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훈의 시그니처 문화공간 이야기] 세계 최대의 구(球)형 공연장, 스피어(Sphere)
아트컨시어지 대표
개인적으로 세계 최고의 엔터테인먼트 도시를 손꼽으라면 미국 네바다주에 위치한 라스베이거스를 이야기할 것이다. 대형 카지노와 리조트가 밀집한 스트립 구간 호텔 내 공연장에서는 매일 밤 개성 넘치는 쇼들이 열리고 사람들로 가득 찬다. 최근엔 지난해 9월 정식 개관한 ‘스피어(Sphere)’가 보태졌다.
스피어는 개막 전부터 화제였다. 천문학적인 제작 비용 덕분이다. 애초 12억 달러로 예상했던 건립 비용은 몇 차례의 설계 디자인 변경, 물가 상승 등의 요인으로 두 배에 가까운 23억 달러(약 3조 1600억 원)까지 증가했다. 이는 엔터테인먼트 사상 역대 최고 제작비다.
두 번째로 놀라운 건 규모다. 높이 111m, 지름이 157m인, 아파트 40층 높이의 스피어는, ‘자유의 여신상’이 이 거대한 구 안에 들어갈 수 있는 크기이다. 스피어 외부에 쓰인 LED의 전체 면적은 축구장 2개 반 크기와 맞먹는 5만 4000㎡. 120만 개 LED가 시간에 따라 다양한 영상을 구현하고 있다. 얼마 전 공개한 삼성전자의 갤럭시 S24 언팩 행사 홍보도 스피어를 통해 선보였다. 업계에 따르면 스피어 외벽 광고 비용은 하루에 45만 달러, 한화 6억 원이 넘는 비용이다.
스피어 내부는 9개 층으로 이뤄졌고, 연면적은 8만㎡가 넘는다. 메인 통로로 들어가면, 5대의 휴머노이드 로봇이 스피어의 큐레이션을 담당한다. 마치 롤러코스터를 타듯 층과 층을 가로 잇는 대형 에스컬레이터로 이동하는 동안은 마치 우주에 온 듯한 분위기의 조명과 홀로그램이 시선을 사로잡는다.
스피어의 핵심은 볼륨의 절반 정도를 차지하는 대형 공연장이며, 그 자체가 첨단 기술과 혁신의 산물이다. 세계에서 가장 크고 해상도가 높은 LED 스크린이 내부의 객석과 바닥을 제외한 나머지 벽면을 가득 채우고 있는데, 면적만 1만 5000㎡에 달하며 해상도는 18K에 이른다. 내부에는 16만 개의 스피커가 설치돼 있고, 4D를 구현하기 위해 바람, 진동 등을 전달하는 시스템이 좌석마다 갖추어져 있다. 하루에 많게는 4차례 공연(상영)하는데, 시간에 따라 79~249달러의 입장료를 받고 있다. 현재는 대런 애러노프스키 감독이 만든 ‘지구에서 온 엽서(Postcard From Earth)’ 다큐멘터리 영화를 상영 중이다.
그런데 필자의 감상평은 경이로움도 있지만 결국 파노라마 영화관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조금 더 시간을 두고 스피어 흥행을 지켜볼 필요가 있겠지만, 후속 콘텐츠도 중요하다. 당장 경기도 하남시가 추진 중인 ‘스피어 하남’이 우려됐다. 외국의 대형 콘텐츠를 국내에 도입하는 사례가 최근 늘고 있지만, 투자와 유치는 조금 더 면밀하게 검토해서 접근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