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중 없는 ‘난타’ 벌어진 첫 TV토론…희비 엇갈린 바이든·트럼프

이은철 기자 euncheol@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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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배자·호구 등 거친 표현 쏟아져
서로 향해 ‘최악의 대통령’ 혹평

4년 전과 달리 바이든 다소 경직
고령 리스크 불식 시키기엔 역부족
트럼프, 예상 밖 진중한 태도로
토론회 주도했다는 평가 나와

27일(현지시간) 미국 조지아주 애틀랜타 CNN 스튜디오에서 열린 미 대선 후보 첫 TV 토론에 참석한 조 바이든 대통령(오른쪽)과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격돌하고 있다. 이날 토론에서 두 후보는 경제, 낙태, 불법 이민, 외교, 민주주의, 기후변화, 우크라이나·가자 전쟁 등 주제마다 날선 공방을 벌였다. 연합뉴스 27일(현지시간) 미국 조지아주 애틀랜타 CNN 스튜디오에서 열린 미 대선 후보 첫 TV 토론에 참석한 조 바이든 대통령(오른쪽)과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격돌하고 있다. 이날 토론에서 두 후보는 경제, 낙태, 불법 이민, 외교, 민주주의, 기후변화, 우크라이나·가자 전쟁 등 주제마다 날선 공방을 벌였다. 연합뉴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오는 11월 대선을 앞두고 27일(현지시간) 진행된 첫 TV 토론에서 난타전을 벌였다. 두 후보는 시작 때와 종료 후에 악수도 하지 않을 정도로 상대에 대한 불편한 감정을 노골적으로 드러냈다.


■범죄자 등 원색적인 비난 쏟아내

미국 애틀랜타의 CNN 스튜디오에서 진행된 이날 토론회에서 양 측은 ‘패배자’(loser·이하 바이든이 트럼프에게), ‘호구’(sucker), ‘이 자’(this man·트럼프가 바이든에게), ‘최악의 대통령’(두 사람 다) 등 거침없는 표현을 쏟아냈다. 전·현직 최고 지도자라는 타이틀이 무색할 정도라는 게 현지 반응이다.

90분간의 토론의 내용 면에서도 상대를 비판하고 헐뜯는 원색적인 비난을 쏟아내면서 정책이나 비전 제시는 찾아보기 힘들었다. 바이든 대통령은 “여성을 추행한 데 대해 벌금으로 몇십억 달러를 내야 하는 거냐”, “부인이 임신했을 때 포르노 스타와 성관계를 가졌다”며 트럼프 전 대통령의 성추문을 여과 없이 거론했다. 그러면서 트럼프 전 대통령에 대해 “길고양이의 도덕성을 가지고 있다”고 깎아내렸다.

이에 맞서 트럼프 전 대통령은 “포르노 스타와 성관계를 가진 적이 없다”고 반박한 뒤 “그(바이든)가 문장의 마지막에 무슨 말을 했는지 정말 모르겠다. 그도 자기가 무슨 말을 했는지 모를 것이다”며 81세인 바이든 대통령의 인지력 논란을 건드렸다.

또한 두 후보는 상대를 ‘범죄자’로 부르기를 주저하지 않았다. 바이든 대통령은 성추문 입막음 돈 지급 관련 회사 서류 조작 혐의로 유죄 평결을 받은 트럼프 전 대통령에 대해 “유죄를 받은 중죄인”이라고 칭했다.

그러자 트럼프 전 대통령은 “조(바이든)는 그가 한 모든 일 때문에 '유죄 받은 중범죄자'가 될 수 있다”며 “그는 끔찍한 일들을 했다. 이 자는 범죄자”라고 맞받았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또 바이든 대통령 임기 첫해인 2021년 이뤄진 아프가니스탄에서의 미군 철수에 대해 “역사상 가장 당혹스러운 순간”이라면서 “우리는 더 이상 존중받지 못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트럼프, 말 더듬는 바이든 압도

토론회는 4년 전 현직 대통령이었던 트럼프에게 ‘야당 후보’ 바이든이 도전했던 때와 자못 다른 분위기가 연출됐다. 2020년 도전자 입장에서도 경험과 경륜을 바탕으로 여유롭게 토론회를 주도했던 바이든 대통령이었지만 이번에는 경직된 듯했다. 특히 고령에 따른 인지력 논란은 더욱 확산하는 모습이다.

그는 거친 쉰목소리로 자주 말을 더듬었고, 불법 이민 대응과 관련한 사회자 질문에 답하면서 하고자 하는 말을 마무리하지 못한 채 발언 기회를 넘기기도 했다. 바이든 대통령이 감기에 걸린 채 토론에 임했다는 보도들이 나오는 가운데, 바이든 대통령의 목소리에는 지난 3월 국정연설 때와 같은 활력을 찾아보기 어려웠고 가끔 기침도 했다. 토론 후반에 가끔 트럼프 전 대통령의 발언에 어이없다는 듯 웃어 보이기도 했지만 4년 전 토론 때와 같은 여유와 명민함은 찾아볼 수 없었다.

반면 트럼프 전 대통령은 예상과 달리 다소 진지한 모습을 보였다. 4년 전 토론 때 바이든 대통령 발언에 끼어들며 말 끊기를 남용해 실점했던 것과 달리, 이번엔 과거에 비해 차분하고 조리 있게 자기 주장을 펴는 한편 힘찬 목소리로 토론 분위기를 압도했다.

후반으로 갈수록 특유의 과장된 표정과 몸짓이 나오긴 했지만, 전체 발언 시간에서도 바이든 대통령보다 5분 이상 더 많이 차지하는 등 토론을 주도하는 분위기였다. 미국 정부의 코로나19 대응 난맥상을 꼬집는 바이든 대통령의 노련한 공세에 다소 당황하는 듯한 모습을 보이기도 했던 2020년 토론 때와는 달랐다.

바이든 대통령이 ‘포르노 스타와의 성관계’를 거론했을 때도 흥분하거나 냉정을 잃는 모습이 아니었다.

토론 종료 후 바이든 대통령은 무대 위로 올라온 영부인 질 바이든 여사와 대화를 나눈 뒤 진행을 맡은 CNN 앵커 제이크 태퍼와 데이나 배시에게 인사를 했다.

부인 멜라니아 여사가 토론장에 동행하지 않은 트럼프 전 대통령은 곧바로 무대 뒤로 퇴장했다.


이은철 기자 euncheol@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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