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 후반기 시의회를 기대하며

권상국 기자 ksk@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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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담 보좌관제, 법사위 기능 도입 등 고무적
조례의 질 높이기 위한 선제적 투자는 당연
여야 대치 맞춰 국회의원 공백도 대비해야
후반기는 시의회 역량과 존재감 키울 기회

제9대 부산시의회가 후반기의 문을 열었다. 전반기 시의회를 이끌던 안성민 의장이 조타수 역할을 이어가게 됐다. 연임 과정에 잡음이 없었던 건 아니다. 상임위원장 자리 배분 등을 놓고 국민의힘 내에서도 내홍은 있었다.

그러나 구성원 다수의 선택이 의장단 선출로 이어졌고, 바닥을 내보이는 추태는 없었다. 동남권 경제 축으로 재도약을 앞둔 부산시와 부산 시민을 위해 다행스러운 일이다.

반환점을 돈 부산시의회는 전반기에 펼쳐놨던 사업을 마무리하는 동시에 새로운 토대를 마련해야 한다. 후반기 포부를 밝히며 안 의장이 내세운 광역의원 전담 보좌관제 이슈도 그런 맥락이다. 현행 '2의원 1보좌관' 체제를 '1의원 1보좌관'으로 확대하자는 이야기다. 부산시와 부산교육청 등 감시해야 할 집행부의 덩치가 날로 커지고 있다. 시의회에서도 '초선은 업무 익히다 임기 다 보낸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나랏 살림도 중요하지만, 고향 살림을 돌보는 시의회의 업무 효율을 위해서도 얼마간의 투자는 선행될 필요가 있다.

시의회 밖에서도 지역구 당원협의회마다 총선 이후 새로 진용을 짜며 '일할 줄 아는' 사람 없느냐는 하소연이 많다. 알량한 감투만 보고 날아드는 선거철 불나방들이 아니라 기본적인 정당과 의회 시스템을 숙지한 일꾼 말이다.

특히나, 총선 때마다 초선으로 물갈이하는 비중이 유독 높은 부산이다. 다선 의원이야 본인의 사단을 거느렸다지만 초선은 그렇지 못한 경우가 태반이다. 기초의회부터 국회까지 공유할 의정 전문가 인력풀이 절실하다. 전담 보좌관제를 시작으로 부산의 청년이 의정 활동 전문가로 생업을 이어갈 수 있는 시스템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

이와 더불어 시의회는 후반기부터는 상임위원회 간의 업무를 조정해 전국 최초로 '법사위' 기능을 도입하려 한다. 이웃 간 품앗이하듯 조례를 발의하면 동료 의원이 당연하다는 듯 통과시켜 주는 구닥다리 메커니즘으로는 조례의 질을 높이는 데 한계가 있다는 판단이다.

실제로 상위법이 바뀔 때마다 하위 조례의 문구만 수정해 발의하거나, 상황이 비슷한 타 지자체의 조례를 고대로 베껴 오는 일도 있다. 이를 막아내기 위해 발의 조례를 한 상임위에서 전담해서 집중 검토하자는 의도다. 충분히 시도할 만한 가치가 있다.

새로운 사업도 사업이지만, 무엇보다 시의회는 후반기부터는 현안에 대한 목소리의 톤도 바꿀 시점이 왔다. 총선 과정에서 부산에서는 여야 간에 첨예한 대립이 있었다. 여야 간의 지지율 격차가 박빙이던 지역구도 적지 않았다. 국민의힘이 다수인 시의회는 총선에서 원팀으로 승리해야 한다는 전략적인 판단에서 부산시 집행부와 페이스를 맞춰왔다.

부산 선거는 전국적인 패배 속에서도 국민의힘 압승으로 끝났다. 여당이 다수당인 시의회는 민심을 살피고 다시 시정에 채찍을 들어야 한다. 당장 글로벌허브도시 특별법만 해도 원안보다 볼륨이 홀쭉해진 터다. 세금 등 특례 혜택에 예민한 상공계에서는 선언적인 의미만 담은 빈껍데기 법으로 전락하는 게 아닌가 우려와 불만이 적지 않다.

시의회의 목소리를 가다듬는 일은 뻔한 공청회나 기자회견으로 부산시에 지원사격을 하는 수준에 그쳐서는 안 된다. 집행부와 동등한 위상을 갖추기 위해서라도 건설적인 대안 제시는 필수다. 부산시가 무릎을 치거나 스스로 부끄러워할 만한 수준의 해법과 대안을 들이밀 수 있어야 위상을 높일 수 있다는 말이다.

최근 소장파 시의원들을 중심으로 낡은 조례안을 대대적으로 정비하려 하거나, 가덕신공항 거점항공사 문제에 플랜B를 찾아보려는 움직임이 시작되고 있다니 고무적인 일이다. 모두 시의회의 위상을 높이는 동시에 부산시에도 큰 힘을 실어줄 수 있는 움직임이다.

마지막으로, 후반기 시의회에 국회의원에 견줄 만한 위상과 경쟁력을 갖추는 노력도 주문해 본다.

현재 여의도는 여야 간 극한의 대치가 이어지고 있다. 일부 의원은 사실상 중앙당에 차출된 거나 진배없는 상황이다. 이 같은 대치는 22대 국회가 끝날 때까지 계속될지 모를 일이다. 물리적으로 국회의원 1명이 중앙 정치와 지역구 관리를 동시에 해나갈 수 없는 쪽으로 정국이 흘러가고 있다.

지역구 의원의 '하명'만 기다려서는 안 된다. 국회에 대표선수가 나가 있는 동안 지역 내 현안에 대해서는 확실하게 책임을 진다는 자세가 필요하다. 오히려 이 같은 상황이 광역의회와 기초의회의 자생력과 위상을 높일 기회도 될 수 있다.

권상국 정치부 차장 ksk@busan.com


권상국 기자 ksk@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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