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 다운’ 합의금 노린 저작권 사냥 성행
경쟁 격화 수익 창출 목맨 로펌
불법 공유 사이트 이용자 고소
사건 무마 조건 수백만 원 요구
일선 경찰은 수사력 낭비 호소
60대 남성 A 씨는 두 달 전 무료함을 달래려고 파일공유 사이트에서 한국영화 한 편을 다운받았다가 저작권 침해를 이유로 경찰 조사를 받았다. A 씨는 저작권자를 대리한 로펌으로부터 고소를 당했다. A 씨는 고소 취하를 조건으로 100만 원을 요구한 로펌 측에 합의금을 지불하고 사건을 마무리지을 수 있었다. A 씨의 행위는 일회성이고, 적극적으로 이익을 챙기려는 것이 아닌 만큼 형사처벌까지 받을 가능성이 높지는 않았지만, 이를 몰랐던 A 씨는 고스란히 합의금을 건넸다.
영화 등 콘텐츠를 불법 다운로드한 이용자를 저작권법 위반으로 고소하고 합의금을 챙기는 이른바 ‘저작권 사냥’이 성행하고 있다. ‘합의금 장사’가 경쟁 격화로 수익 창출에 목을 매는 로펌들의 쏠쏠한 돈벌이 수단이 되면서 중대 범죄 해결에 집중돼야 할 경찰력이 낭비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3일 법조계와 경찰에 따르면 A 씨 사례처럼 무심코 다운받은 영상이 빌미가 돼 수백만 원을 물어내는 사례가 끊이지 않고 있다. 서울을 중심으로 한 로펌들이 영상물을 불법 다운로드한 이용자를 상대로 한 저작권 침해 형사 고소는 전국을 무대로 벌어진다.
경찰에 따르면 서울 소재 B법무법인은 저작권법 위반 합의금 협상을 위해 아르바이트생 등으로 구성된 별도 팀을 운영한다. 이들은 영상물이 불법 공유되는 P2P 사이트 등을 통해 콘텐츠를 다운받은 정황이 발견되면 영화 배급사에 연락해 저작권법 위반 행위가 있었음을 알린다. 일부 로펌은 합의금을 5 대 5로 나누자고 제안해 배급사를 대리하기도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탓에 부산 울산 경남 일선 경찰서에서는 저작권 침해 고소 사건이 쇄도하고 있다. 합의금을 노린 고소고발이 이어지면서 딥페이크 성범죄 등 최근 사회적으로 큰 물의를 빚고 있는 수사 등에 투입돼야할 경찰 수사력이 낭비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저작권법 사건 7개를 맡고 있다는 한 경찰은 “딥페이크를 활용한 성범죄 등 수사가 산적해 있는데 저작권법 사건 처리를 하느라 진을 다 빼고 있다”고 호소했다.
형사 소송에서 무혐의로 사건이 종결되더라도 로펌이 민사 소송을 걸면 합의금을 주지 않고 버티기는 어려운 실정이다. 한 변호사는 “민사는 고의가 아니라 과실의 경우에도 저작권 침해가 인정될 수 있다”며 “소송 과정에서만 변호사 수임료 등으로 800만~1000만 원이 들다 보니 울며 겨자먹기로 로펌이 요구하는 합의금을 내는 상황이 반복되고 있다”고 말했다.
로펌의 저작권 사냥 문제를 막으려면 저작권에 대한 경각심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부산대 법학대학원 강명수 교수는 “저작권은 마땅히 법적으로 보장돼야 할 권리”라며 “저작권에 대한 인식이 확고해져 불법 다운로드가 근절되면 로펌의 합의금 장사도 없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양보원 기자 bogiza@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