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호진의 디지털 광장] 조금은 이른 가을 편지
모바일국장
날씨도, 온라인·현실 세상도
완충지대 없어지는 양극화 뚜렷
공정·객관 언론 가치 존립 위기
지역·독보적 콘텐츠 맨발걷기
다대포 행사엔 1만 명 참여
연결과 소통의 플랫폼 발돋움
사상 최장 열대야 기록을 세운 폭염 기세가 한풀 꺾였습니다. 해가 갈수록 더 뜨거운 여름, 더 추운 겨울이 봄과 가을까지 잠식해 감을 느낍니다. 완충지대 없는 양극화는 현실 세계나 모바일 세상 모두를 관통하는 키워드가 되었습니다.
정치는 진영 논리의 극단을 달리고, 국제 정세도 패권을 놓치지 않으려는 미국과 이를 상대하는 ‘글로벌 사우스’의 대응이 점입가경입니다. 이 패권 경쟁 여파로 우크라이나와 가자지구에서는 오늘도 수많은 생명이 스러지고 있습니다. ‘20 대 80 사회’라던 자본주의 사회 계층은 ‘1 대 99 사회’로 바뀌는 중입니다.
유튜브를 비롯한 영상 플랫폼과 사회관계망서비스(SNS)는 특유의 알고리즘으로 사용자가 봤던 콘텐츠와 유사한 영상·피드를 추천하면서 사용자의 기존 인식을 강화합니다. 팬덤 정치, 진영 정치를 심화시키는 주범으로 알고리즘 시스템을 꼽는 전문가가 많습니다.
사회의 공론장 역할을 해야 할 언론도 양쪽 진영의 구심력에서 공정성·객관성을 유지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이 틈에 전통 미디어를 거치지 않고 뉴스 소비자와 직접 만나는 인플루언서 유튜버들의 영향력도 날로 커집니다. 인기 방송인이자 외식 사업가인 백종원 씨는 가맹점주들이 본사를 가맹사업법 등 위반 혐의가 있다고 공정거래위원회에 신고한 사실이 언론에 보도되자 해명 영상을 직접 만들어 올렸습니다. 자신의 유튜브 계정 구독자가 633만 명, 해명 영상 조회수는 490만 회를 넘겼습니다. 유가증권시장(코스피) 상장 심사 중이던 그의 회사는 지난달 30일 한국거래소의 예비 심사를 통과했습니다. 전통적인 뉴스 사이트와 언론 기업이 설 자리는 이렇게 점점 줄어드는 중입니다.
다르게 생각하는 사람들이 자유롭게 만나 의견을 나누는 마당. 어느덧 상상 속에서만 가능할 것 같은 언론의 공론장 역할을 어떻게 이어가야 할까. 더 근원적으로는 생존을 위협해 오는 미디어 환경 속에서 어떻게 살아남을까, 부산일보사 모바일국은 고민에 고민을 거듭했습니다.
변화무쌍한 환경 속에, 지금 내놓을 수 있는 해답은 지역과 독창성이었습니다. 〈부산일보〉에서만 접할 수 있는 지역 콘텐츠에 집중하기로 한 것입니다. 올해 4월 해운대해수욕장에서 ‘세븐비치 어싱 챌린지’를 시작한 것도 이런 차원이었습니다. 시민 건강을 증진한다는 본래 목표에 더해, 지난 6월 광안리에서 4000명이 참여한 행사를 마무리 지으며 부산 관광의 새로운 콘텐츠로 내세울 수 있겠다는 자신감도 얻었습니다. 오는 28일 다대포해수욕장에선 1만 명이 참여하는 전국 최대 규모 맨발걷기 행사를 엽니다.
맨발걷기 자체가 사람과 사람을 잇는 〈부산일보〉의 콘텐츠가 되었다는 점 또한 체감합니다. 맨발 드러내기를 부끄러워하는 문화가 아직도 팽배하지만, 신발과 양말을 벗고 맨발로 땅을 함께 밟는 순간 소통을 막는 장벽도 같이 허물어진다고 수많은 참가자가 증언합니다. 주로 장년층 이상이던 기존 맨발걷기 애호 연령대가 ‘세븐비치 어싱 챌린지’ 덕분에 어린이와 청년층까지 넓어지는 점도 세대 연결에 기여하는 점일 것입니다. 다대포 행사까지 끝나면 연인원 1만 6000명이 맨발걷기를 매개로 소통과 연결의 장을 경험하게 됩니다.
이밖에 영화를 함께 관람하고 이야기 나누는 ‘부일시네마’, 내가 키우는 반려동물을 사진과 영상으로 자랑하고 응원 투표도 하는 ‘댕냥이 콘테스트’, 부산 연고 프로야구단 롯데 자이언츠의 가을 야구를 응원하는 ‘으라차차 롯데 자이언츠 응원 이벤트’ 등 부산일보사 모바일국은 시민이 관심 가질 만한 소재로 끊임없이 소통의 장을 만들고 있습니다. 10월에는 새로운 이벤트로 연결 고리를 또 하나 늘립니다.
이런 다양한 이벤트를 통해 ‘부산닷컴’ 회원으로 가입하는 이용자가 늘면 부산닷컴이 독자적인 콘텐츠 플랫폼으로 자리매김할 토대도 마련됩니다. 지난 10개월간 진행한 다양한 이벤트를 통해 부산닷컴 회원은 약 67% 증가했습니다. 매일 아침 뉴스레터를 받아보는 구독자도 그만큼 늘었습니다. 부울경 지역민의 삶과 정서에 천착하는 지역 콘텐츠 플랫폼이 올곧게 자리 잡는다면 지역민의 삶을 개선하는 데에도 도움이 되리라 믿습니다.
이용자의 한정된 관심을 얼마나 오래 잡아두느냐에 인터넷 서비스의 성패가 달린 ‘주목경제’ 시대, 말초적인 관심 끌기가 아니라 유익한 정보와 세대·계층 간 소통이 활발한 커뮤니티 플랫폼으로 나아가는 것이 바람직한 방향일 것입니다.
오늘도 우리의 타전에 기꺼이 시간과 마음을 내어줄 당신을 기다립니다.
이호진 기자 jiny@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