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제22대 국회에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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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현도 중소기업중앙회 부산울산중소기업회장

제22대 국회의원 선거가 막을 내렸다. 선거를 통해 국민의 목소리가 국회에 고스란히 전해졌을 것으로 생각한다. 국민의 선택은 여야를 심판하는 것이 아닌 국민의 대변인 역할을 잘 수행할 수 있는 인물을 선택한 것이다. 국민의 선택을 받은 인물이 더 나은 국정 운영을 하리라 믿는다.

현재 국민과 중소기업이 처한 경제 현실은 녹록지 않다. 코로나 팬데믹 이후 지속되고 있는 고금리‧고물가에 더해 대내외 수요 감소까지 겹쳐 기업의 경영환경이 날이 갈수록 악화되고 있다. 더욱이 저출산‧고령화가 심화하면서 잠재성장률이 하락하는 등 한국경제의 역동성 저하에 대한 우려가 커지는 상황이다. 이에 22대 국회는 여야의 소통과 협치를 통해 기업 현장에서 바라는 정책 입법으로 한국경제를 회복시켜 주길 바란다.

먼저, 노동규제 혁신이다. 경직적 근로시간과 중대재해처벌법 등 과도한 노동규제는 중소기업의 고용환경을 악화시키고 있다. 고용이 있어야 노동도 있을 수 있지만, 현재 기업들은 고용을 주저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특히 50인 미만 사업장에 대한 중대재해처벌법은 중소기업의 절박한 호소에도 불구하고, 국회에서 제대로 된 논의조차 없이 지금까지도 적용되고 있다. 중소기업인들의 처한 현실과 능력은 고려하지 않고 광범위한 책무를 부과하면서도 중대재해 발생 시 1년 이상의 징역형의 중벌만을 부과하고 있는 것은 너무나도 가혹한 처사이다. 그리고 주52시간제의 시행으로 중소기업은 납기 준수, 수주, 시장수요 대응 문제를 겪고 있다. 현장에서는 수위탁거래 비중, 산업의 특성, 수직적 거래문화 등으로 인해 주 52시간 이내에 업무를 끝마치기 어려운 상황이 발생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22대 국회는 기업인의 경영 의욕을 떨어뜨리고, 근로시간 선택권을 제한하는 왜곡된 노동정책을 반드시 바로잡아 주길 바란다.

두 번째로 중소기업의 생산성을 높이는 정책 기반을 강화해야 한다. 최근 국내외 경제분석 기관들은 한국경제의 돌파구로 중소기업의 생산성을 높이는 과감한 정책을 통해 세계 7대 강국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진단했다. ESG 경영과 디지털 전환 등 글로벌 경제환경 변화에 맞게 중소기업관계법을 개편하고, 스마트공장 확산 등 전폭적인 입법 지원이 시급하다. 2022년 스마트공장 구축 성과를 보면 생산성 27.9% 증가, 품질 42.8% 증가, 원가 15.9% 감소 등 생산성 향상이란 결과를 거뒀다. 그러나 스마트공장의 기초부터 고도화에 이르기까지 중소기업이 단독으로 구축하기에는 자금과 인력의 한계가 있어 수요에 비해 도입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따라서 제조혁신의 마중물 지원을 위해 스마트공장 예산을 증액하고 대기업은 경영 및 생산 노하우를 전수할 수 있는 대‧중소 상생형 스마트공장 지원 확대가 필요하다.

끝으로 21대 국회가 잘한 부분은 더욱 발전시켜야 한다. 납품대금연동제 도입과 가업승계 제도 개선은 21대 국회의 대표적인 입법성과다. 하지만 제도를 활용하기 어려운 사각지대도 존재하는 만큼 제도가 현장에 잘 안착하기 위해서는 중소기업계 현실에 맞게 보완해야 한다. 납품대금연동제는 납품대금의 10% 이상을 차지하는 원재료만을 대상으로 하고 있어 전기료 등 경비는 연동대상에서 제외하고 있다. 그러나 뿌리 중소기업의 경우 주조는 14.7%, 열처리는 26.3% 등 원가에서 전기료가 차지하는 비중이 높아 에너지 비용도 연동제에 포함하는 것이 시급하다. 그리고 가업승계 제도는 일부 요건이 개선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업종 변경 제한, 고용 유지 등 여전히 각종 까다로운 요건이 남아있는 탓에 기업들은 제대로 활용을 못 하고 있다. 가업승계가 원활하지 못 하면 중소기업의 성장이 정체되거나 오랫동안 축적된 기술과 노하우 등 사회‧경제적 자산이 사장될 위험이 큰 만큼 기업의 지속적인 성장과 안정성 제고, 일자리 창출의 관점에서 접근과 개선이 필요하다.

최근 중소기업중앙회 조사에 따르면, 22대 국회의 입법 행보가 기대된다는 응답은 단지 21.0%에 그쳤다. 열 명 중 여덟은 큰 기대를 하지 않는다는 얘기다. 국회에 대한 기대가 이처럼 낮은 이유는 50인 미만 사업장에 대한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유예 무산 등 과도한 노동규제와 무관치 않다. 기업인들의 간절한 호소를 외면한 국회의 모습에 그만큼 실망이 컸기 때문이다. 22대 국회는 잃어버린 신뢰를 회복하고, 민생경제의 역동성을 살려야 하는 막중한 책임을 가지고, 기업 현장에서 바라는 정책을 입법으로 실현하여 한국경제와 중소기업의 어려움을 함께 헤쳐 나가주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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