식으로 실험에 참여한다. 부산은행은 현재 운영 중인 디지털 바우처 앱 내에 예금 토큰을 저장하는 전자 지갑 기능을 새로 만들 예정이다.
실험에 참가하는 은행들은 농협의 경우 하나로마트, 신한은행은 배달 앱 요기요, 국민은행은 교보문고 등과 제휴를 논의 중이다. 실험에 참가하는 7개 은행 고객은 7개 은행과 제휴한 모든 업체에서 토큰을 사용할 수 있다. 부산은행은 올해 중 한국은행과 논의를 거쳐 구체적인 참여 고객 선정 방식, 운용 방식 등을 확정할 계획이다.
지역 은행 중 부산은행이 유일하게 실험에 참여하면서 부산은행은 디지털 화폐 분야에서 선도적 위치를 구축할 것으로 보인다. 향후 CBDC 테스트를 통해 효용성, 안전성이 입증돼 상용화로 이어지면 실험에 참가한 은행을 중심으로 CBDC 유통, 관리가 이뤄질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세계적으로 중앙은행의 90% 이상이 CBDC 연구에 착수한 상태다. 한은의 이번 실험에는 ‘현금 없는 사회’를 일찍이 대비하자는 이유도 있지만, 민간이 발행하는 암호화폐에 디지털 시장을 뺏길 수 없다는 위기 의식도 담겨 있다. CBDC가 현금을 완전히 대체하기 이전까지는 정부 바우처 사업에 활용될 가능성도 높다. 한은은 지난해 11월 CBDC 실험 계획을 처음 공개하면서 코로나19 긴급생활지원금, 어린이집 보육료 지원 등 정부 지원금을 CBDC로 지급할 경우 효용이 매우 높다고 밝히기도 했다. 기존 바우처의 한계인 높은 수수료, 복잡하고 느린 정산 과정, 사후 사용처 검증 방식의 한계, 부정 수급 우려 등을 CBDC가 지울 수 있다는 의미다.
부산은행 관계자는 “이번 CBDC 실험 참여를 통해 향후 지역 고객에게 CBDC 상용화 과정 등에서 차별화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김준용 기자 jundragon@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