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텔 짐 풀면 주변 편의시설, 산책로부터 파악하라 [청바지의 여행도전] ⑨
<청바지의 여행도전 ⑨ 여행 시작>
숙박 중 필요한 기본물품 미리 사 둬야
첫날 밤 잠이 안 와도 침대 누워 휴식을
여행 일정 느긋하게 잡아야 피로 최소화
소매치기 예방 위해 소지품 관리에 만전
부부, 지인 간 짜증내는 일은 절대 금물
돈 낼 때 미리 계산해 둬야 바가지 면해
오후 늦게 현지에 도착한 항공기에서 내려 지하철을 타고 시내 숙소로 이동한다. 긴 이동 시간에 지친 몸은 힘들지만 즐거운 여행을 기다리는 마음은 가볍다. 호텔 도착 시간이 늦은 밤이거나 아예 새벽이라면 호텔에 미리 이메일로 ‘도착이 늦다’고 연락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호텔 측이 ‘노쇼’로 간주해 예약을 취소할 수도 있다.
■호텔에 도착하면
호텔 프런트에서 방 열쇠와 조식 쿠폰을 받으면 객실로 가면 된다. 때로는 쿠폰을 주지 않고 아침에 식당 입구에서 방 번호만 밝혀도 된다. 쿠폰을 주지 않는다면 프런트 직원에게 조식 요령과 조식 식당이 어딘지 물어 보는 게 좋다.
요즘 해외여행을 가서 호텔에 짐을 풀 때 가장 큰 걱정 중 하나는 빈대다. 유럽 여러 나라에서 빈대가 출몰한다는 소식이 언론을 통해 알려졌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빈대 소동이 많이 잠잠해졌지만 그래도 걱정된다면 이전에 기자가 쓴 ‘해외호텔 여행용가방에 빈대 붙여 오지 않으려면’ 기사를 참조하기 바란다.
또 호텔에서는 분실, 도난 사고가 적지 않게 일어난다. 사고를 당하면 호텔에 신고하면 되지만 호텔 측이 책임을 회피하려는 경향이 강하기 때문에 조심해야 한다. 이와 관련해서는 이전 기사 ‘객실에서 잃어버린 반지, 호텔만 믿고 기다리면 안 되는 이유’를 참조하기 바란다.
호텔 객실에 짐을 풀면 일단 주변부터 간단히 둘러봐야 한다. 주변에 편의점이나 슈퍼마켓, 또는 시장이 있는지 확인해야 한다. 그곳에서 물이나 과자, 빵, 과일 등 호텔에서 머무는 기간에 맞춰 간식으로 먹을 음식을 미리 사 두는 게 좋다.
대부분 호텔에서는 객실에 1인당 하루 물 1병을 공짜로 제공한다. 냉장고에 든 나머지 음료수, 술, 과자는 모두 유료이기 때문에 이용할 경우 돈을 내야 한다. 밖에서 사 먹을 때와 비교하면 2~3배 가격이어서 꽤 비싸다.
도착한 첫날에 호텔 주변 지리도 익혀두는 게 좋다. 아침에 간단히 산책할 코스는 있는지, 저녁에 식사를 해결할 식당은 있는지, 동네 시장이 있는지 알아두면 도움이 된다.
첫날 밤은 너무 피곤하거나 너무 설레어서 잠이 안 올지도 모른다. 그렇다고 불을 켜 두고 밤을 새워서는 곤란하다. 잠이 오지 않더라도 불을 끄고 쉬는 게 좋다. 숙면은 못 하더라도 눈을 감고 몸을 누이는 게 피로 회복에는 큰 도움이 된다.
몸이 너무 피곤하다면 다음 날은 휴식일로 삼아 쉬어도 되지만 가능하면 움직이는 게 좋다. 피곤하다고 객실에 머물며 눈을 붙이면 밤에 또 불면에 시달려야 하는 악순환에 빠진다. 낮에 조금이라도 움직이다가 일찍 돌아와 초저녁에 잠자리에 들면 시차 해소에 큰 도움이 된다.
■여행할 때 조심 또 조심
여행을 할 때 하루 일정을 너무 일찍 시작하지 않는 게 좋다. 하루 이틀은 괜찮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피로가 기하급수적으로 쌓인다. 몸이 정말 힘들어 나중에는 움직이기도 어려울 정도다. 사람이 많이 몰리는 명소에 꼭 가고 싶을 때에만 일찍부터 서두르고 나머지 날에는 천천히 돌아다니는 게 바람직하다.
이전에도 한 번 설명했지만 기자는 나이 오십을 넘어선 이후에는 해외여행을 갈 때 ‘힘든 일정 절대 사절’을 신조로 삼았다. 서두르지 않고 느긋하게 오전 10시 무렵 호텔에서 나서는 철칙을 절대 깨뜨리지 않았다. 아무리 늦어도 오후 8시 이전에는 저녁 식사까지 마치고 꼭 ‘귀가’하는 건 당연한 귀결이었다.
일일 투어를 하고 싶다면 출발 전에 미리 한국인이 운영하는 사이트에서 예약하면 된다. 혹시 예약하지 않았다면 호텔 프런트 직원에게 물어보면 된다. 아니면 호텔 로비에 비치된 팸플릿이나 명함을 이용해도 된다. 호텔 프런트에서 체크인할 때 미리 팸플릿을 챙겨두는 게 좋다.
여행할 때는 늘 작은 배낭을 메고 다니는 게 좋다. 배낭에 물 한 병과 빵 또는 과자 한 봉지 정도를 넣어 다녀야 혹시 식사를 놓치는 경우에 대비할 수 있다. 물휴지와 종이휴지도 넣어두는 게 바람직하다.
호텔에서 나가기 전에 프런트에 비치된 숙소 주소 명함을 들고 다니거나 숙소 전경을 휴대폰 사진으로 찍어두는 게 좋다. 나중에 혹시 길을 잃어버릴 경우 유용하다.
곳곳을 돌아다니다 소매치기 피해를 당하는 경우를 막기 위해 작은 자물쇠로 배낭 지퍼를 잠그는 게 좋다. 아니면 끈으로 두 겹 세 겹 묶어야 한다.
지갑 날치기를 막으려면 전대를 허리에 착용하는 게 가장 안전하지만 그게 보기 싫다면 현금과 카드를 분리해서 다른 곳에 넣어야 한다. 현금도 나눠서 넣는 게 좋다. 지갑에 카드와 현금 3분의 1을 넣어 윗도리 안주머니에, 청바지 앞주머니 두 곳에 각각 현금 3분의 1을 나눠 넣는 게 바람직하다. 지갑을 웃옷 바깥주머니나 바지 뒷주머니에 넣는 어리석은 행동은 절대 해서는 안 된다. 웃옷 지퍼는 늘 잠가 소매치기가 손을 넣지 못하게 해야 한다.
여름에는 반팔티셔츠만 입기 때문에 상의에 카드나 현금을 넣을 수 없다. 이때는 등에 닿는 쪽에 지퍼로 잠그는 주머니가 있는 배낭을 사서 여권과 현금을 넣는 게 좋다. 아니면 위에서도 말했듯이 지갑과 소지품을 배낭에 넣어 자물쇠로 잠가도 된다. 소매치기는 어떻게 접근하는지, 어떤 식으로 막을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이전에 쓴 기사 ‘소매치기 극성 유럽…넋 놓고 있다간 어~ 내 지갑’을 참조하기 바란다.
여행 도중 잠시 쉬다 이동할 경우가 있다. 이때 항상 명심할 점은 이동하기 전에 늘 물건을 점검해야 한다는 점이다. 잠시 앉아 있을 때에는 꼭 꺼내야 할 물건 이외에 짐을 과도하게 풀어서는 안 된다. 잃어버릴 가능성이 매우 높다. 필요해서 짐을 풀면 나중에 다시 챙긴 다음에는 가방 밖에 빼놓은 것은 없는지 주변을 살펴야 한다. 가방을 다시 정리했다고 휙 가버리면 안 된다. 다시 말하지만 이동할 때는 움직이기 전에 살피고 또 살펴야 한다.
■기타 주의사항
부부나 지인끼리 여행할 때 가장 중요한 점은 실수하더라도 절대 짜증을 내서는 안 된다는 사실이다. 실수도 여행의 일부분이다. 돌아가면 되고, 안 보면 된다. 특히 부부끼리, 친구끼리 여행할 경우에는 더 그렇다. 짜증을 내면 즐거워야 할 여행이 되레 괴롭고 힘들어진다.
여행을 다닐 때 저녁에는 기록을 하자. 글을 잘 쓰려고 할 필요는 없다. 단지 순간순간 느낌 감정을 간단하게 적어 놓으면 된다. 나중에 메모를 보면서 당시 감정을 되살려 잘 꾸미면 멋진 글이 된다. 적어 놓지 않으면 나중에 기억이 나지 않는다. 낮에 찍은 사진도 정리하자. 기자는 노트북을 들고 가서 낮에 찍은 사진을 날짜별로 정리해 노트북에 옮겨 둔다.
좋은 사진을 찍고 싶다면 미리 공부해야 한다. 공부라고 해서 어려운 게 아니다. 예를 들어 파리 에펠탑을 배경으로 인생 샷을 남기려면 인터넷에서 훌륭한 사진을 찾아본 다음 어디서 찍었는지를 확인해 그 장소에 가서 똑같이 찍으면 된다.
저녁에 사진을 찍을 때에는 휴대폰 손전등을 잘 활용해야 한다. 어두워 얼굴이 잘 안 나올 경우 손전등으로 얼굴을 비추고 다른 휴대폰으로 사진을 찍으면 배경도 살고 얼굴도 밝게 나온다.
가능하면 식사는 관광객이 많이 몰리는 관광지에서 해결하지 않는 게 좋다. 값만 비싸고 맛은 떨어지는 경우가 대다수다. 우리나라 관광지 식당을 생각하면 사정이 비슷하다. 차라리 햄버거 가게에 가는 게 낫다. 관광명소를 둘러보고 식사 때에는 미리 찾아둔 식당으로 가자. 관광지와 현지인이 사는 주택가는 사실 그다지 멀지 않다. 아니면 점심은 관광지에서 먹더라도 최소한 저녁은 현지인이 가는 식당에서 해결하는 게 좋다. 한마디로 ‘점심은 간단하게, 저녁은 거창하게.’
우리는 한국에서 저녁 때마다 외식하지는 않는다. 현지인도 마찬가지다. 백화점이나 대형마트, 식품점에 가서 음식을 사서 호텔 객실에서 먹으면 된다. 우리도 매장에 가서 장을 보듯이 현지인도 장을 본다. 미리 만들어 둔 음식을 사 오면 값도 싸고 맛도 괜찮다. 물론 고급 식당만큼은 아니지만. 현지인이 먹지만 우리는 잘 모르는 새로운 음식에 도전해보라.
구글이나 네이버 번역기 사용법을 익혀 필요한 물건을 사거나 길을 물어볼 때 사용하면 큰 도움이 된다. 여행하는 도중 사진을 찍으면 가족에게 보내는 게 좋다. 나중에 비상사태가 생길 경우 가족이 위치를 파악하는 데 도움이 된다.
물건을 사거나 밥값을 낼 때는 미리 얼마인지 총액을 계산해보는 게 좋다. 가게나 식당 직원이 바가지를 씌울 경우가 없지 않다. 바가지라는 게 확인되면 곧바로 따지면 된다. 이와 관련해서 동전이 생기면 늘 얼마인지 잘 세어야 한다. 현금으로 계산할 경우 동전을 잘 활용해 액수를 조정해야 한다. 동전이 너무 많아도 안 되고 너무 적어도 안 된다.
남태우 기자 leo@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