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늙는다는 것은 내 마음먹기에 달렸다
윤정진 동명대 유아교육과 교수 창의인성연구소 소장
한동네에 오래 살다 보니 동네 목욕탕에 가면 함께 나이 들어가는 중년, 노년의 익숙한 분들을 뵙게 된다. 어떤 할머니는 나이보다 젊게 살아가고, 어떤 할머니는 실제 나이보다 더 들어 보인다. 이 중에서 고등학교 선후배 사이인 할머니 두 분이 계시는 데 5살 연상의 선배 언니 할머니가 훨씬 더 젊어 보여 늘 신기하게 느껴졌다. 선배 할머니는 자전거를 타고 목욕탕을 오셔서 호탕하게 늘 웃으시며 다니는데, 후배 할머니는 허리를 숙이고 매번 힘들게 ‘아이고’ 소리를 연신 하시면서 목욕만 겨우 하고 다니신다.
연상되는 유명한 실험연구 하나가 있다. 하버드대학교 심리학과 엘렌 랭어 박사의 ‘시계 거꾸로 돌리기 연구’가 그것이다. 마음을 20년 전으로 되돌리면 몸도 그것을 반영할 수 있을까? 연구자는 70대 후반에서 80대 초반의 노인들이 20년 전에 시청했던 뉴스, 영화, 공간적 배경을 똑같이 해서 한적한 수도원에서 일주일 동안 20년 전과 똑같이 젊게 행동할 것을 요구했다. 20년 전처럼 모든 배경을 꾸며놓고 그들이 20년 전으로 돌아가 이 시간이 현재인 것 같이 행동할 것, 그리고 20년 전의 영화와 뉴스를 시청하고 청소, 설거지, 집안일을 스스로 할 것이 실험전 연구참여 조건이었다. 놀랍게도 혼자 짐을 나르는 일조차 어려워하던 노인들은 일주일 후 눈에 띄게 활력을 되찾았으며, 신체 기능도 확실히 좋아졌다.
자녀를 늦게 출산한 부모들이 일찍 결혼해서 출산한 부모들보다 건강하게 오래 장수한다는 연구 또한 비슷한 사례이다. 노산한 부모들은 자녀를 양육하면서 그들보다 나이가 어린 부모들과 함께 양육 시기를 보내면서 또래보다 젊게 그들의 뇌와 정서를 활성화시킨다. 이들의 신체나 뇌 기능 등이 일찍 자녀를 출산한 부모보다 건강한 사례는 몸과 마음이 노화와 연결돼 있음을 입증한다. 중요한 것은 ‘의식의 집중’이다. 상황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일 것이 아니라 의식을 집중해서 노화와 육체의 한계에 수긍하는 삶이 아닌 마음 먹기에 따라 얼마든지 변화될 수 있음을 인지하며 주체적으로 살아가길 권한다.
어느 곳에나 불확실성은 존재한다. 의료계는 과학을 토대로 수많은 결정을 내리지만, 과학적 연구는 확고한 진실이 아닌 더 나은 진실을 향한 끊임없는 탐색에 불과하다. 따라서 우리는 스스로의 책임자로서 내 몸의 변화를 관찰하고 계속 의료진들과 소통해야 한다. 노인에 대한 편견은 무의식적이고 사회적이다. 대개 노인은 건망증이 있고, 행동이 굼뜨며, 고집이 세다고 여겨지지만 인간은 본래 자기가 기억하고 싶은 것만 기억하고, 어느 연령층에나 행동이 굼뜬 사람은 존재한다. 고집은 어린아이도, 젊은이도, 중년도 모두 세다.
100세 시대는 축복이 아니라 저주라는 말이 있다. 노화는 곧 질병이라는 생각 탓이다. 하지만 시간에 따라 늙는다는 사실이 착각에 불과하다면, 내가 생각하기에 따라 훨씬 내 삶을 건강하고 젊게 가꿀 수 있다. 내가 늙었다는 생각이 늙게 만드는 것이다. 가능성을 향한 랭어 박사의 유쾌한 실리 실험이 당신의 시간을 10, 20년 전으로 되돌려 놓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