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슬아슬 교각 위 롤러코스터 질주…2층버스 맨 앞자리가 ‘명당’ [별별부산] ④

김희돈 기자 happyi@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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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항대교 영도 쪽 진입램프]

바다 배경으로 60m 정상 향하는 외길
중간쯤 오르면 원 모양으로 360도 회전

차량 앞자리에선 바다 뛰어드는 공포감
진입램프 입구에서 운행 포기 운전자도

모험 즐기는 사람들은 성지 찾듯 방문해
부산시티투어 2층버스 1열 자리 경쟁도

부산항대교 진입램프에 접어든 부산시티투어 버스가 공포의 회전 구간을 향해 오르자 2층버스 맨 앞자리 승객이 카메라들 들고 영상을 찍고 있다. 김희돈 기자 부산항대교 진입램프에 접어든 부산시티투어 버스가 공포의 회전 구간을 향해 오르자 2층버스 맨 앞자리 승객이 카메라들 들고 영상을 찍고 있다. 김희돈 기자

“무료로 즐길 수 있는 롤러코스터 타실 준비 되셨나요?”

지난달 26일 오전 부산역에서 탑승한 부산시티투어 레드라인 버스. 영도구 HJ중공업(옛 한진중공업) 담벼락을 따라 태종로를 달리던 버스 안에 갑자기 놀이공원에서나 들릴 법한 경쾌한 음악이 흐르더니 곧이어 ‘롤러코스터 안내방송’이 이어졌다. 파노라마 선루프를 활짝 연 것처럼 지붕이 시원하게 뚫린 개방형 버스 2층에 올라탄 승객들이 일제히 스마트폰 카메라를 눈높이로 들어올리기 시작했다.

그 사이 부산항대교 진입램프에 접어든 버스는 놀이공원 승강장에서 막 출발한 롤러코스터처럼 서서히 정상을 향해 오르고 있었다. 장대높이뛰기 바를 닮은 진입 램프 입구는 예사롭지 않게 많은 도로표지판으로 치장돼 있었다. 차량 통과높이 제한(4.5m)과 속도 제한(40km) 안내는 기본이고 ‘위험’이라고 적힌 빨간색 테두리 표지판까지 보였다.

부산 영도구 청학동 부산항대교 진입램프 입구. 각종 경고 및 안내 표지판이 입구를 둘러싸고 있다. 김희돈 기자 부산 영도구 청학동 부산항대교 진입램프 입구. 각종 경고 및 안내 표지판이 입구를 둘러싸고 있다. 김희돈 기자

그중에서도 특히 눈에 띈 것은 한글 ‘이’의 자음과 모음을 맞닿게 한 후 좌우를 뒤집은 모양의 파란색 표지판이다. 모음 ‘ㅣ’의 위쪽에는 진행 방향을 알리는 화살표 머리가 달렸다. 파랑 바탕 표지판은 주로 일반적이지 않은 형태의 도로 진입부에 세워져 특이한 통행 방법을 안내한다. 부산항대교 진입램프의 파랑 표지판은 바로 전방에 자음의 ‘ㅇ’ 형태로 순환하는 ‘360도 회전 구간이 있다’는 안내인 셈이다.

시티투어 버스가 진입램프를 지나 교량 상부를 향해 오르막길에 들어섰다. 전체 550m 길이인 진입로 중 약 300m를 직선으로 달린 후 나머지 250m 정도를 원형으로 360도 돌아 교량 상부에 오르는 방식이다. 바로 250m 원형 구간이 ‘공포의 부산항대교 진입램프’ 하이라이트다.

본격적인 원형 구간 주행은 지상에서 약 40m 높이에서 시작된다. 이 높이는 뉴질랜드의 카와라우강 번지점프대 높이(43m)와 비슷하다. 세계 최초로 상업 번지점프 영업을 시작한 이곳은 ‘번지점프 좀 해 봤다’는 마니아들도 막상 푸른색 강물 위 교각 점프대에 서면 다리가 후들거릴 정도로 공포감이 상당한 것으로 유명하다. 양쪽 발목에 칭칭 감은 안전줄은 기억 속에서 사라진 지 오래다.

'공포의 부산 다리'로 불리는 부산항대교 영도 쪽 진입램프 전경. 부산시티투어 버스가 통과하고 있는 360도 회전 구간 아래에는 오토캠핑장이 들어서 있다. 부산관광공사 제공 '공포의 부산 다리'로 불리는 부산항대교 영도 쪽 진입램프 전경. 부산시티투어 버스가 통과하고 있는 360도 회전 구간 아래에는 오토캠핑장이 들어서 있다. 부산관광공사 제공

뉴질랜드 카와라우강 번지점프대에서 한 도전자가 몸을 날리고 있다. 43m인 점프대 높이는 부산항대교 진입램프 회전 구간 높이와 비슷하다. 김희돈 기자 뉴질랜드 카와라우강 번지점프대에서 한 도전자가 몸을 날리고 있다. 43m인 점프대 높이는 부산항대교 진입램프 회전 구간 높이와 비슷하다. 김희돈 기자

지상에서 시선이 멀어질수록 고소공포증의 강도는 커지는 법이다. 그러니 이 공포 구간을 최대한 즐기기 위해선 ‘세단보다 SUV, SUV보다 버스, 일반버스보다 2층버스’라는 말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 2층버스에서도 최고의 명당은 진행 방향 왼쪽 맨 앞자리다. 이 자리에선 버스가 회전할 때, 마치 자기 몸이 도로 난간을 뚫고 나가 바다 위 허공에 내동댕이쳐지는 느낌을 받게 된다. 그래서인지 부산항대교를 경유하는 부산시티투어 레드라인과 그린라인 노선 2층버스의 맨 앞자리를 차지하려는 경쟁도 치열하다. 마치 놀이동산 롤러코스터의 맨 앞자리와 바이킹의 맨 뒷자리가 먼저 채워지는 것처럼.

맨 앞자리뿐만 아니다. 공포감에서 나온 건지, 감동에서 비롯된 것인지 모를 탄성은 버스 여기저기에서 들렸다. 회전 구간 안쪽을 향하는 오른쪽 자리도 마찬가지다. 창밖으로 고개를 돌리면 반경 60m의 회전 구간 반대편이 보이는데, 가늘게만 느껴지는 교각 위에 아찔하게 서 있는 도로와 그 도로를 암벽 등반하듯 비스듬히 오르는 차량을 보다 보면 새삼 오금이 저리는 걸 느끼기도 한다.

부산항대교 영도 쪽 진입램프를 오르다 보면 마치 놀이공원의 롤러코스터를 타는 것 같은 짜릿한 기분을 느낄 수 있다. 김수빈 부산닷컴 기자 부산항대교 영도 쪽 진입램프를 오르다 보면 마치 놀이공원의 롤러코스터를 타는 것 같은 짜릿한 기분을 느낄 수 있다. 김수빈 부산닷컴 기자

부산시티투어 2층 버스의 왼쪽 맨 앞자리에 탄 승객이 스마트폰으로 동영상을 촬영하고 있다. 과속금지 표지판이 서 있는 창밖으로 바다가 펼쳐져 있다. 김희돈 기자 부산시티투어 2층 버스의 왼쪽 맨 앞자리에 탄 승객이 스마트폰으로 동영상을 촬영하고 있다. 과속금지 표지판이 서 있는 창밖으로 바다가 펼쳐져 있다. 김희돈 기자

부사시티투어 2층 버스에 탄 승객들이 일제히 창밖으로 쳐다보거나 휴대폰 촬영을 하고 있다. 부산항대교 진입램프를 지날 때에는 어느 자리에서나 특별한 뷰를 즐길 수 있다. 김희돈 기자 부사시티투어 2층 버스에 탄 승객들이 일제히 창밖으로 쳐다보거나 휴대폰 촬영을 하고 있다. 부산항대교 진입램프를 지날 때에는 어느 자리에서나 특별한 뷰를 즐길 수 있다. 김희돈 기자

부산항대교는 영도구 청학동에서 부산항 북항을 가로질러 남구 감만동까지 이어지는 총길이 3368m의 사장교로 10년 전인 2014년 개통됐다. 부산항 국제여객터미널을 드나드는 크루즈선을 비롯해 초대형 선박들이 안전하게 오갈 수 있도록 최대 통과높이가 아파트 25층과 맞먹는 66m에 이른다.

공포의 진입램프는 설계 당시부터 어떤 구조로 지어질지 관심을 끌었다. 청학동에서 대교 상부를 연결하는 접속도로를 만들 수 있는 여유가 609m에 불과했기 때문이다. 직선형 연결도로로 60m 높이의 교량 상부에 이르게 하려면 도로 기울기(종단경사)를 10%까지 끌어올려야 하는 상황이었다. 간단히 말해 수평 구간 100m를 이동하는 동안 수직으로 10m를 올라가는 방식인데, 이는 산지에 작업용 임도를 만들 때나 적용할 수 있는 방식이라고 한다.

부산관광공사에서 운영하는 부산시티투어 부산역 승강장. 레드라인과 그린라인 두 개 코스가 부산항대교 공포 구간을 경유하고 있다. 김희돈 기자 부산관광공사에서 운영하는 부산시티투어 부산역 승강장. 레드라인과 그린라인 두 개 코스가 부산항대교 공포 구간을 경유하고 있다. 김희돈 기자

부산역 부산시티투어 버스 승강장에 승객들이 줄을 서 있다. 부산항대교 공포 코스를 경유하는 코스는 2층 맨 앞자리 경쟁이 치열하다. 김희돈 기자 부산역 부산시티투어 버스 승강장에 승객들이 줄을 서 있다. 부산항대교 공포 코스를 경유하는 코스는 2층 맨 앞자리 경쟁이 치열하다. 김희돈 기자

부산항대교는 개통 후 한동안 이용 차량이 뜸했다고 한다. 그러다 2020년 초부터 3년 가까이 이어진 코로나19 팬데믹 기간에 ‘부산 공포의 진입로’ ‘부산항대교 롤러코스터 구간’ 등의 해시태그를 단 SNS 게시물이 쏟아지면서 젊은이들을 중심으로 방문이 이어졌다고 한다. 해외 여행길이 끊기면서 외면받던 국내 이색 장소들이 새삼 관심을 끈 것이다.

특히 이 구간은 지난해 한 TV 프로그램에 소개되면서 화제성이 폭발하기도 했다. 차량 블랙박스에 찍힌 영상인데, 진입램프 초입에 갑자기 차를 멈춘 운전자가 “도저히 무서워서 못 올라가겠다”며 뒤따르던 차량에 도움을 요청하는 장면이었다.

민간투자사업으로 건설된 부산항대교는 광안대교와 남항대교를 연결하는 부산 해안순환도로의 주축이다. 700원(경차)부터 최대 3000원(대형차)까지 통행료를 2044년 8월 20일까지 징수한다.

부산관광공사가 운영하는 시티투어버스 2개 노선(레드, 그린)은 하루 9차례 부산항대교를 경유한다. 1층과 2층, 개방형과 폐쇄형 등 버스 종류가 다양한데, 배차는 무작위 방식으로 한다. 2개(1006번, 1011번) 노선의 급행버스도 부산항대교를 통과한다.

진입램프의 360도 순환 구간 아래에는 영도구에서 운영하는 오토캠핑장이 있다. 카라반 사이트 15개, 오토캠핑 사이트 40개, 일반 사이트 12개로 꾸려졌는데, 특이한 장소를 선호하는 캠퍼들 사이에 인기가 높다.


김희돈 기자 happyi@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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