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운대 빛 축제, 뚜껑 여니 “빛이 없다”
올해 행사에 전년도 예산 배 투입
구남로 일대 빛 보이지도 않아
업체 부실·준비 과정 미흡 논란
사업비 17억 원을 투입해 야심 차게 문을 연 ‘해운대 빛 축제’가 엉성한 결과물로 빈축을 산다. 빛 축제에 빛이 없다는 비판이 이어지자 구청 측은 개막과 동시에 보완 공사에 나섰다.
22일 해운대구청에 따르면 지난 14일 개막한 제11회 해운대 빛 축제 보완 공사가 이번 주 마무리된다. 구청 측은 올해 해운대 빛 축제에 17억 3000만 원을 투입했다. 이는 전년도 예산 9억여 원에서 2배 가까이 늘어난 규모다. 축제는 내년 2월 2일까지 이어진다.
이번 보완 공사는 “빛 축제에 빛이 없다”는 민원이 잇따르자 진행됐다. 구청 측은 보완 공사에서 스노우볼로 꾸민 구남로 ‘새로운 물결’ 구간의 230m 중 40m를 철거해 빛 조형물로 대체하고, 기둥에는 전구를 감아 빛을 보완한다.
올해 축제는 개막과 동시에 부실 논란에 휩싸였다. 대표적인 것이 축제장 초입인 구남로 일대에 설치된 ‘새로운 물결’ 구간이다. 이 구간에는 구남로 입구에 들어선 화이트 트리 형식의 눈빛 정원이 있고, 정원을 지나면 높이 5~9m의 기둥 구조물에 스노우볼들로 채운 조형물이 들어섰다. 이 스노우볼은 구남로를 가득 메우고 있지만 방문객 주목을 전혀 받지 못하고 있다. 주민 최 모(68·해운대구 중동) 씨는 “작년보다 휑하고 빈약해 놀랐다”며 “주렁주렁 달린 (스노우볼이) 조잡해 딱히 사진을 찍고 싶은 마음이 안 든다”고 말했다. 해운대 전통시장의 한 상인도 “(스노우볼이) 밤에도 발광이 안돼 축제 분위기가 안 난다”고 전했다.
새롭게 축제 운영을 맡은 업체 탓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올해 축제를 맡은 업체는 지난해 세종시 1회 빛 축제를 운영한 업체다. 하지만 세종시 1회 빛 축제 역시 부실 운영 논란을 샀다. 축제 당시 미디어파사드는 선명도가 떨어져 운영을 중단했고, 점등 퍼포먼스였던 불새쇼의 불새는 2~3분 만에 인근 하천에 불시착하는 일도 있었다. 최민호 세종시장도 “행사가 미흡했다”며 공식 사과를 했다.
해운대 빛 축제는 준비 과정에서도 혼란을 거듭했다. 축제 결과물이 업체 제안서와 달라 10차례 이상 재협상이 진행됐고, 그 결과 준비 기간도 길어졌다. 축제 개막식도 당초 지난 8일이었으나 1주일 늦게 열렸다. 해운대구 문화관광과 관계자는 “업체 선정은 주민과 외부 위원 등으로 구성된 제안서평가위원회에서 선정해 구청이 개입할 여지가 없다. 보완 작업을 이번 주에 마무리하고 추가로 문제가 지적되면 보완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해운대구의회 심윤정 의원은 “이 정도 규모의 축제를 수행할 수 없는 업체가 선정된 것이 문제”라며 “당초 제안서 내용보다 많이 축소·변경됐는데, 이는 주민 설명회, 행정감사에서도 지적이 나온 예견된 결과다”고 말했다. 영산대 관광컨벤션학과 오창호 교수는 “도시 브랜딩에 활용되는 빛 축제는 직관적으로 화려하고 웅장하게 만들어 가시적인 효과를 내야 하는데, 예술성과 대중성 간 갈림길에서 예술성을 택하며 시민들의 기대치와 멀어졌다”고 평가했다.
변은샘 기자 iamsam@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