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승일의 디지털 광장] 플랫폼 시프트 그 후의 저널리즘

김승일 기자 dojune@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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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바일전략국장

포털, 소셜미디어 뉴스 유통 격변
전 세계적 플랫폼 흥망성쇠 진행
심각한 도전이지만 언론 소극적
외부 의존 탈피·서비스 혁신 시급
자체 온라인 독자에 고품질 서비스
저널리즘 기능 지속 선결 과제

모바일 서비스 사용 습관을 보면 세대 차이가 단박에 드러난다.

네이버 앱을 열어 습관적으로 오른쪽으로 스와이프(손가락으로 밀어 화면 이동)한다면 중장년층 쪽에 가깝다. 그곳에는 뉴스 채널이 있다. 반대로 왼쪽 ‘쇼핑’ 쪽으로 손가락이 먼저 움직이면 십중팔구 M(밀레니얼) 세대(1981년 이후 출생)나 Z 세대(1995~2010년 출생)다. 네이버 앱 스와이프 기능 자체를 이해하지 못하신 분들은 모바일 서비스를 적극 활용하지 않는 노년층일 개연성이 있다.

한국에서 뉴스 트래픽을 압도하던 검색 플랫폼 네이버의 뉴스 유통량은 하락세를 이어가고 있다. 반면 구글과 소셜미디어는 상승세다.


뉴스 트래픽의 변화에 가장 두드러지는 것은 스마트폰에 기본 장착된 구글이나 크롬 브라우저를 통한 뉴스 유통의 성장이다. 안드로이드 운영 체제에 붙박이로 들어 있는 구글 퀵서치(검색)와 디스커버(추천 뉴스)는 모바일 온리 환경에 힘입어 뉴스 통로로서의 입지를 굳혔다.

부산일보 뉴스 사이트 부산닷컴(www.busan.com)의 모바일 유입 경로에서 구글은 30% 비중으로 성장했다. 팬데믹 전 한 자리 수와 비교하면 비약적이다.

상대적으로 네이버, 다음, 페이스북(메타) 유입량은 쪼그라들었다. 특히 페이스북 유입은 현저하게 감소했다. 플랫폼을 통한 뉴스 소비의 지각변동은 부산닷컴 트래픽에서도 고스란히 드러난다.

젊은 세대가 웹 사이트를 떠나 틱톡이나 인스타그램 등 소셜미디어로 옮겨간 뒤에도 그곳에서 뉴스를 소비하지만 유독 페이스북에서 뉴스 유통이 미미해지고 있다.

그 까닭은 보상과 관련이 있다. Z 세대는 보상에 민감한데 페이스북은 크리에이터에 대한 보상책이 미약하다. 틱톡은 ‘크리에이터 마켓플레이스’에서 광고주와 직접 콜라보를 연결해서 수익을 보장해 준다. 틱톡이 뜨거워진 비결이고 페이스북이 고령화되고 활기를 잃은 배경이다.

따라서 페이스북 사용 여부로도 쉽게 세대가 갈린다. 다른 모바일 플랫폼에 비해 페이스북에 오래 머물며 장문의 글을 읽고 있다면 ‘아재 세대’일 가능성이 농후하다.

릴스(reels), 모먼트(moment), 쇼츠(shorts)…. 이들 용어가 낯설면 ‘모바일 원주민’이 아니다. 소셜미디어의 대세는 숏폼, 즉 짧은 동영상이다. 숏폼은 스마트폰에 특화되어 전성기를 구가하고 있다. 그 열성 사용자가 Z 세대다.

구글이 틱톡과 경쟁하기 위해 내놓은 것이 유튜브 쇼츠다. 릴스는 인스타그램에서 제공하는 숏폼 서비스다. 이에 질세라 네이버도 블로그에 업로드할 수 있게끔 동영상 편집 서비스 모먼트를 내놨다.

이들의 공통점은 스마트폰에서 촬영한 영상을 간단하게 편집하여 공유할 수 있다는 데 있다. 핵심은 TV 같은 16:9 가로 형식이 아닌 9:16의 세로 영상이라는 데에 있다. 스마트폰에서 가로 사진을 띄우면 위아래가 잘리거나 작고 답답하게 보인다.

Z 세대는 9:16 숏폼 문법을 구사하는 원어민이다. 틱톡과 인스타그램, 유튜브로 종횡무진하면서 원 소스 멀티 유즈로 활용한다. 뉴스와 정보를 구분하지 않는다는 점이 이전 세대와 결정적인 차이점이다.

‘플랫폼 시프트(platform shift)’, 즉 디지털 플랫폼의 대전환은 이미 벌어진 일이다. 그런데 뉴스 서비스를 모든 플랫폼에서 두루두루 잘할 수 없는 노릇이다. 게다가 플랫폼 별 세대 분화가 선명해지면서 주 독자층을 겨냥하기도 어려워졌다.

이 상황은 한국 언론에 심각한 도전이다. 그런데도 레거시 미디어(전통 신문이나 방송)는 소극적이었다. 소셜미디어로 떠나버린 Z 세대를 ‘뉴스 회피자’로 규정하고 방치했을 뿐 적극적으로 눈높이 서비스를 제공한 언론이 있었던가.

그날 발생한 사건을 보도와 논평으로 제공함으로써 사회 구성원들이 세상에 대한 견해를 갖게 하는 것이 저널리즘의 기능이다. 사회 갈등은 보도를 통해 순치되고 타협점을 찾는다. 이것이 사회를 통합하는 언론의 역할이다.

목하 플랫폼 전환기에 언론이 다시 길을 잃어서는 안 된다. 외부 플랫폼 의존을 극복하는 것, ‘뉴스 회피자’로 방치했던 Z 세대까지 뉴스 권역으로 아우르는 서비스 혁신이 필요하다. 언론사 뉴스 사이트의 로그인 회원, 독자에 고품질 콘텐츠를 제공하면서 높은 수준의 서비스로 관계를 맺는 것이 출발점이다. 이는 저널리즘이 사회 통합의 책임을 자처한다면 꼭 풀어야 할 숙제다.


김승일 기자 dojune@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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