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래의 메타경제] 화합과 변화의 상공회의소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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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라대 글로벌경제학과 명예교수
135주년 맞는 부산상의 큰 전환 시험대
상공계 분열 양보·타협으로 해소 다행
진취적·적극적 상공인 DNA 회복하길

부산의 경제통계들을 살펴보다 보면 흐름이 크게 바뀌는 몇 개의 시기가 보인다. 이제까지의 흐름과는 다른 추이로 접어드는 시점인데, 그런 변곡점들을 거치면서 부산 경제의 성장과 장기 침체가 이어져 왔다. 통계에 따라 변화의 시기가 조금씩 다르긴 하지만, 여러 종류의 지표에서 공통으로 변화가 나타나는 몇 개의 시점이 있다. 그런 시기 가운데 가장 강력한 연도의 하나는 1989년이다.

이 시기는 한국 전체로서도 큰 변화의 해였는데, 임금의 상승과 노동조건의 개선으로 노동집약적 산업이 한계에 직면하면서 대전환이 시작되던 해였다. 한국의 초기 공업화를 이끌었던 부산의 핵심 공업이 바로 노동집약적 산업이었기 때문에, 한국 전체에서 나타났던 이러한 흐름은 부산에서 더 강력하게 나타났었다.

신발산업이 본격적인 타격을 입고 그로 인해 임금체불과 높은 실업률이 부산을 휩쓸기 시작한 해가 1989년이었다. 이전까지와는 달리 일자리를 찾아 부산으로 들어오던 사람보다, 일자리를 찾아 외지로 나가는 사람들이 더 많아지기 시작한 것도 1989년이었다. 광역시가 되는 1995년이 기장군의 편입으로 인구가 가장 많았던 해로 기록되고 있지만, 기장군 인구를 제외한다면, 사실상 인구의 정점도 1989년 무렵이었다.

그러한 1989년에 부산상공회의소는 창립 100주년을 맞았다. 창립 100주년 기념으로 부산상공회의소는 부산 경제의 역사를 정리한 ‘부산경제사’를 출간하였는데, 당시로서는 매우 두드러진 성과였다. 돌이켜 보면 그때까지 부산상공회의소는 많은 일을 하면서 시민들에게 좋은 기억을 남긴 것 같다.

부산직할시 승격 운동도 부산상공회의소가 주도하였고, 부산은행의 설립에도 상공인들의 노력이 컸다. 1980년대에 접어들어 부산 경제에 위기론이 등장하였을 때 극복을 위한 정책들을 구상하고 제안한 것도 부산상공회의소였다. 강서의 넓은 땅에 새로운 공업단지를 만들어야 한다는 것을 주장한 것도 부산상공회의소였고, 부산 경제를 연구하는 사람들이 자료가 필요할 때 먼저 찾았던 곳도 상공회의소였다.

그러나 100주년을 기념하던 그 이후 부산상공회의소의 역할은 이전보다 많이 줄어들었다. 물론 상공회의소의 역할이 줄어드는 것은 전국적인 현상이었다. 과거로 거슬러 올라갈수록 상공회의소의 역할이 더 컸던 것은 지방정부가 제 역할을 하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지방정부가 지역 경제의 발전에 필요한 정보 제공과 연구를 제대로 맡지 못하던 시절에는 상공인과 상공 단체들이 그 공백을 많이 메워 왔었다.

그러다가 1990년대로 접어들면서 지방정부는 좀 더 커지고 하는 일도 많아졌다. 지방시대라는 말이 나오기 시작하였고, 지역에 대한 구상을 지역 스스로 하려는 움직임이 나타났다. 1992년에 현재 부산연구원의 전신인 동남개발연구원이 개원한 것은 그런 점에서 커다란 전환이었다.

부산연구원이 생기면서 그동안 부산상공회의소가 담당해 온 연구의 기능을 사실상 지방정부가 맡는 시대로 변화되었다. 1998년 외환위기가 몰아치면서 모든 조직이 구조조정을 강요당하는 과정에서 부산상공회의소도 조직을 축소하였고, 그 과정에서 조사 기능을 많이 줄였는데, 그럴 수 있었던 것은 부산시가 설립한 연구원이 있었고 또 중앙정부의 지역 경제 관련 조사 통계 기능이 점차 강화되었기 때문이었다.

부산상공회의소가 출범한 지 올해로 135년이 된다. 과거에 비해 역할이 줄어들었고 강력한 리더십에 의한 효율적인 조직의 모습을 제대로 보여 주지 못한다는 것은 부정할 수 없을 것 같다. 게다가 지난 수년 동안 상공회의소 회장 선거를 둘러싼 편 가르기로 인해 부산상공회의소의 이미지도 적지 않게 추락하였다.

그런 점에서 좀 있을 회장 선거를 앞두고, 이번에 또다시 부산 상공계의 분열을 걱정했던 시민들의 우려가, 부산 상공인들의 양보와 타협으로 해소된 것은 참으로 다행스런 일이다. 나아가 이제 시민들은 상공회의소가 화합의 바탕 위에서 이제까지와는 많이 달라질 것을 기대하고 있다. 무엇보다 시민들은 부산상공회의소가 지역 경제에 대해 더 많은 역할을 담당해 주길 바라고 있다. 기업들의 튼튼한 성장만이 부산 경제의 궁극적인 버팀목이기 때문이다.

조만간 들어설 새로운 집행부는 이제까지와는 다른 포용력과 실천력으로 시민들의 기대에 부응해 가는 큰 변화를 보여주었으면 좋겠다. 그동안 잊고 있었던, 과거 부산상공회의소가 가지고 있었던, 진취적이고 적극적인 DNA를 회복했으면 하는 바람이 크다. 올해로 출범 135주년을 맞는 부산상공회의소가 큰 전환의 시험대에 들어서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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