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 신춘문예-희곡] 심사평
시적 압축 단막극 기량 뛰어나
삶의 부조리와 시대의 불안한 징후에 대한 응모작들의 통찰력은 예년보다 더욱더 심화한 양상을 보여 주었다. 최종심까지 남은 '오늘의 계륵'(주지윤)은 양계장에 갇힌 닭의 한계적 상황을 통해 권력을 희화화하고, '햇살약국'(이선연)은 개발의 비정한 논리에 의해 붕괴되어 가는 인간성을, '산팔자 물팔자'(백서향)는 유랑적 삶에 대한 페이소스를 그리고 있다. 그러나 이들 작품은 주제의 모호함과 메시지의 추상성, 삶의 풍경에 구체성 결여, 그리고 극적 언어의 압축미와 시적 리듬의 결여가 흠이 되었다.
당선작인 '모래섬'(정소정)은 시종일관 독자(관객)의 호기심과 긴장감을 증폭시키는 서스펜스의 플롯 기법, 평균적 삶의 공간에 끊임없이 편입되고자 하는 부부의 존재에 대한 근원적 불안과 소외를 모래의 속성을 통해 은유한 인식의 깊이, 그리고 시적 상징과 압축의 극적 언어 등의 단막극적 기량이 단연 '군계일학'이었다. 선에 들지 못한 이들은 단막극의 기본기를 익히며 계속 정진하여 달라고 부탁한다. 그리고 당선자는 앞으로 침체한 연극계를 살리는 뜨거운 불씨와 소금으로 끝까지 남아 주기 바란다. 심사위원 김문홍