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인3색 性이야기] 노출의 심리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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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의현 성 심리학자

지난 3월 열린 제96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여우주연상을 받은 에마 스톤. UPI연합뉴스 지난 3월 열린 제96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여우주연상을 받은 에마 스톤. UPI연합뉴스

영화제를 비롯해 각종 시상식에서 노출이 꽤 많은 드레스를 입고 시상 또는 수상을 하는 사람들을 볼 때 자주 포착되는 행동이 바로 ‘가슴 손’이다. 고개 숙여 인사를 할 때면 손바닥으로 가슴골 사이를 살포시 눌러 가슴이 보이지 않게 주의하곤 한다. 간혹 그런 행동에 대해 ‘저럴 거면서 왜 노출이 많은 옷을 입고 나서서 굳이 가리느냐’고 말하는 경우를 본다.

이렇게 말하는 사람의 마음은 ‘보라고 입는 것 아닌가’일 것이다. 그러나 당사자 입장에서는 노출이 많은 옷을 입는 것이 단순하게 ‘나를 보라!’는 의미만은 아니다. 경우에 따라 노출이 아니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상반신 노출이 있는 옷을 입고 가슴을 가리는 것이나 짧은 하의를 입고 계단을 오를 때 엉덩이 아래를 가리는 것은 노출에 허용적이지 않은 상대를 위한 최소한의 예의 정도로 이해될 수 있다.

사람은 왜 노출을 할까? 여름이 아닌 계절에도 노출을 하는 것으로 미루어 짐작하자면 단순히 계절만 탓할 것은 아니다. 심리학자들은 노출을 하는 심리의 근거로 크게 과시욕, 관심 끌기, 높은 자신감을 제시한다. 타인보다 나은 점을 돋보이게 하기 위해 자신 있는 몸매를 드러내기도 하고, 과감한 패션으로 사람들의 이목을 집중시켜 자신을 더욱 눈에 띄도록 하는 수단으로 노출을 선택하기도 한다. 그래서 경제가 불황일 때 치마 길이가 짧아진다는 말도 있는 게 아닌가 한다.

진화심리학에서는 모든 생물은 그들의 유전자를 가장 잘 전달할 수 있도록 진화한다고 설명한다. 이런 관점에서 노출은 자기 표현을 통한 관심 끌기라고 할 수 있겠다. 쉬운 예로 공작새의 화려한 깃털이 있다. ‘내 깃털은 화려하니 다 뽑아가세요!’가 아니라 그런 자신에게 관심을 갖는 대상에게 자신을 더 어필하고, 역으로 깃털을 뽐내는 공작도 자신에게 관심을 갖는 대상을 살필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되는 것이다.

요즘은 자기애가 바탕이 된 자신감과 자기 표현을 위한 노출이 대세인 듯하다. 그래서 연예인이나 유명인이 아닐지라도 노출에 대해 꽤 관대하고 자신을 표현하는 수단으로 노출을 선택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노출은 여성에게만 국한되는 것이 아니다. 자신의 매력을 한껏 뽐내고 싶고, 또 그 매력에 관심을 보이는 상대가 생길수록 자신감이 상승하는 것은 특정 성별에 국한되지 않는다. 자기 표현의 수단으로서 장소와 상황에 맞게, 시대가 허용 가능한 정도로 노출을 이용한다면 사람들에게 자신의 매력을 발산할 수 있는 좋은 포인트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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