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파 이주홍·고석규 미공개 편지, 세상에 나왔다
<정릉으로…> 발간 앞두고
박종석 문학평론가 공개
부산 문학의 터를 다진 작가 향파 이주홍(1906~1987)과 요절한 천재 비평가 고석규(1932~1958)의 미공개 편지가 처음으로 세상에 모습을 드러내 부산 문단의 관심을 모으고 있다. 박종석 문학평론가는 다음 달로 예정된 <정릉으로 온 편지> 1, 2권 발간을 앞두고 부산과 인연이 깊든 두 작가의 편지를 <부산일보>에 소개했다.
이번 책은 지난 2006년 <조연현 평전>을 펴낸 박 문학평론가가 서울 정릉 조연현의 집에 근현대 작고 문인들의 편지 기록물이 보관된 사실을 확인한 뒤 연구에 들어간 결과물이다. 조연현(1920~1981)은 1940년대부터 1970년대까지 활동한 문학평론가이자 보수문단 최고의 권력자로 한국문단의 길목 역할을 했다. 하지만 80년대 민주화 이후 그에 대한 평가가 부정적으로 바뀌며 소중한 자료가 외부에 알려지지 않게 되었다가 이번에 발굴된 것이다.
이주홍이 조연현에게 보내 그동안 조연현 집에서 보관해 왔던 편지는 16통 22장, 우편엽서는 2통에 달한다. 여기에는 이주홍이 수산대학 학보사 주간으로 있을 때 조연현 주간의 <현대문학>에 후배 작가 최해군의 소설이 발표될 수 있도록 노력하는 모습이 담겨 있었다. 또한 이주홍이 주도했던 <문학시대>에 중앙 문단의 중심에 있었던 조연현의 원고를 수록해 전국적인 문학지로 발돋움하려는 의지를 보이기도 했다. <부산일보>에서 후원하는 문학 강연 일정이 5월 초순경이 좋다는 의견을 보낸 편지도 있었다. 자신의 건강 악화로 요양 중이라는 내용도 보인다.
이번에 발굴된 고석규의 편지는 1통 2장뿐이다. ‘일전에 보낸 원고 청탁서를 받았지만, 자신의 병환으로 차일피일 미루게 되었고 현재로선 도저히 창작할 수 없는 형편이다. 대신에 ‘시적 상상력’ 원고 300매를 보내니, 활자화될 수 있는지 가부를 알려 달라’는 내용이다. 이 편지를 통해 고석규가 조연현과 문학적으로 소통하며 서울 중심 중앙 문단과 지방인 부산의 비평계에서 균형추 역할을 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또한 그 뒤 <현대문학>에 연재된 평문 ‘시적 상상력’은 그의 비평 철학을 담았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박 문학평론가는 “정릉 조연현의 집에서 내가 찾은 편지가 모두 작가 100명에 1000통에 달한다. 이들 편지는 현재 2026년 개관 예정인 서울 한국문학관으로 이관된 상태다”라며 “작가 친필 편지는 전기나 평전을 완성할 때 중요한 사료적 가치가 있다. 새로운 편지가 발견된 만큼 그들의 문학 세계에 대한 새로운 탐색이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정릉으로 온 편지> 1, 2권에는 염상섭, 전영택, 오상순, 신석초, 박목월, 유치환, 이영도, 고석규 등 작고 문인 20명의 미공개 편지가 담길 예정이다. 글·사진=박종호 기자
박종호 기자 nleader@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