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여름에도 기부가 필요한 이유
박선욱 부산사회복지공동모금회 사무처장
기부금 추운 연말연시에 몰려
하절기 소외층 지원 수요 증가
이상기후 여파 폭염·폭우 잦아
기상 재난은 약자에게 더 가혹
‘부산 여름 희망’ 캠페인 동참을
최근 며칠간 영남지역 곳곳에서 폭염주의보가 발령되고 있다. 많은 사람이 이르게 찾아온 무더위에 본격적인 여름을 느낄 것이다. 필자는 부산의 출퇴근길에서 또 다른 여름을 느낀다. 그것은 설렘과 들썩임이다. 버스나 지하철에는 크고 작은 여행 가방을 소지한 외지인과 외국인들이 기대감에 상기된 표정으로 저마다 들썩인다. 그들의 설렘에 버스와 지하철이 들썩이고 부산도 들썩인다. 지하철 전동차 내부는 시원한 바다 사진으로 래핑돼 설렘의 절정을 이루는 듯하다. 이를 본 외지 사람들의 “부산 사람은 좋겠다”는 말에 괜히 어깨가 으쓱해지기도 한다.
부산의 여름은 이같이 설렘을 안고 방문한 관광객들로 시작되고, 부산도 다양한 축제를 준비한다. 전국 대표 피서지인 해운대해수욕장과 서핑 명소인 송정해수욕장은 이달부터 부분 개장했다. 주요 관광지를 중심으로 콘서트, 가요제, 페스티벌 등의 명칭으로 다양한 행사가 이어질 것이다. 부산은 그야말로 여름 내내 축제의 장을 이루지 싶다.
이러한 축제 속에 부산사랑의열매(부산사회복지공동모금회)도 함께하고자 한다. 바로 나눔의 축제다. ‘우리 부산 희망 여름 착! 착! 착!’이라는 이름을 내걸고 이상기후에 따른 폭염 속에 힘들어하는 소외된 이들을 지원하기 위한 나눔의 캠페인이다.
즐거운 기부, 즐기며 기부하는 것을 퍼네이션이라고 한다. 재미(Fun)와 기부(Donation)가 결합된 말이다. 얼마를 기부하느냐보다 어떻게 기부하느냐에 맞춰 기부금의 규모에 관계없이 흥미와 즐거움을 느끼며 기부하는 것이다. 스마트폰 앱을 통해 걸을 때마다 쌓인 금액을 기부하거나 게임을 통해 기부하는 것, 동호회 등 취미생활을 하며 함께 기부를 하거나 좋아하는 연예인을 기념하기 위해 팬클럽에서 기부하는 것이 그런 방법이다. 사랑의열매도 MZ세대 사이에 유행하는 셀프 포토부스인 ‘열매네컷’을 운영하며 퍼네이션에 동참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흔히 기부는 추운 겨울에 하는 것이라고 생각하는 이들이 많다. 실제 공동모금회에도 겨울에 가장 많은 기부금이 모인다. 평소 기부에 관심이 없던 이들도 한 해를 마감하며, 혹은 새해를 맞아 한 번쯤은 좋은 일을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드는 시기이기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한겨울 칼바람만큼이나 무서운 게 한여름 폭염과 폭우다. 폭염은 소외계층과 저소득층에 꽤나 폭력적이다. 기후 위기로 인한 근년의 폭염은 실제 전 세계적으로 수많은 생명을 앗아가고 있다. 우리나라도 올여름 엄청난 폭염과 폭우가 예상된다고 한다. 이런 기후변화는 어려운 이웃들에게 더욱 잔인하다. 바람 한 점 들지 않는 쪽방촌에는 선풍기마저 둘 자리가 없고, 좁은 방에서 주야로 그저 더위에 지쳐 쓰러져 잠들기를 바라는 이들이 너무 많다.
부산사랑의열매는 6월 1일부터 7월 15일까지 45일간 ‘생활 속 기부로 온 시민의 행복한 여름나기’라는 슬로건으로 ‘우리 부산 희망 여름 착! 착! 착!’ 캠페인을 진행 중이다. 소외된 이웃들에게 폭력적인 여름이 아닌 시원하고 축제 같은 여름, 축제의 부산을 즐길 수 있도록 해주고 싶어서다. 슬로건처럼 생활 속에서 기부에 동참하는 방법은 다양하다. 자영업자가 정기적으로 기부하는 ‘착한 가게’, 직장인이 급여의 일부를 기부하는 ‘착한 일터’, 개인이 1년에 100만 원 이상 기부하는 ‘나눔리더’, 단체와 동호회 등에서 3년 이내 1000만 원 이상 기부하는 ‘나눔리더스클럽’, 기업이 3년 이내 1억 원 이상 기부하는 ‘나눔명문기업’, 개인이 5년 이내 1억 원 이상 기부하는 ‘아너소사이어티’ 등이 있다. 이 외에도 ARS(060-700-0077) 전화와 QR코드를 통해 참여할 수 있다.
이렇게 조성된 성금은 안전, 돌봄, 교육 분야 지원에 투명하고 공정하게 사용될 것이다. 하절기 에너지 취약계층을 지원하고, 위생·안전 취약계층의 환경 개선을 돕는 등 어려운 이웃들의 일상에 필요한 지원을 신속·정확하게 펼칠 계획이다. 또 학생들의 여름방학 동안 격차 없는 공평한 기회 제공을 위한 디지털 튜터, 기초학력 증진 등 변화한 지역사회에 맞는 다양한 맞춤형 지원사업에도 노력할 것이다.
부산 시민들이 여름철 사랑의열매 기부금 모금 캠페인과 함께 소외된 이웃을 챙기면서 다 같이 폭염을 이겨내며 시원하고 행복하게 보내는 여름이 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