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부산바다마라톤 10km 도전기] 하늘이 더 푸를까 바다가 더 푸를까…둘 다 샛노랗게 보였다

이대진 기자 djrhee@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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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일보 이대진 기자 체험
마음처럼 쉽지 않은 레이스
기록은 아쉽지만 완주에 만족

부산일보 주최 ‘성우하이텍 2023 부산바다마라톤 대회’가 29일 부산 광안대교와 광안리해수욕장 해안로 일원에서 8000여 명의 마라톤 마니아들이 참가한 가운데 열렸다. 마라톤 10km 부문에 직접 참가한 부산일보 이대진 기자. 정종회 기자 jjh@ 부산일보 주최 ‘성우하이텍 2023 부산바다마라톤 대회’가 29일 부산 광안대교와 광안리해수욕장 해안로 일원에서 8000여 명의 마라톤 마니아들이 참가한 가운데 열렸다. 마라톤 10km 부문에 직접 참가한 부산일보 이대진 기자. 정종회 기자 jjh@

완연한 가을, 하늘이 더 푸를까 바다가 더 푸를까. 부푼 기대를 안고 ‘2023 부산바다마라톤’ 10km 코스에 도전했다.

29일 오전 8시께 광안대교는 상판 출발지점으로 올라가는 진입로부터 인산인해다. 출발 시각(오전 8시 20분)을 한참 넘겨 8시 38분께 출발선을 통과했다. 시작은 완만한 오르막이다. 오르막은 광안대교 첫 번째 주탑과 두 번째 주탑 사이, 한가운데 지점까지 이어진다.

이제 시작이라 다들 발걸음이 가볍다. 얼굴에서 미소와 여유가 묻어난다. 얼마나 달렸을까. 거리를 표시하는 안내판이 나타난다. 적힌 숫자는 예상과 달리 2km가 아닌 1km다. 주변에서 당황해하는 기색이 느껴진다. 주탑 가운데 지점에서 5km 코스 참가자용 반환점이 나타난다. 눈을 질끈 감고 앞만 보고 달린다. 이제부터 줄곧 내리막 구간이다. 목표 기록인 50분을 달성하려면 내리막에서 속도를 내야 한다. 눈앞에 보이는 두 번째 주탑이, 마음처럼 쉬이 가까워지지 않는다.

광안대교에서 광안리로 내려가는 길. 오른쪽 해변을 바라보니, 먼저 출발한 참가자들이 흰개미떼처럼 부지런히 달리고 있다. 도시가스 오거리에 다다를 무렵, 3km 지점 안내판이 보인다. “이제 3km야?” “망한 것 같은데?” 여기저기서 탄식이 터져나온다. ‘겨우’가 아니라 ‘벌써’ 3분의 1이라 여기기로 한다. 하지만 긍정의 생각은 얼마 가지 않는다. 줄곧 내리막을 달려오다 평지로 접어드니, 오르막처럼 발걸음이 무거워진다. 설상가상, 아파트 단지 옆 해변 산책로는 우레탄 포장으로 푹신푹신하다. 마치 땅이 다리를 아래로 잡아당기는 것 같다.

5km 급수지점에서 물 한 잔을 마신 뒤 쉬지 않고 계속 달렸다. 광안리해수욕장 해변으로 접어들어 광안대교를 바라보니, 상판에서 반환점을 도는 5km 코스 참가자들이 아련하게 보인다. 아침 해가 중천을 향해 가며 가을볕이 위세를 떨친다. 봄볕은 며느리, 가을볕은 딸을 쬐게 한다는데, 마라토너에겐 따갑기가 매한가지다. 순간 오른쪽 신발끈이 풀렸다. 끈을 묶으며 1분 정도 숨을 고른다.

광안리해수욕장을 지나 민락회센터로 접어들면서 점차 분위기가 달라진다. 주변에서 ‘헉헉’ 숨소리가 커지고, 걸어가는 이들도 눈에 띈다. 7.5km 지점 급수대가 나타났지만 건너뛰었다. 수영강변을 따라 수영교까지 냅다 달린다. “1km 남았습니다!” 수영교에서부터 막판 스퍼트를 했다. 나름 속도를 내며 한두 명을 제쳤는데, 뒤에서도 한두 명이 앞지른다. 마지막을 위해 힘을 아껴둔 실력자들이다.

드디어 도착 지점이 눈앞에 나타난다. 심장이 터질 것 같지만 속도를 더 올린다. 한 사람씩 추월할수록 팔다리에 닭살이 돋고 머리끝이 쭈뼛쭈뼛 선다. ‘삑’ 소리와 함께 피니시 라인을 통과했다. 힘들어 죽겠다는 말은 마라톤 골인 지점에서 쓰기에 딱 적합한 표현이다.

공식 기록은 55분 36초. 신발끈 핑계를 대더라도 목표에 한참 못 미친 기록이다. 2005년·2011년에 이어 13년 만에 다시 도전한 부산바다마라톤. 올가을엔 하늘도 바다도 샛노랗게 보였다.

공식기록은 55분 36초. 10km 전체 참가자 5120명 중 1188위를 기록했다. 참고로 1위 기록은 33분대로 ‘넘사벽’이다. 공식기록은 55분 36초. 10km 전체 참가자 5120명 중 1188위를 기록했다. 참고로 1위 기록은 33분대로 ‘넘사벽’이다.


이대진 기자 djrhee@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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