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트럼프 재집권… 커진 경제·안보 리스크 꼼꼼한 대응을

부산닷컴 기사퍼가기

‘미국 우선주의’ 국제질서 지각변동 예고
정부, 국익·실리 관점서 유연히 대처해야

6일 오후 서울역에서 시민들이 미국 공화당 대통령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미국 대통령 선거 승리 선언 방송을 보고 있다. 연합뉴스 6일 오후 서울역에서 시민들이 미국 공화당 대통령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미국 대통령 선거 승리 선언 방송을 보고 있다.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재집권에 성공했다. 6일(현지시간) 제47대 미국 대선 개표 결과, 공화당 후보로 나선 트럼프 전 대통령이 카멀라 해리스 민주당 후보와 득표를 다투는 경합 지역 7곳에서 우위를 확보하면서 승리를 거머쥐었다. 경합주에서의 승전보는 접전 예상을 깬 것으로, 백인 중산층과 ‘샤이 트럼프’의 막판 결집이 주효하게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트럼프의 귀환은 국제질서의 지각변동을 의미한다는 점에서 국제사회의 이목이 집중될 수밖에 없다. 외교·안보, 경제 등 모든 분야에서 급격한 변화가 예상되는 만큼 우리나라도 이에 대비한 분야별 대응 방안을 마련해야 하는 숙제가 주어졌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재집권은 ‘미국 최우선주의’의 확대와 강화를 상징한다. 보편적 관세 부과, 동맹국에 대한 높은 비용 청구, 적국들과의 적극적인 거래, 기후·인권 관련 국제 규범 허물기 등이 대표적 사례들이다. 미국에 이익이 안 되면 기존의 동맹 관계나 전략적 가치도 고려 대상에서 제외된다. 따라서 우크라이나 전쟁을 비롯한 각종 국제 분쟁이나 북한과의 관계 설정 등에도 변화가 잇따를 것으로 보인다. 경제 분야에서는 자유무역 흐름에 상반되는 보호무역주의 통상 정책이 더욱 강화될 전망이다. 모든 수입 품목에 대한 기본관세 부과와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축소 등이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 모두 국제사회가 우려하는 사안들이다.

우리가 대비해야 할 과제는 만만찮다. 미국 보호무역주의로 국제 교역이 위축되면 수출 의존도가 높은 우리나라는 당연히 불리한 상황에 놓일 수밖에 없다. 당장 무역 불균형 개선 요구에 시달릴 것이다. 특히 친환경과 신재생에너지에 반감을 드러낸 트럼프는 IRA의 수정 혹은 축소를 공언해 왔는데, 그렇게 되면 미국 시장에서 한국 자동차·배터리 등 주력 산업의 타격은 불가피하다. 트럼프 스타일을 고려하면, 한국에 대한 방위비 분담금 대폭 증액 요구 또한 거세질 게 분명하다. 북한과의 정상 외교 복원에도 적극 나설 것으로 점쳐진다. 향후 북핵 문제, 북미·남북 관계는 이런 맥락에서 새롭게 이해될 필요가 있겠다.

트럼프 재집권이 ‘더 독한 시즌2’을 예고하는 만큼 우리의 대외 정책도 수정이 불가피하다. 트럼프가 ‘아메리카 퍼스트’를 외치는 마당에 한미일 중심의 외교·안보 정책에만 의존하는 일은 대단히 위험하다. 관성화된 외교·안보 정책을 다원화해 위험을 분산하는 방향으로, 그리고 철저하게 국익과 실리의 관점에서 접근하는 게 필요하다. 경제 분야도 마찬가지다. 수출 시장·공급망 다변화와 관세 충격을 버틸 기술 경쟁력의 확보에서 새로운 통상 전략을 찾아야 한다. 이미 유럽연합, 일본 등 전 세계가 자국 이익을 위해 대미 전략을 새로 수립 중이다. 우리 정부도 만반의 대응 능력을 발휘해 중대한 변화의 시기를 잘 대처해 나가야 한다.


당신을 위한 AI 추천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