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y] 무서운 성장세 와인·수입맥주, '국민술' 된 까닭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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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국적인 정취 색다른 맛, 마실수록 끌리는 입맛

최근 2~3년 새 무서운 매출 상승세를 기록하고 있는 와인과 수입맥주가 '국민주(酒)'로 각광받고 있다. 사진은 14일 이마트 문현점 와인 매장. 김경현 기자 view@

직장인 최윤정(39·여) 씨는 주말마다 집 근처 대형마트에서 1만 원대 와인과 1만 원 이하 수입맥주를 각각 한 병씩 산다. 매주 와인과 수입맥주의 종류를 바꿔가며 마셔 보기 위해서이다. 국내에 수입되고 있는 와인과 수입맥주의 종류가 워낙 많다 보니 매주 한두 제품씩 맛을 보는 것이 취미가 된 것이다. 최 씨는 "와인은 알코올 도수가 소주보다 낮고 달콤해 육고기를 먹을 때 같이 마신다"고 말했다. 그는 또 "수입맥주는 수입국가마다 독특한 맛이 있어 이국적인 정취를 느끼는데 그만"이라며 "부담 없는 가격에 다양한 맛을 즐길 수 있어 와인과 수입맥주 마니아가 됐다"고 덧붙였다.

소주·국산 맥주 일색 주류시장
와인·수입맥주 판매량 급증

지난해 이마트 와인 매출액
소주 제치고 2년 연속 2위

취하기보다 맛 즐기는 소비자 늘어
관세 철폐·병행수입으로 값도 싸져
여성·젊은층 중심 폭발적 인기

■와인·수입맥주 '대중주(酒)'로 자리매김

최 씨처럼 와인과 수입맥주를 찾는 소비자들이 최근 급증하면서 국산맥주와 소주가 주도하던 국내 주류시장에 '지각 변동'이 일고 있다.

최근 2~3년 새 무서운 매출 상승세를 기록하고 있는 와인과 수입맥주가 '국민주(酒)' 대열에 합류한 것이다.

와인과 수입맥주가 젊은 층에 폭발적인 인기를 끌면서 대형 유통업체에서의 판매량도 눈에 띄게 급증하고 있다.

15일 이마트에 따르면 지난 한 해 동안 와인과 수입맥주 매출 신장세는 전년에 비해 각각 7.1%, 27.7%로 조사됐다.(표 참조)

이는 주류 전체의 매출 신장률 1.6 %보다 월등히 높은 수치다.

다른 주류와 비교해 보면 와인과 수입맥주의 성장세는 더 뚜렷하게 나타난다.

지난해 국산 맥주는 전년 대비 7.2% 매출이 감소했고, 불경기에 소비가 늘어난 소주는 그나마 6.6% 증가하는데 그쳤다.

이에 따라 지난해 이마트의 전체 술 판매액 중에서 와인이 차지하는 비중은 18.7%로 2년 연속 소주(15.1%)를 제치고 맥주(44%)에 이어 2위를 지켰다. 수입맥주는 판매 비중에서는 소주에 비해 낮지만 매출 신장률이 상대적으로 높아 몇 년 내 소주를 꺾고 3위에 오를 것으로 유통업계는 내다보고 있다.


도수 낮은 '독특한 맛' 즐기는 문화 확산

유통업계는 와인과 수입맥주의 이 같은 돌풍은 최근 음주문화가 취하는 것보다 즐기기 위한 것으로 변화하면서 소비가 급증한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또 2차·3차를 찾던 회식문화가 사라지고 알코올 도수가 낮은 술이 인기를 끌고 있으며 술집이 아니라 집에서 술을 마시는 사람이 늘어나고 있는 것도 원인으로 꼽히고 있다.

관세 철폐와 병행수입 등으로 와인과 수입맥주의 가격이 훨씬 싸진 것도 수요 증가를 불러온 요인으로 분석됐다.

와인은 자유무역협정(FTA) 체결로 20011년부터 수입가격이 크게 떨어졌다.

유럽연합(EU)과는 2011년 7월부터, 미국과는 2012년 3월부터 FTA가 발효되면서 이들 지역에서 수입하는 와인에는 관세(15%)가 붙지 않는다. 이에 힘입어 와인의 소비자가격은 10~15%가량 싸졌다.

또 최근 들어서는 대형 유통업체들이 병행수입과 직수입 형태로 와인과 수입맥주를 대량으로 들여오면서 1만 원 안팎의 상품들이 크게 늘어났다.

수입맥주 코너에서 고객들이 상품을 살펴보고 있는 모습. 김경현 기자 view@
특히 수입맥주의 경우 여성 고객 등 젊은 마니아층을 중심으로 밀맥주가 폭발적인 인기를 끌면서 라거 일색이던 국내 맥주 시장에서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밀맥주는 최소 50% 이상의 밀에 보리 등을 섞어 색깔이 진하고 다양한 향과 쌉쌀하고 진한 맛이 특징이다.

홈플러스에 따르면 수입맥주 중 밀맥주의 판매액이 2012년에는 전년 대비 18.9%, 2013년에는 17.7%가 증가해 2년 연속 두 자릿수 매출 신장세를 보였다. 홈플러스가 지난해 10월 말 밀맥주로 국내에 첫선을 보인 독일 '베어비어'는 판매 시작 두 달 만에 2차 주문에 들어갈 만큼 소비자들의 큰 호응을 얻었다.

홈플러스 관계자는 "국내 라거 맥주에 싫증을 느낀 소비자들이 맥주 본연의 독특한 맛을 즐기기 위해 밀맥주 등 수입맥주를 주로 찾고 있다"며 "밀맥주는 크리미(Creamy)한 맛과 부드러운 목 넘김이 일품이어서 여성과 젊은 고객들에게 큰 반향을 일으키고 있다"고 설명했다.


대형 주류업체 수입술 시장 경쟁 치열

강력한 유통망을 갖춘 대형 주류업체들이 와인과 수입맥주의 국내 공급에 적극 뛰어들고 있어 매년 수입량이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이기갈, 로스 바스코스 등의 와인 브랜드를 확보한 신세계L&B는 와인의 대중화를 위해 이마트와 손잡고 2009년 칠레와인 G7을 출시했다.

칠레와인 G7은 7천900원이라는 저렴한 가격과 우수한 맛으로 이마트가 출시한 와인 중 최단 기간인 5년 만에 판매량 200만 병을 돌파, 국내 와인시장에서 역사를 새로 썼다.

판매 첫 해인 2009년 22만 병을 판매해 '스타 와인'의 대열에 오른 G7은 해를 거듭할수록 판매량이 크게 늘어 지난해에는 56만 병, 올해 2월까지는 12만 병이 판매됐다.

수입맥주 역시 기존 미국, 일본, 독일에 국한돼 있던 수입국이 벨기에, 태국 등으로 확대됐고 2010년까지만 해도 50여 가지였던 수입맥주 종류가 현재 250여 가지로 크게 늘었다. 일본 기린, 프랑스 크로넨버그 맥주 등을 수입하는 하이트진로는 올해 태국 싱하 맥주를 들여오기로 했고, 신세계그룹 계열사인 신세계푸드는 최근 맥주 사업 진출을 검토하고 있는 상황이다. 변현철 기자 byunhc@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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